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의 은밀한 기록

[일요서울 | 서준 프리랜서] 이제 사진찍기는 우리들의 일상이 됐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이 곧 사진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스마트폰으로 누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다. 특히 연인사이에 찍는 누드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영원히 서로의 아름다움을 기억하는 것은 좋은 일지만, 이것이 자칫 유출됐을 때에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보다는 다소 ‘음란한 커플’들이 사진을 찍어 음란사이트에 올리는 경우도 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의 댓글이 목적이다. 스마트폰으로 찍는 커플 누드 사진, 문제는 없을까? 그리고 그들의 왜 그것을 찍는 것이며 또 어떻게 유출되고 있는 걸까?

얼마 전 남자 친구와 심하게 다툰 뒤 헤어진 최지민(28)씨는 최근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함께 사귀던 시절에 찍었던 자신의 누드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됐기 때문이다. 그것도 그냥 ‘아름다운 수준’의 누드 사진이 아니라 성기와 얼굴이 버젓이 드러나는 사진이었다. 물론 당시에는 기꺼이 응했기 때문에 그 사진을 찍은 것은 사실이었다. 남자친구가 원하기도 했지만, 자신도 그런 사진을 보면서 남자친구와의 섹스도 생각하고 또 흥분감을 누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렇게 좋았던 관계도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것이 일상사. 남자 친구가 바람을 피우기 시작하면서 둘은 ‘진흙탕 싸움’을 시작했고, 최씨는 남자친구의 사회생활까지 망치는 수준에 이르렀다. 결국 앙심을 품은 남자친구는 최씨의 누드 사진을 유포시키기로 결심했고 이러한 상황은 최씨에게 여자로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 물론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그녀의 얼굴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익명의 남성들이 자신의 성기와 얼굴을 ‘즐겼다’는 사실에 그녀의 수치심은 절망의 바닥으로까지 내려갔다. 그녀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생각해보면 내게도 잘못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그 남자가 쌓아왔던 사회적 관계들을 망쳤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개인적으로 찍은 사진을 유포하는 것은 범죄행위 아닌가. 경찰에 상담을 해봤지만 증거가 필요하다고 했다. 본인이 직접 올렸다는 증거 없이는 아무리 고소를 해봐야 무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적이 있는데, 그 사이에 다른 사람이 올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럴 경우에 그 남자는 혐의를 벗을 수 있다고 했다. 어쨌든 이제는 정말 죽고 싶은 마음뿐이다. 한번 남자를 잘못 사귀어서 생기는 피해가 이토록 클지를 몰랐다.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같은 피해를 입은 사람은 최씨만이 아니다. 지금도 각종 음란사이트에는 수많은 남녀의 커플 누드 사진과 섹스 동영상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모두는 다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의 그 누구도 자신의 섹스 동영상을 남들이 볼 수 있기를 원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여자라면 더더욱 말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왜 여성들은 누드 사진이나 섹스 동영상을 찍는 것일까? 첫 번째 이유는 여성들이 남성들을 지나치게 믿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결혼까지 한 사이에 남편이 아내의 얼굴을 세상에 공개할 리는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을 한 여성들은 순순히 촬영에 응하게 되고 그것을 하나의 ‘추억거리’, ‘재미거리’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흔하다. 물론 결론은 그렇지 않고 ‘최악’이 되는 경우가 흔하지만 말이다. 또한 남자친구와 사귈 때 ‘남자기 원하기 때문에’ 순순히 응하는 경우도 많다. 생각보다 많은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순응하고 복종적인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녀들로서는 남자의 강한 요구를 거부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렇게 남자의 요구나 혹은 ‘추억거리’가 아닌, 서로가 원해서 음란한 사진을 찍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도 여자도 섹스를 아주 밝히거나 혹은 소위 말하는 ‘색녀’에 해당하는 경우다. 말 그대로 ‘남자 없이는 잠을 못자는 여자’라고 할 수도 있다. 실제 취재진은 이러한 여자 친구를 두어 수많은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다는 한 남성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2년 전에 사귀다가 헤어진 여자 친구가 있다. 처음에는 무척 조신해보였는데 사귀다 보니 섹스를 너무나 밝혔다. 이틀에 한번 정도 섹스를 하지 않으면 짜증을 낼 정도였다. 나중에는 내가 너무 힘들다고 고백했더니 곧바로 ‘헤어지자. 나는 섹스를 못 참아서 섹스 잘하는 남자를 사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여자는 이제까지 나를 섹스 때문에 만났나 하는 생각에 배신감이 들었다. 하지만 더 이상 그녀의 요구에만 응하기는 힘들었다. 특히 그녀는 단순히 섹스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과정을 촬영했고 사진도 찍었다. 어떤 때는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을 하기 위해 섹스를 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아무리 내가 남자라도 그것이 유포될까봐 걱정이 된 것이 사실이었다. 여자가 더 피해를 입기는 하겠지만, 내 얼굴도 고스란히 나왔으니 나중에 결혼할 때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제까지 찍은 모든 사진과 동영상을 없애고 헤어졌다.”

철저히 거부하되 각자 보관하라

이 남성의 경우는 매우 특이한 경우이기는 하지만, 현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이다. 특히 노출증이 있는 여성들의 경우에는 이러한 사진과 동영상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노출증이 있는 여성들은 자신의 벗은 모습, 섹스하는 모습, 남자를 만족시키는 모습에서 자부심을 가지게 되고 그것이 여성으로서의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방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역시도 익명의 대중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일부 여성들 역시 이런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고, 또 앞서 경우처럼 헤어지면서 남성에게 앙심을 품었다면 자신의 얼굴이 나오지 않은 사진을 인터넷에 올릴 가능성도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녀가 합의 하에 자신들이 찍은 자료들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즐기는 커플들도 있다. 물론 이럴 경우에는 대부분 얼굴이 나오지 않는다. 이들은 대부분 네티즌들의 환호와 댓글에 관심을 갖고 계속해서 사진과 동영상을 찍게 하는 심리적 동력이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럴 경우에는 누군가 한명에게 치명적 피해가 가는 일은 줄어들 수 있지만, 문제는 이러한 것들이 음란한 사진의 유포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성문화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우려도 있다.

이러한 누드사진, 동영상 촬영에 대해 전문가들은 ‘철저하게 거부하되, 정 그렇지 못할 경우라면 남녀가 함께 각자 공유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거부를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일이 끝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얼굴이 나오는 비율을 동일하게 하고, 또한 그것을 함께 소유해야한다고 말한다. 그래야만 그것이 어느 일방의 ‘무기’가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쪽이 공개하면 다른 한쪽도 공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유포의 가능성을 낮춰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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