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대한민국은 사회 모든 분야에서 고된 목소리가 줄을 이을 정도로 힘든 한해였다. 그만큼 다사다난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충격적인 사건도 많았다. 이른바 ‘바다이야기’로 대변되는 사행성 게임 비리의혹 사건은 정·관계 인사들이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며 충격을 던져줬다. 특히, 사행성 게임에 빠져 큰돈을 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민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정책 실패가 도마 위에 올랐다.
올해 가장 눈에 띄는 사건은 사법부를 둘러싼 잡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법조브로커 윤상림, 김홍수씨 사건이 잇따라 불거져 연루 검사와 판사가 대부분 옷을 벗었다. 가장 깨끗해야 할 최고의 권력기관이 ‘돈의 노예로 전락한 것은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다. 자체 정화 노력은 차치하고 법원과 검찰의 충돌로 이어져 국민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이밖에도 정진석 추기경 선출, 황라열 총학생회장 탄핵, 서방파 보스 김태촌 재구속 사건 등이 잇따라 사회면 머릿기사로 처리된 한 해였다.


‘야동의 지존’ 김본좌 구속사건

2006년 인터넷 세상을 한바탕 뒤흔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것은 바로 ‘야동의 지존’이라 불리는 속칭 김본좌 구속 사건이다.
김본좌는 성씨 ‘김’에 무협지 등에서 자신을 높여 사용하는 호칭인 ‘본좌’라는 말을 합친 것으로 일종의 별명이다. 그는 ‘싱하형’과 함께 인터넷 세상의 양대 산맥으로 국내 인터넷상에 돌고 있는 포르노 동영상(야동)은 대부분 그가 유포시킨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가 뿌려댄 야동은 대략 2만여편. 말 그대로 ‘야동의 지존’이었던 것이다. 이 사건은 현실과 다른 인터넷 상의 비뚤어진 성 관념을 수면위로 부각시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명계남, 바다이야기 의혹에 곤혹
‘참여정부 최대의 게이트’, ‘노무현 정권을 몰락시킬 스캔들’ 등 온갖 소문과 함께, 사행성 게임기 ‘바다이야기’에 연루됐다는 의혹에 휩싸이며 세간에 파장을 불러일으킨 명계남(55)씨. 명씨는 ▲‘바다이야기’의 제조·판매업체의 실질적인 지분 소유 ▲상품권 발행업체의 지분을 차명으로 소유 ▲오락게임의 영상물등급 심의과정에 압력을 행사한 유력한 여권 실세라는 등의 의혹에 시달려왔다. 하지만 명씨는 “이 정부를 몰락시키려는 세력과 권력 언론의 음모”라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황라열 서울대 총학생회장 탄핵
‘이력 부풀리기’ 논란으로 서울대 총학생회장 당선 두 달여 만에 탄핵된 황라열(30)씨도 올 한해 논란의 중심부에 위치했던 인물이다. 그간 ‘괴짜 총학생회장’으로 불리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던 황씨는 프로필 과장, 허위 이력 등으로 구설에 오르면서 지난해 6월 12일 서울대 총학생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당시 본지(634호)와의 인터뷰서 “프로필 과장은 사실이지만 공식 이력엔 문제없다”며 ‘부당한’ 청문회와 일사불란하게 진행됐던 ‘성급한’ 탄핵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한 바 있다.


서방파 보스 김태촌 다시 구속
폭력조직 서방파 두목 출신의 김태촌(59)씨가 연예사업과 관련, 영화배우 권상우(31)씨를 협박했다는 사실도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김씨는 “권씨를 협박한 사실은 없고, 통화는 한 번 했다”고 둘러대 언론과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기도 했다. 권씨 협박 혐의와 함께 진주교도소 재소 당시(2001년 4월~2002년 8월) 교도소 보안과장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로 구속돼 있는 김씨는 설상가상 ‘일본 야쿠자 개입’ 정황까지 포착돼, 현재까지도 검찰의 광범위한 내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훈 대법원장 법원·검찰 갈등 심화
이용훈 대법원장의 사법부 안팎을 뒤흔든 ‘직설적 발언’ 파문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대법원장은 지난해 취임 1주년(9월 25일)을 앞두고 일선 법원을 순시하면서 검찰과 변호사들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내, ‘공판중심주의’를 둘러싼 법원과 검찰의 갈등은 증폭됐다. 이후 검찰과 대한변협은 사법사상 처음으로 공식적인 유감의 뜻을 밝혔고, 법원 측은 공판중심주의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오해라고 해명했다.


사법부 망신 법조브로커 윤상림, 김홍수
단군 이래 최악의 법조 비리 사건의 주인공 윤상림과 김홍수. 두 사람은 세간에 소문으로만 떠돌던 이른바 초대형 법조브로커로 사법부의 신뢰를 바닥에 떨어뜨린 장본인들이다.
김홍수는 ‘브로커 다이어리’를 통해 당시 조관행 고등 부장판사, 김영광 검사, 민오기 총경 등 고위 공직자들을 구속시키는 초유의 사태를 초래하기도 했다.
또 윤상림은 법조계 뿐 아니라 정치권실세들과도 연관된 것으로 전해졌는데, 윤씨의 청와대 출입기록을 공개하라는 검찰의 요구를 청와대가 거절해 그 이유를 둘러싸고 거대 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기도 했다.


정진석 대주교 한국 2번째 추기경 선출
김수환(85) 추기경 이후 37 년 만에 한국 천주교 사상 두 번째로 정진석(76) 서울대교구장이 추기경이 된 것도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다. 정 추기경 서임은 한국 천주교회의 위상과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영향력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정 추기경은 만 80세 미만 추기경을 대상으로 하는 콘클라베(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의 비밀회의)에 참석할 수 있고, 교황으로 선출될 자격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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