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부살인 대행 실태

청부살인사건이 해마다 증가해 사회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동남아 중국 러시아 등 외국인 살인청부업자들까지 국내서 활개를 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접수된 정보에 따르면 속칭 ‘히트맨’으로 불리는 살인청부업자들이 국내의 심부름센터 등과 연계해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살인, 암매장, 납치 등 이 제보자가 전하는 외국인 히트맨들의 끔찍한 활동 실태는 간담을 서늘케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런 제보 내용에 대해 사실로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에 이들은 과연 어떤 이들이고 어떻게 일을 처리하는지 심부름센터 등과 직접 접촉해 그 실체를 파헤쳐 보았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당신의 모든 고민을 해결해 주는 해결사 입니다. 법적으로 해결하시기 어려운 일이나 고민들을 1주일 내 해결해 드립니다. 지금까지 많은 건수를 해결해 왔으며 조금의 실수도 없이 저렴한 비용으로 조용히 일을 해 드립니다. 해결내용과 가격을 설명 해 드리겠습니다.


1.청부살인 (기본 3,000만원 - 대상에 따라 가격책정, 사고 사망으로 위장)
2.청부폭력 (기본 100만원 - 대상에 따라 가격차등)
3.청부납치 (기본 1,000만원 - 3일기준, 의뢰자 절대 비밀보장)
4.총기판매 (500만원 - 소련제품 탄알 10발 지급)
5.기 타 (마약류 취급, 채무해결, 산업절도 등)
메일로 고민상담 후 일주일 내로 해결해 드립니다. 장난사절
한 네티즌이 누군가로부터 받은 이메일이라며 밝힌 내용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영화에나 나올 법한 내용들로 가득하다.
특히 청부살인을 사고사로 위장까지 해 준다는 말은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섬뜩하다. 그렇다면 이 내용들은 정말 실행 가능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이다. 사실 확인을 위해 생활정보지에 “가족의 일이라 생각하고 성실히 고민상담해 드립니다”라고 선전하고 있는 ○○심부름센터로 전화를 걸어 보았다.
30대 중반으로 추측되는 한 남성이 전화를 받았는데, 그는 자신을 최 팀장이라 소개했다. 법적 분쟁으로 골치를 앓고 있어서 누군가를 청부납치 또는 청부살인을 하고 싶은데 가능한지 직접적으로 물어 보았다. 이에 대한 최 팀장의 대답은 이랬다.
“가능하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 달라는 주문이 있으면 일하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일단 일은 일주일을 기준으로 진행된다. 일에 착수하기 앞서 상대에 대한 정보를 줘야한다. 만약 상대의 거주지나 연락처, 주민번호 등에 대한 정보가 없다면 이를 확인하는 데 드는 비용은 따로 계산해야 한다.”

이에 살인청부를 할 경우 구체적으로 일의 진행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묻자 최 팀장은 “그런 것은 대답해 줄 수 없다. 우리는 일을 처리하고 결과만을 통보해 줄 뿐이다. 결과를 통보해 줄 때 그에 대한 증거도 같이 보여준다”며 “이런 일 해 준다면서 돈만 챙기고 사라지는 사기꾼이 많은데 우리는 절대 그런 업자들 아니다. 그러니 안심해도 좋다”고 말했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그가 말한 비용이다. 청부살인 3,000만원, 청부폭력 200만원, 청부납치 1,500만원 이었는데, 이는 앞서 이메일에 드러난 가격과 거의 유사했다.
그 이유에 대해 최 팀장은 “대부분의 센터가 제시하는 가격이 다 비슷비슷하다”며 “일부 센터들이 서로 연락망을 갖춰 청부업자 DB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종의 가격담합이 암묵적으로 이뤄진 셈이다.

그에 따르면 청부업자들은 주로 필리핀 등 동남아인들이거나 중국인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최 팀장의 증언은 다른 센터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이번에는 포털사이트의 해결사 관련 카페에 남겨진 전화번호로 통화를 시도해 봤다. 이번에도 30대 중반의 한 남성이 전화를 받았다. 자신을 오 실장이라고 소개한 이 남성은 통화 초반에는 도청, 미행, 뒷조사 등만 해 준다고 하다가 대화가 어느 정도 진행되자 돈을 조금만 더 쓰면 청부폭력 등도 가능하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오 실장은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좋겠지만 반드시 필요할 경우 청부살인도 가능하다”며 “그럴 경우 필리핀 등 외국에서 사람을 불러 와야 하는데, 비용도 비용이지만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동남아인들이 청부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은 한국영화 ‘달콤한 시간’에도 등장한 바 있는데 이는 전혀 사실과 관계없는 장면이 아니었던 것이다. 또 오 실장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청부업자들은 주로 동남아에서 들어오는데, 깔끔한 일 처리를 위해서는 상대의 신원정보는 의뢰자가 넘겨주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만약 그것이 불가능할 경우 150만원이 추가로 든다는 것. 그가 제시한 살인청부 비용은 2,000만원.
이어 그는 “상대의 위치만 알려주면 이틀에서 사흘내로 처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상대가 일이 많고 바깥 활동이 많을 경우 제거 시점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시일이 걸린다”며 “일이 끝나면 청부업자는 곧바로 출국하기 때문에 뒷일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또 오 실장은 매우 충격적인 이야기를 하나 전했다.

청부살인이 성공했다 하더라도 경찰에 덜미 잡힐 우려가 없냐는 질문에 그는 “그런 것은 추가로 비용을 조금만 더 들이면 감쪽같이 처리할 수 있다”며 “사고로 위장하는 것도 있고 아예 시체를 소각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행불자(행방불명)로 만들어 버리면 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사고사 또는 행불자로 위장하는 방법은 수 없이 많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외국인 청부업자들은 국내 일부 변호사들과도 커넥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의 모 법무사 사무실에서 사무장으로 다년간 근무한 A씨는 “청부살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청부폭력이나 도청, 미행, 각종 뒷조사 등은 재판에 유리한 증거 확보 차원에서 이용되는 경우가 있다”며 “최근 일부 부도덕한 변호사들이 승소율을 높이기 위해 이런 방법도 불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외국인 청부업자들에 대해 아직 정확하게 파악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청부살인사건이 드물게 발생한 사례는 있어도 외국인 청부업자가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른 적은 없다”며 “외국인 청부업자가 국내에 많이 있다는 말도 들어본 적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의 말처럼 국내에 외국인 청부업자에 의한 사건이 한건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03년 4월 17일 부산에서 발생한 러시아 마피아 두목 살해사건이 있었다. 당시 피살된 이는 러시아 마피아 두목 나우모프 바실리(당시 54세)라는 인물로 그는 고려인으로 추정되는 젊은이로부터 소음기가 달린 권총에 피격돼 숨졌다.
이 고려인은 이른바 ‘히트맨’이었던 것이다. 경찰은 당시 용의자 검거에 총력을 쏟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이 처럼 외국인에 의한 청부살인도 모자라 불법 총기까지 난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국내에서 외국인 청부살인 사건은 발생한 적 없다’고 말해 보안의 허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