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W중학교 집단 폭행 동영상 따라한 겁없는 10대 여중생 폭행 동영상 모방사건

지난해 말 안산 W중학교 폭행동영상이 인터넷에 떠돌아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안산 W중학교 동영상 폭행사건의 후폭풍이 최근 관악구 봉천동에서도 일어났다. 모방범죄는 성인뿐 아니라 겁 없는 10대에게도 깊게 심어져 있었다는 것을 반증한 것이다. 안산사건과 비교해 어떤 점이 달랐는지 취재해보았다.



동영상 모방 범죄의 가해자 H(17)양과 B(15)양. 가정환경을 비관하여 가출한 이들은 4일간 찜질방과 PC방 일대를 떠돌다 사건당일인 크리스마스 날 돈이 떨어졌다. 돈이 떨어진 이들은 며칠 전 보았던 안산 폭력 동영상을 떠올렸다.
특히 가해자 H양은 폭력과 관련, 전과 4범인 상황. 이들은 금품을 갈취하고 동영상촬영을 미끼로 피해자를 입막음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오후 4시 40분 쯤, 봉천동 주택가 일대에서 범죄를 모의하던 이들의 눈에 피해자 A양(14)이 들어왔다. 이들은 주위를 살피며 일부러A양에게 접근, 몸을 부딪쳤다. 몸을 부딪친 A양이 반사적으로 이들을 쳐다보자 A양을 양 옆으로 감쌌다.
또한 귓속말로 “친구인 척 하지 않으면 죽여 버리겠다”며 A양을 협박했다. 인근 빌딩 지하로 A양을 데려간 이들은 맞기 싫으면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했다. A양은 순순히 돈과 장갑 등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들은 A양을 순순히 돌려 보내주지 않았다.

“인터넷에 유포시킬 거야”
이들은 “얼마 전 안산 W중, 동영상을 보았느냐”며 A양에게 옷을 벗을 것을 요구했다. A양은 울면서 이들에게 봐달라며 사정했다. 이들은 폭력을 미끼삼아 A양을 협박했다. 두려움을 느낀 A양이 외투를 벗자 이들은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촬영하는 척 했다. 실은 이들의 폰은 꺼져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이 사실을 모르는 A양은 두려움에 떨며 끝까지 남방을 벗지 않았다. 이들은 A양이 신고할 것을 염려했다. 결국 A양의 남방을 찢어 브래지어만 남긴 채 동영상을 촬영하는 척했다.
“신고하면 인터넷에 올린다”며 A양을 남겨두고 이들은 빌딩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이들이 동영상을 올릴지도 모른다는 것을

두려워한 A양은 기지를 발휘, 이들의 뒤를 밟았다. 인근 PC방으로 사라진 이들을 확인한 A양은 곧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관악경찰서 형사계 폭력 2팀이 이들을 체포한 것은 불과 20분 후.
PC방 복도에서 담배를 피던 이들은 형사와 함께 온 피해자 A양을 발견하고 PC방 화장실에 숨었다. 그러나 피해자와 동행한 형사들에 의해 이내 붙들렸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며칠 전 안산에서 있었던 동영상 협박사건을 TV에서 보았다”며 “동영상을 촬영하면 신고를 못할 줄 알았다”고 말하며 고개를 떨구었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에 따르면 “모방 범죄가 어른뿐 아니라 호기심이 많은 10대 청소년에게도 널리 퍼지는 양상”이라며 “이번 사건은 특히 이런 모방 범죄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1일 안산 W여중 3학년 A(16)양이 같은 학교 친구인 B,C,D,E 양 등 4명에게 집단 폭행당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되었다. 이날 오후 동영상 포털 판도라 TV에서 ‘10대 소녀 집단 폭행 동영상’이라는 제목으로 공개된 3분40여초 길이의 이 동영상에는 충격적인 폭행의 현장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안산 동영상이 교본
평상복을 입은 한 여학생이 피해 학생의 안경을 벗긴 후 주먹으로 머리를 집중적으로 내리친 충격적인 장면이 나왔다. B양은 “너가 왜 이렇게 만들고 OO이야” 라고 말하면서 A양을 계속 손바닥으로 내려치기도 했다.
또한 A양이 흐느끼자 “왜 또 그래” 라고 노래까지 흥얼거리면서 A양을 연이어 구타했다. 급기야 A양이 울기 시작하자 주변에서 지켜보던 B양도 발로 차고 주먹으로 머리와 몸을 때리며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C양은 “왜 울어 OO년아”라고 말하면서 뺨을 때리기도 했다.

이 동영상을 공개한 판도라 TV측은 “동영상은 네티즌의 제보로 제작됐다”며 “2006년 12월 8일 촬영된 이 충격적인 동영상의 공개에 관해 고민이 많았지만, 말로만 듣던 10대 학원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제보 받은 영상의 편집본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한편 폭행 동영상이 인터넷에 뜨자 A양의 어머니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범행에 직접 가담한 B양, C,D양과 동영상을 촬영한 E양 등의 신원을 확인한 뒤 폭행 진위 여부와 유포 경위 등을 조사했다.
가해 학생들은 폭행 사실을 대부분 인정했지만 한 학생은 “예전에는 더 심하게 때렸는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왜) 커졌는지 모르겠다”며 폭행 사실은 인정하지만 잘못은 없다는 태도를 보여 학생들을 비롯한 일반시민들에게 충격을 던져주었다.

이번 사건은 10대들의 폭력도 문제이지만 동영상 촬영을 미끼로 피해자들의 입을 막으려했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이번 봉천동사건은 안산사건처럼 실제촬영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동영상 유포라는 최악의 사태는 없었다. 그러나 유사모방사건이 번질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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