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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곁에 있으려니 달착지근한 앵두 냄새가 난대요. 그러면서 천천히 다가오더군요. 전 눈을 감았지요. 그리고 우리는 키스를 했어요.” 말을 하고 난 여학생은 혓바닥으로 입술을 축였다. 당시의 키스 맛을 회상이라도 하려는 듯. 나도 입에서 침이 고여 나왔다. 그걸 눈치 채지 못하게 하느라 나는 여학생 몰래 침을 삼켰다. “지훈 씨는 절 침대로 데려가서 옷을 벗겼어요. 전 처음에는 반항했지요. 그러나 결국은 지훈 씨의 말을 들어 주기로 했어요. 지훈 씨가 너무 불쌍해 보였기 때문이었어요.”그가 이 여학생에겐 무슨 말을 했을까? 나와 보
'추리퀴즈'-당신의 추리력은
권경희 작가
2023.03.3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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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으로 된 여관은 겉에서 보기보다는 깨끗한 편이었다. 주인인 듯한 곱상하게 생긴 50대 여인이 나봉주를 3층 방까지 안내해 주었다.“여관이 정갈하군요.”나봉주가 백을 침대 위에 내려놓으며 여인을 보고 웃어 보였다. 침대 시트도 손질이 잘되어 있었다.“다른 손님들은 호텔이라고 부르죠.”여인도 웃으면서 말했다.“그래요. 이 정도면 호텔 값을 받아야겠군요.”나봉주가 욕실을 열어보며 대꾸했다.“숙박부는 아래층에 있어요.”여인이 내려간 뒤 봉주는 침대 위에 뒤로 벌렁 들어 누웠다. 갑자기 피로가 확 몰려왔다. 일어나 옷을 벗기 시작했다.
적폐공화국
이상우 작가
2023.03.3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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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운세
이동현 원장
2023.03.2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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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얘기를 듣고 나니 그 날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난 것 같아 졸음이 조금 물러갔다. “아파트 안에 들어서자 지훈 씨는 커피 한 잔만 타 달라고 하더군요. 커피를 마시고 나더니 술이 깨었는지 비틀거리지 않았어요.그러면서 여학생이 그렇게 취한 채 술 냄새 풍기며 집에 가면 야단맞지 않겠느냐며 술 깨거든 가라고 했어요. 저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러마고 하면서 자리에 앉았어요. 그러자 지훈 씨가 이제부터 자신을 송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말고 이름을 불러 달라고 하더군요.”여학생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내가 그를
'추리퀴즈'-당신의 추리력은
권경희 작가
2023.03.2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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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철이 갑자기 생각 난 듯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살폈다. 수상한 사람이 미행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그들은 찻집에서 나오자 헤어졌다. 나봉주는 그 길로 서울 역으로 가서 경주행 기차를 탔다. 시계를 보았다. 오후 6시. 차창 밖은 빌딩의 불빛이 휘황했다. 어둠을 뚫고 기차가 경주에 도착한 것은 밤11시께였다.나봉주는 개찰구를 나서며 갑자기 병원 지하실에서의 번개 같았던 정사를 생각하고 그제야 낯을 붉혔다.나봉주는 경주 역에서 택시를 타고 다시 연하리로 갔다. 거진 12시가 가까워 연하리에 닿은 봉주는 가까스로 여관 한 곳을 찾
적폐공화국
이상우 작가
2023.03.2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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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참았던 듯, 화장실 안에서는 쏴아 하는 오줌 소리가 들려왔다. 쇠오줌같이 소리가 컸다. 그러더니 이내 웩웩 하고 구역질을 해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듣고 있자니 아이 낳은 이후 비위가 약해진 내 속까지 울렁거렸다. 나는 속을 달래려 냉장고로 가서 찬물을 따라 마셨다. 내 목 축이는 김에 여자애의 몫까지 따라서 거실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고맙습니다.”화장실에서 나온 여자애는 마시라는 말도 안했는데 물 컵을 들어 벌컥벌컥 마셨다.술을 어지간히 먹었나 보군. 물 들이키는 걸 보니...“전 이제 어떡하면 좋아요, 이모
'추리퀴즈'-당신의 추리력은
권경희 작가
2023.03.1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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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마세요.”“하지만 나를 지켜보고 있는 놈이 있을지 모르니 조심해야 돼요. 내가 앞장서서 걸어 지하 구내식당으로 들어 갈 테니 좀 떨어져서 걷다가 들어와요.”준철이 지하 계단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은 얼마 후 구내식당에서 셀프서비스 식판을 앞에 놓고 마주 앉았다.“그래 여긴 웬 일이오? 정말 당신 늙으면 그렇게 되는 것 아냐?”준철은 40대 아주머니처럼 변장한 봉주를 보고 웃음을 삼키며 농을 걸었다.“아이 몰라. 너무 쳐다보지 말아요.”나봉주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감싸며 말했다.“근데 화장술이 보통 아닌데...”“요원 훈련 때
적폐공화국
이상우 작가
2023.03.1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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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운세
임선정 원장
2023.03.14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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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죽었다!그의 ‘사망’ 기사가 오늘 아침 스포츠 신문의 머리를 장식했다. 순수를 지향하는 그가 가장 경멸했던 신문, 스포츠는 무슨 스포츠? 연예인 꽁무니나 핥고 다니는 옐로우, 아니 스칼렛 페이퍼라고 비난했던 신문, 그런 스포츠 신문 중에서도 다른 신문들과 달리 스무 살 처녀의 허리처럼 날렵한 판형에 나긋나긋한 종이로 인쇄한 신문, 그가 가장 혐오했던 그 신문에 독점적으로 실렸다. 전라(全裸)의 여자가 헤벌쭉 웃고 있는 바로 옆자리에 실린 그의 사진. 세상의 번민을 다 짊어진 듯 무겁게 고뇌하는 그의 흑백 얼굴과, 복숭아 빛 화
'추리퀴즈'-당신의 추리력은
권경희 작가
2023.03.1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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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경감은 한발 앞에 가고 있는 조준철을 향해 이렇게 말하고 재빨리 뒤돌아 서서 호텔로 도로 들어갔다.조준철도 얼른 눈치를 채고 호텔 왼쪽을 돌아 골목으로 뛰어갔다. 오른 쪽에 서서 서성거리던 녀석이 재빨리 준철의 뒤를 따라가며 길 건너편에 있는 사람을 보고 손짓을 했다. 그 사람도 급히 길을 가로질러서 달려왔다. 새벽이라 차가 별로 다니지 않아 길을 마구 건너와도 괜찮았다.곽 경감은 재빨리 호텔 이층으로 올라가 계단 창으로 왼쪽 골목을 내다보았다. 조준철은 얼마 가지 못하고 그 사나이에게 붙잡혔다. 머리를 짧게 깎고 체격이 단단해
'추리퀴즈'-당신의 추리력은
이상우 작가
2023.03.1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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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운세
임선정 원장
2023.03.0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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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없이 가족들은 라이머에게 여자로 키울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말해 주었다. 그러자 라이머는 반색을 했다. “아, 그래서 내가 그동안 그렇게 생각했구나. 나는 원래 남자니까.”라이머는 다시 남자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여자의 몸이어도 할 수 없으니 남자로 살아가겠다고 했다. 남자로 살아갈 수 없으면 자살하겠다는 말까지 하였다. 성년이 된 후 라이머는 성전환 수술을 했다. 남자를 되찾은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2004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완전한 남성 성기를 갖고 있지도 않고 남성 호르몬이 많이 나오지도 않을 텐데, 라이머가
'추리퀴즈'-당신의 추리력은
권경희 작가
2023.03.0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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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 동안 고생이 많았겠군요. 주로 어디에 있었어요?”“시골에 있었어요. 조그만 시나 읍 같은 곳에 가면 일자리는 얼마든지 많아요. 신분도 묻지 않고 일당으로 주는 식당 같은 곳도 많고... 하지만 그런 건 힘이 너무 들어서... 친구 집에도 가서 있구요. 처음엔 따라오는 사람이 없나 해서 퍽 조심했어요. 근데 따라 오는 사람이 있긴 있더군요.”“예?”조준철과 곽 경감이 놀라 동시에 큰 소리로 물었다.“호호호... 싱거운 남자들이 한번 사귀자고 줄곧 달라붙던걸요.”“뭐야?”조준철이 여자의 뺨을 살짝 꼬집었다.“그건 그렇고 거미
적폐공화국
이상우 작가
2023.03.0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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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이의 몸이 여자로 되어 버렸으니 그냥 여자 아이로 키워야 하는 건가요?”“법적인 문제는 어떻게 하면 됩니까?”윤소미와 김형준이 연달아 물었다. 그동안 미친 여자처럼 머리를 풀어헤치고 다니던 윤소미는 완이를 되찾은 뒤로 머리를 단발로 짧게 깎아 단정해 보였다. “제가 좀 알아봤는데요...”박민기 검사는 신중하게 답해 주었다. “캐나다에 데이비드 라이머라는 사람이 있었답니다. 1965년생인 그는 쌍둥이 형제로 태어났지요.”김형준 부부는 박민기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라이머는 생후 8개월 되던 때 포경수술을 받으면서 의사의 실수로
'추리퀴즈'-당신의 추리력은
권경희 작가
2023.02.2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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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999에 4884번이든가?”“아직도 그것을 외우고 계시군요. 제가 누님에게 준 학위논문 책표지에 씌어 있었지요. 그 번호예요.”“거미 부대와 길음동의 그 사무실이 틀림없이 연관이 있을 거야. 미스나는 무엇인가를 알텐데...”“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문제는 그 거미부대와 누님이 무슨 관계가 있었나하는 것입니다. 누님은 권력 집단이나 정치 단체 같은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에요. 오죽했으면 시골 학교로 잠적해서 지내고 있었을까요.”“그런데 불가사의한 것은 그 전화번호란 말이야.”곽 경감이 담배를 한 개비 꺼내 물었다.“어디까지
연재
이상우 작가
2023.02.24 1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