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대통령 비서관 사칭 사기 풀스토리
최근 전두환 전대통령 비자금 담당 비서관을 사칭해 3년 동안 무려 41억 원을 가로챈 ‘엄청난 사기꾼’이 검찰에 덜미를 잡혔다. 무역업체 N사 대표인 김모(42)씨가 그 장본인.
김씨는 지난 2003년부터 최근까지 전 전대통령의 은닉비자금을 둘러싼 갖가지 소문을 이용, ‘대담하고도 어처구니없는’ 사기행각을 벌이다 지난해 12월 27일 검찰에 구속됐다. 김씨가 운영한 N사는 고가의 화장품 등을 국내외에 판매하고 있다. 이 화장품은 ‘콜라겐’ 등의 효능을 인정받아 특허까지 받아 최근 ‘주가상승세’인 수입회사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김씨는 구권화폐를 이용한 사기를 벌여 엄청난 파문을 몰고 온 ‘큰 손’ 장영자씨의 사기행각도 모방해 거액을 챙긴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김씨가 어떤 수법으로 ‘간 큰’ 사기행각을 벌였는지 그 전모를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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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따르면 김씨의 사기행각은 지난 2003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씨는 지인 홍모씨를 통해 부동산 시행사를 운영하는 송모씨를 소개받았다.
검찰조사에 따르면 사실 이 만남은 김씨가 송씨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것이었다.
송씨가 평소 전 전대통령의 은닉한 땅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인물이라는 것을 홍씨를 통해 알게 된 것.
이후 김씨는 송씨에게 자신을 ‘전두환 전대통령의 비자금 담당 비서관’이라고 소개했다. 뿐만 아니라 김씨는 ‘연희동 어르신’을 운운하며, 1995년부터 최근까지 계속 불거지고 있는 전 전대통령의 은닉비자금 행방에 대해 다 알고 있다는 듯 이야기하며 송씨의 관심을 끌었다. 이에 귀가 솔깃해진 송씨는 김씨를 무조건 신뢰하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에 대해 “풍채가 좋고 번듯해 누구도 그가 사기꾼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것”이라며 “대부분의 사기꾼이 그렇듯 김씨도 상당한 언변의 소유자였다”고 말했다.

이후 김씨는 송씨에게 “송파구 방이동 일대 11만여 평 땅이 전씨가 숨겨놓은 땅인데 약정금을 주면 부지를 매수해 반값에 주겠다”고 속여 30억원을 받아 가로챘다.
원래 이곳 일대 땅은 총 시가가 5,000억 원에 달해 송씨로부터 계약금 명목으로 받은 30억원만으로 부지를 매수하는 것은 어림없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게다가 이 일대는 각 필지의 소유자가 모두 달라 이곳 땅을 계약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검찰은 밝혔다.
하지만 김씨는 자금을 더 마련하면 마치 방이동 일대 부지에 대한 계약이 가능한 것처럼 속인 뒤, 이번에는 구권화폐와 관련된 거래를 제안했다.

김씨는 송씨에게 “중국 등지에서 구권 달러를 50%의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며 “이를 다시 홍콩 등지에서 유통하면 돈을 두 배로 만들 수 있다. 4억원을 주면 8억원을 만들어 방이동 부지를 매수하는 자금으로 사용하겠다”고 제의했다.
이 말에 속은 송씨는 그 자리에서 김씨에게 4억원을 건넸다. 김씨는 송씨를 안심시키기 위해 실제로 중국에서 통용되고 있는 구권 달러 등 일부를 구해와 4억원에 대한 담보로 맡기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김씨는 송씨가 자신을 끝까지 믿는 눈치를 보이자 또다시 작업에 들어갔다.
2004년 6월경 분당의 한 커피숍으로 송씨를 불러낸 김씨는 태연하게 “중국 등지에서 구권 달러를 확실하게 구해 놨다. 이제 이를 유통해 구권 달러를 두 배로 불리는 일만 남았는데, 돈이 조금 부족하다. 1억원만 구해보라”고 말했다.
귀가 솔깃해진 송씨는 다음날 바로 1억원을 건넸다. 이런 식으로 김씨가 송씨에게 뜯어낸 돈은 6차례에 걸쳐 무려 4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송씨가 김씨로부터 이상한 낌새를 전혀 느끼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30억원에 이어 수억 원씩 여러 번 건넸는데도 불구하고 방이동 일대 부지 계약을 차일피일 미뤄 미심쩍기도 했다는 것.
하지만 그때마다 송씨는 김씨가 갖고 있던 중국 구권 달러 수백여 장들을 떠올리며 “전씨의 은닉비자금 등을 맡으며 수천억 원대를 굴리는 분이 설마 내 돈 41억원을 삼킬 리 없다”고 불안한 속내를 달랬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 담당자는 “부동산업계에서 도는 소문에 민감한 부동산 시행 관련자가 이처럼 어처구니없게 사기를 당한 것은 의외”라며 “한번만 확인했어도 쉽게 알 수 있는 뻔한 거짓말에 너무나 쉽게 속아 넘어간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한편, 사기의 대상이 됐던 방이동 부지는 주변이 모두 개발됐는데도 유독 미개발로 남아 있어 부동산 업계에서 ‘전두환 전대통령 은닉재산’이라는 소문이 났던 곳이다.
실제로 송파구 일대 A부동산 관계자는 “방이동 부지뿐만 아니라 오륜동 일대에 비닐하우스 촌이 아직 많은데 이곳 역시 미개발로 남아 있어 전 전대통령이 은닉해 놓은 땅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며 “하지만 단지 소문일 뿐 사실여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전두환 전대통령 ‘비자금’ 실체 ‘채권만 2조원’ 소문 무성
언론과 여론의 대대적인 관심에도 불구하고 전씨를 둘러싼 재산 및 비자금 등의 정확한 액수와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 때문에 ▲구권화폐 보존설 ▲기업인 종교인 통한 해외 유출설 ▲부동산 유입설 ▲무기명 채권 보관 및 세탁설 등 각종 의혹들이 무성하다.
현재 전 전대통령을 비롯, 그의 직계가족이 보유한 부동산의 시가총액은 무려 3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지난 2003년 4월 전씨가 “나의 재산은 29만 1,000원이 전부”라고 했던 액수보다 10만배가 훨씬 넘는 액수다.
지난 1996년 전 전대통령 비자금 공판에서 검찰은 “전씨가 재임 기간에 무려 9,500억원의 자금을 조성해 무기명 채권 등으로 은닉했다”고 밝혔다.
검찰의 분석이 과대 평가됐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2,000억원 정도는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전 전대통령은 1997년 4월 대법원 확정판결에서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받았지만, 현재 1,672억원을 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사채시장에선 전씨 주변 인물들이 줄곧 무기명 채권 등을 현금화해 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사채업자들은 “아직까지 현금화되지 않은 채권이 2조원대에 이른다”고 말해 정치권과 재계의 검은 돈이 기회를 엿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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