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변명 ‘불륜’

[일요서울 | 서준 프리랜서] 남성이 나이가 들었음에도 불륜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30~40대의 불륜이야 그나마 더 나이가 든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젊은 사람’이기에 가능한 것도 있다. 하지만 50대가 넘어서 할 수 있는 불륜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물론 남녀 사이의 불륜이라는 것을 특별히 범주화하는 것이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몇 가지 분류는 가능하다. 특히 여자가 50대가 됐을 때에는 성욕이 더욱 강해지는 것은 물론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을 경우 돈 많은 남자에게 끌리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주변의 여자나 남자에게 ‘나는 아직도 건재하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 불륜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 과연 50대 이상 불륜의 세계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지난 달 중순 서울 영등포구 일대의 한 콜라텍. 대낮 임에도 마치 TV 속에서나 나올 법한 ‘꽃할배’들이 주변을 서성이고 있다. 여자들도 마찬가지다. 원색의 원피스를 입은 여성들이 떼지어 오간다. 그들의 통화를 들어보면 보통의 20~30대가 하는 통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야, 그년들 튀었어’ ‘그 아저씨는 돈이 별로 없는 거 같아’

서로의 짝짓기를 위해 50대 이상의 남녀가 한곳에 모여 그렇게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던 것이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 이러한 분위기는 더욱 가속화된다. 술에 취한 남성과 여성이 길거리에서 손을 잡거나 몸을 감싸기도 한다. 이러한 풍경은 오로지 영등포 콜라텍 인근에서만 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본능적인 남녀의 만남을 욕할 수는 없다. 젊든 늙었든 이성에 대한 갈망은 영원하기 때문이다. 다만 젊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원하는 ‘젊잖게 늙어가는 것’에는 부합하지 않지만 각자의 본능에 충실하겠다는데 딱히 더 할 말이 없다. 내일모레면 50대 후반으로 꺾인다는 한 남성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중년이 넘어서면 여자에 대한 갈망도 줄어들 것 같았는데, 실제 그런 것도 아니더라. 오히려 외롭고 쓸쓸하니 더 여자가 있었으면 좋겠고, 젊은 시절 몸을 잘 관리한 덕인지 여전히 충분한 섹스도 할 수 있다. 하룻밤에 한 여자 만족시켜주는 정도는 거뜬하다. 문제는 우리 같은 나이 든 사람이 여자를 만날 수 있는 건 이런 곳 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산악회 같은 곳도 있다고는 하지만 나는 산을 좋아하지 않아서 콜라텍이 훨씬 낫다.”

취재진은 그에게 ‘나이가 들었음에도 여자들이랑 함께할 수 있는 비결’을 물었다. 그러니까 동년배의 중년 여성들은 어떤 남성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이었다. 그는 서슴지 않고 대답했다. 

“딴 거 있나. 돈이다. 수천만 원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루 놀 때 아낌없이 돈을 쓸 수 있는 남자를 좋아한다. 거기다 선물이라도 사주면 마다할 여자가 어디 있겠나. 젊으나 늙으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최고다. 거기다가 명품을 지니고 있거나 은근히 돈 자랑을 해주면 여자들이 쑥쑥 꼬인다. 그런 노하우가 없는 사람은 이런 곳에 와봐야 만날 허탕만 치고 돌아간다. 이곳도 엄연한 약육강식의 세계인 것이다.”

나이 들어도 변함 없는 성욕

이러한 콜라텍은 일반적인 고령자들이 여성들을 만날 수 있는 아주 흔한 곳이다. 꼭 영등포까지는 아니더라도 오래된 동네 근처에 유흥가가 생겼다고 하면 이러한 고령자를 위한 콜라텍 하나 정도는 생기기 마련. 그렇게 되면 인근은 물론이고 전철로 10개 정거장 이내의 남녀는 다 그쪽으로 몰리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그들은 만남을 가진 후에 무엇을 하는 걸까? 그리고 그들에게 있어 섹스의 비중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이에 대한 질문을 남성과 여성 각각에게 해봤다. 모두에게 있어 섹스는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았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남자들의 경우에는 궁극적으로 섹스가 목적이라고 봐야한다. 이제까지 20~30년 동안 같이 산 부인과 관계하기에는 지겹기도 하고 새로운 여성과 섹스를 해보고 싶은 게 모든 남성들의 바람 아닌가. 물론 그게 불륜이라는 점에서 아내에게는 미안한 부분도 있지만 어차피 아내도 나와 관계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 실제 관계를 하는 건 1년에 한두번 정도다. 그렇다면 남자는 도대체 어디에서 성욕을 해결해야 된다는 말인가. 이런 콜라텍 말고는 없다. 물론 돈이 아주 많다면 성매매 업소를 갈 수 있겠지만, 돈을 그렇게 쓰다보면 한두 푼이 아니라 선뜻 가지 못한다. 또한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그런 곳도 좋아지지가 않는다. 그냥 여자 사귀는 재미도 얻을 수 있는 평범한 곳이 더 좋다.”(57세 남성)

“우리들 같은 경우는 꼭 섹스가 목적은 아니지만, 괜찮은 남자가 있다면 충분히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우리도 여자고 젊은 시절 섹스의 맛을 봤는데 그걸 포기하고 싶겠는가. 여자는 죽을 때까지 여자이고 싶은 경우가 많다. 그러면 사랑받고 싶고 섹스하고 싶은 게 여자의 본능이 아니겠나. 물론 남자가 오로지 섹스만을 목적으로 접근하는 경우라면 좀 그렇지만, 먼저 교제를 한 뒤 섹스를 원한다면 그것은 가능하다.”(55세 여성)

또다른 만남의 장소, 산악회

이성을 갈망하는 50대 이상의 남녀가 즐겨 찾는 또 하나의 곳은 바로 산악회다. 그 나이 또래가 되면 대부분 건강을 생각하기 마련이라 건강도 챙기고 기분도 좋게 하는 등산이 제격인 것이다. 하지만 남녀가 모이는 곳이라면 언제나 ‘필’이라는 게 있기 마련.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 역시 오가기 마련이다. 한두 번 만나서 어울리기 시작하면 좋은 감정도 싹트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연인 아닌 연인이 된다는 것. 물론 이 정도에서 그치면 다행이겠지만 그러한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불륜의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특히 일부 남성들의 경우 아예 불륜 자체를 목적으로 산악회에 가입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남성들은 명품으로 치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산행의 경우에는 술자리가 아니면 이야기할 기회도 그리 많지 않고 자기 자랑할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결국 보여주는 것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몸에 명품을 걸쳐야만 한다.

“명품을 두르면 일단 여자들이 보는 눈이 달라진다. 그냥 후줄근한 옷을 입고 가는 것과 그래도 비싼 용품을 걸친 것은 확연히 다르지 않겠나. 그렇게 하면 여자들에 대한 작업도 쉬워지고 여자들도 잘 넘어온다. 일단 돈이 있다고 생각하면 여자들도 호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만남도 배우자가 사별하지 않는 이상은 ‘불륜’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해도 50대 이상 세대들이 20~30대 젊은 부부들처럼 치열하게 싸우지는 않는다. 살만큼 살았고 서로를 알만큼 알았으니 어느 정도는 포기하고 산다는 것이다. 그래도 부부 사이니 질투가 느껴지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젊었을 때의 열정과는 다르다는 것. 이러한 환경이 중년의 불륜을 부추기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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