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이며 역사학자인 클린턴 로시스터(1917-1970년) 교수는 정부 관리들이 적절히 통제되지 않을 땐 폭군으로 변한다고 경고 했다. ‘정부 관리는 통제될 때 가장 유용한 심부름꾼(servants)이 되지만, 통제를 벗어나게 되면 난폭한 폭군이 되고 만다.’고 했다.

국가 관리들이 통제되지 않을 경우 폭군으로 변한다는 지적은 우리나라 관리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 관리들은 투자 활성화를 가로막고 기업인들을 울리는 악성 규제 와 관련, 국회에 책임을 떠넘기곤 한다. 그들은 나쁜 규제를 철폐하기 위해선 국회가 관련 법규를 개정해줘야 한다며 국회에 책임을 전가하곤 한다.
하지만 조선일보 8월26일자 보도에 의하면, 유망 서비스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혁 과제 135개들 중 112개는 국회가 관련 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하지 않아도 개혁이 가능하다고 한다. 112개들 중 27개는 관련 부처들이 단순히 시행령을 바꾸거나 장관 고시 등만 고치기만 해도 된다.

또한 85개는 관련법이나 시행령을 손대지 않고서도 풀 수 있다.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법안들이 입법화된다면 더 좋지만, 해당 부처가 용의주도하게 움직여 준다면 국회와 관계없이 스스로 추진해갈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각 부처 장관들이 적극적으로 임한다면 야당의 협조가 없더라도 몹쓸 규제는 상당 부분 혁파될 수 있음을 엿보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리들이 국회를 탓하며 규제 철폐에 적극 나서지 않는 데는 반드시 까닭이 있다. 장관은 소신이 부족하고 관리들에 대한 장악력이 떨어지며 그들에게 휘둘린다. 그런가하면 관료들은 보신주의에 빠져 과감히 규제 혁파에 나서지 않고 복지부동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내수 활성화를 가로막는 악성 규제를 “쳐부술 원수”라고 규정하며 관리들에게 쳐부스도록 채근해 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거듭 독촉해도 관련 관리들은 앞에선 “예 예” 하면서도 뒤로는 뭉개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밖에도 중앙 정부가 규제완화를 촉구해도 지방자치제에서 나몰라라 하는 경우도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국민을 위해 봉사토록 고용된 관리들이 ‘심부름꾼’이 아니라 국민을 괴롭히는 “폭군“으로 역기능한다.

로시스터 교수의 지적대로 ‘정부 관리는 통제될 때 “가장 유용한 심부름꾼”이 되지만, 통제를 벗어나게 되면 난폭한 “폭군”이 되고 만다.’ 그래서 그런 관리들은 가혹하리 만큼 ’통제‘되지 않으면 아니 된다.

일부 고위 관리들은 재직시에는 보신주의로 납작 엎드려 있다가 퇴직 후엔 유관 업체에 간부로 들어가 ‘관피아(관리+마피아)’로 펄펄 뛴다. 유관 업체의 관피아로 옮겨 앉은 전직 관리는 민관유착의 고리가 되어 “눈감아주기“의 길을 튼다. 관피아의 폐해는 세월호 참사 같은 대형 사고의 간접 원인이 되기도 한다.

투자를 가로막고 기업인들을 괴롭히는 규제의 적(敵)은 외부에 있지 않고 관료조직 내부에 있다. 내부의 적을 척결하려면 관리들에 대한 엄격한 통제가 요구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월13일 규제와 관련, “잘 안 되고 있는 것을 나에게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관리들이 복지부동하는 한 대통령에게 가져간다고 해결될 수 없다. 관리들이 “유용한 심부름꾼”이 되기 위해선 엄격히 통제되어야 한다. 규제 혁파에 소극적이며 복지부동하는 관리에게는 중앙이나 지자체 가릴 것 없이 징계 등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규제 개혁을 위한 관리 징계는 몹쓸 규제가 “쳐부술 원수”라는 데서 국민 모두가 지지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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