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 아들들 근황
최근 김대중(DJ) 전대통령의 차남 홍업씨가 4월 25일 치르는 무안·신안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역대 대통령 아들들의 행보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홍업씨와 동병상련이라고 할 수 있는 김영삼(YS) 전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에게 세간의 시선이 쏠려 있다. 현철씨는 ‘(홍업씨가 금배지를 달게 될 경우) 2008년 4월 총선 출마설’, ‘공천을 둘러싼 커넥션설’ 등 적잖은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이에 본지는 현철씨의 측근 및 상도동 측 관계자를 통해 현철씨의 입장을 전해 듣고, 이와 함께 역대 대통령들의 아들들은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그들의 근황을 취재했다.



박정희 전대통령의 아들 지만씨
코스닥 상장 EG 회장…승승장구


산화철 등 복합재료를 생산하는 코스닥 상장사인 EG사의 박지만 회장. 이미 알려진 바대로, 그는 박정희 전대통령의 아들이자, 유력한 대권 주자인 박근혜 한나라당 전대표의 남동생이다.

이런 까닭에 지만씨가 최대 주주(46%)로 있는 EG사는 ‘박근혜주(株)’라 불린다. 박 전 대표가 지난해 9월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 주가는 1만1,000원대에서 2만원까지 급등했다. 그리고 올해 1월 고건 전총리가 대선 불출마를 발표하자, 또다시 주가가 치솟기도 했다. ‘간접적으로’ 누나의 대선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만일 박 전대표가 한나라당의 대선후보로 확정되고, 한발 더 나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EG의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애널리스트들은 분석한다.

하지만 정작 EG사 내부에서는 이 같은 관측에 대해 상당히 불쾌해하는 분위기다.

EG사 언론담당자는 “‘박근혜주’ 혹은 ‘대권주’라고 불리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박 회장 역시 이 같은 이유로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또 지난해 12월 23일 회사 직원들이 노동조합을 공식 출범시킨 데다, 민주노총 회원사로 가입하면서 지만씨가 다소 당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되자, 그 이후 언론의 접촉을 더 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만씨는 2004년 16살 연하인 서향희 변호사와 결혼한 후 2005년엔 아들(세현)까지 얻으면서 ‘안정적인’ 가정생활을 꾸려가고 있다. 또 박정희가의 첫 손자를 끔찍이 사랑하는 박 전대표가 “세현이를 보고 싶다”고 하면, 삼성동 누나의 집을 찾아가곤 한다고.

EG사 문경환 총무팀장은 “박 회장은 세현이가 태어난 이후 더 일에 대한 애착을 보이고 있다”면서 “요즘 울산, 포항 등을 수시로 오가며 신규 사업에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말했다.


전두환 전대통령의 장남 재국씨
종합미디어그룹 CEO로 ‘불철주야’


전두환 전대통령의 장남 재국씨는 ‘시공사’를 모기업으로 한 종합미디어그룹의 CEO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29만원(?)’밖에 없는 부친과 달리 그는 지난 89년부터 오디오잡지 발행을 시작으로 줄곧 사업가의 길만 걸어왔다. 출판사업을 기본으로 해서, 중대형 서점과 인터넷 서점, 온라인 사업 등 그 영역을 날로 확대하고 있다.

이에 항간에선 전 전대통령의 정치 비자금이 재국씨 사업으로 흘러들어가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또한 자신의 자녀들 명의로 된 수백억원대 재산도 ‘전두환 비자금’이 아니냐는 관측이 강하다. 그래서인지 재국씨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극도로 피하고 있는 눈치다.

실제로 시공사의 한 관계자는 “언론과 인터뷰하면 왜곡돼서 보도되기 때문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지난 2005년 재국씨가 경기도 연천에 1만 6,000여 평을 매입한 사실이 알려진 다음에는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재국씨는 당시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허브농장을 건설해서 출판사와 독자를 잇는 소통의 현장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직접 해명했다. 그리고 이후에는 역시 언론의 인터뷰 요청을 모두 거절하고 있다.

이에 기자는 재국씨의 부인 정도경씨에게 연락해 재국씨와의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정씨는 “언론에 노출될 만한 특별한 건수가 없지 않느냐”며 “요즘 남편은 사업에만 몰두하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정씨는 “이제는 제발 ‘출판사업가 전재국’으로만 남편을 봐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
다.

재국씨는 예전에 “아버지의 업보는 피할 생각이 없지만, 내가 하는 일로 비판받고 평가받고 싶다”는 깊은 소회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전 전대통령은 뇌물수수 혐의로 추징금 2,205억원 중 532억 7,000여만 원만 낸 상황이다. 나머지 1,672억여 원은 내지 않고 있는 것.

따라서 전씨가 추징금을 완납하거나, 더 이상 비자금이 없다는 게 밝혀지기 전까지는 ‘재국씨의 업보’도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 전대통령의 차남 재용씨와 삼남 재만씨는 미국에서 ‘조용히’ 칩거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미국 동부의 애틀랜타에 머물고 있는 재용씨와 관련, 현지에서는 “재용씨가 애틀랜타에 빌딩을 사놨다”는 루머도 나돌고 있으나, 사실 확인이 쉽지 않았다. 막내 아들 재만씨는 유학을 명분으로 현재 남가주 샌디에이고에 장기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태우 전대통령의 아들 재헌씨
벤처기업인으로 100억대 갑부


노태우 전대통령의 아들 재헌씨는 한때 ‘한국의 케네디’를 꿈꾼 정치인 지망생이었다. 15대 국회의원에 출마하려 했다가, 부친의 구속으로 출마
를 포기했다. 그러다가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다시 대구에서 출마하려 했다가 또다시 꿈을 접은 바 있다.

대신 그는 벤처기업인으로 변신해, 100억원 대의 ‘돈방석’에 앉았다. 그는 현재 노 전대통령의 처조카인 금한태씨와 함께 무선인터넷 솔루션 업체인 ‘텔코웨어’의 대주주로 있다. 재헌씨가 보유한 이 회사 지분은 9.4%, 금씨는 25.74%다. 금씨는 5공 시절 금진호 전상공부 장관의 아들이기도 하다.

재헌씨가 2대 주주로 있는 이 회사는 금씨가 지난 2000년 설립한 회사로 해마다 매출이 급신장하고 있다. 지난 2004년에는 국내 이동통신 솔루션 업계에서 시장점유율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 회사가 이처럼 탄탄대로를 달릴 수 있는 원인에 대해, 업계에선 재헌씨의 자형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뒤를 받쳐주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텔코웨어의 매출액의 70% 이상은 SK텔레콤과의 거래를 통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SK측은 “텔코웨어에 최 회장이 특별히 배려하는 것은 없다”고 소문을 일축했다.

업계 및 텔코웨어 관계자에 따르면, 재헌씨는 이 회사 경영 일선에 나서진 않는다고 한다. 대주주라는 명함만 갖고 있다는 얘기다.


김영삼 전대통령의 차남 현철씨
해외서 객원연구원으로 활동중

최근 들어 김대중 전대통령의 차남인 홍업씨가 오는 4·25보궐선거에 출마하기로 하자, 세인들의 이목은 자연스럽게 김영삼 전대통령의 차남인 현철씨에게로 쏠렸다. 과연 현철씨가 내년 18대 총선에 출마할 것이냐를 놓고 언론과 정치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

현철씨는 지난 2004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캠프 관계자가 불법행위로 구속되자 전격적으로 후보를 사퇴하면서 분루를 삼켜야 했다. 그리고 현대 정치사의 최대 맞수인 DJ와 YS의 경쟁심리를 놓고 볼 때, 이번 보궐선거에서 홍업씨가 당선되면 현철씨도 내년 총선에서 출마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에 대해 YS의 상도동 측 관계자 및 현철씨의 측근인 최동열 비서관은 “당시 언론의 기사를 보고 현철씨는 그냥 웃으면서 넘긴 것이 전부”라며 “아직 그는 이 같은 소문에 대해 굳이 반론을 할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현철씨의 입장을 전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현철씨에 대한 YS의 감정은 특별하다”며 “특히 현철씨가 자신의 뒤를 이어 정치인의 길을 걷기를 바라고 있다”고 점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선 현철씨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최 비서관은 “그는 현재 미국과 캐나다 등 몇몇 대학 부설연구소 등으로부터 연구원이나 객원교수 등의 자격으로 초청장을 받아 컨설팅을 하고 있다. 현재(3월 23일)도 해외 객원연구원으로 나가 있다”고 전했다.

상도동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권 인사는 “설사 현철씨가 해외 겸임교수로 출국한다 해도, 내년 4월 총선 이전에 귀국해서 출사표를 던질 수도 있는 일이 아니냐”고 말했다. 그의 출마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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