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장의 막말과 욕설은 2000년대 이후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독재 권력이 해체되고 사회 지배층의 권위 또한 붕괴되면서 막말과 욕설을 통제할 권위마저 사라진 데 연유한다. 피흘려 얻은 자유는 책임감 없는 방종으로 변질돼 욕설을 거침없이 내뿜게 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같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는 욕설을 더 빠르게 확산시켰다. 욕설은 언론에 뜨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 수단으로 악용된다. 거기에 좌우 이념 대결과 지역주의 갈등이 가세했다. 이제 중·고교 학생들의 입에서도 “X발”이란 욕설이 주저없이 터져 나온다.

요즘 거듭된 욕설로 만인의 기피 인물로 찍힌 사람은 세월호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의 김영오 씨다. 김 씨의 욕설은 4월17일 전남 진도 체육관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면전에서부터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아주 씨X, 내가 다 받아버릴까 한번”하며 막갔다. 그는 46일 단식을 마치고 8월28일 청와대로 가던 중 경찰에 제지당하자 또 다시 폭발했다. “씨X 이런 개 같은 놈들이 충성하니까 저 안(청와대)에 있는 년도 똑 같은 거야. 아주 XX년이지”라고 소리쳤다.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김영오 욕설 반열에 오를 만하다. 그녀는 세월호 진상규명과 관련, 박 대통령을 “당신은 국가의 원수(怨讐)”라고 폭언했다.

시위집회 현장의 경찰관에 따르면, 집회 참석자가 경찰에게 “네 부모는 네가 정권의 개로 사는 건 알고 있냐”고 소리치자, 참가자들은 “잘 한다” “더 조저라”라고 박수를 쳤다. 2년 전 민주당의 서울 노원을 후보로 출마했던 김용민 씨는 ‘나는 꼼수야’ 프로를 진행하면서 막말로 떴다. 그는 “우리 아버지가 목사질 해먹고 산다” “라이스 미 국무장관을 강간하면 된다” 등 상말을 토해냈다. 김 씨는 자신이 막말질 해먹고 산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2008년 10월 민주당의 이종걸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가리켜 “국민 사기극으로 정권을 잡은 이명박”이라고 했고 장관과 차관은 대통령의 “졸개들”이라고 했다. 전형적인 노이즈 마케팅이었다. 노무현 정부의 이해찬 총리는 2005년 10월 유럽 순방 중 식사를 겸한 기자간담회에서 “조선·동아는 더 이상 까불지 말라” “조선·동아는 내 손아귀 안에서 논다”고 했다. 김영오 욕설 수준엔 못 미쳤지만 시정잡배와 다름없는 상말이었다.

그러나 구미 선진 국가들은 전혀 다르다. 2009년 9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할 때, 공화당의 조 윌슨 하원 이원은 “당신 거짓말하고 있어”라고 소리쳤다. “거짓말”한다는 말 한마디로 바로 그날 하원은 윌슨 의원에 대한 비난 결의안을 채택했다. “윌슨은 상·하 합동회의 품격을 떨어뜨렸고 예절을 위반해 하원을 불명예스럽게 했다.“고 엄중히 질책했다. 윌슨의 지역구에서는 하루 사이 윌슨의 경쟁 상대에게 50만달러(5억원)의 후원금이 쇄도했다. 2012년 영국의 나지르 아프매드 노동당 소속 상원의원은 “오바마에게 현상금 1000만 파운드를 걸겠다.”고 발언했다가 정직 처분을 당해야 했다.

어느새 막말과 욕설은 우리나라 총리로부터 중·고교생에 이르기 까지 거침없이 내뱉는 지경에 이르렀다. 욕설과 막말 악습을 방치한다면 대한민국은 더 더욱 거칠고 살벌해져 서로 치고받는 조폭 집단으로 전락되고 만다. 뿐만 아니라 국민 화합을 해치고 갈등과 대결을 격화시키며 폭력을 증폭시킨다. 국가의 품격도 야만인 수준으로 밀어낸다.

한문에 구시화지문(口是禍之門), 설시참신도(舌是斬身刀)란 문구가 있다. 입은 화를 불러들이는 문, 혀는 자기 몸을 베는 칼이란 뜻이다.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내뱉은 욕설과 막말은 개인과 국가에 상처를 주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자기 몸을 벤다. 늘 마음속에 되새겨 두어야 할 소중한 경구(警句)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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