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변이 국민 모두의 아픔에서 정치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되었다. 여러 원인들 중에서도 주요 대목으로 우리 국민의 성마른 감성(感性)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서양 사람들의 냉철하고 합리적인 이성(理性)에 반하는 충동적 감성 폭발을 말한다.

세월호 수습과정에서 드러낸 조급한 감성은 희생자 구출에 대한 성급한 기대 표출을 통해 먼저 나타나기 시작했다. 세월호는 4월16일 오전 8시48분 기울기 시작했다. 이준석 선장은 8시58분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고 선내에 대기하라”고 방송케 하고 자신은 9시46분 8명의 선원들과 함께 배를 버리고 도망쳤다. 10시31분엔 뱃머리 일부만 남겨놓고 선체 모두가 물에 잠겼다. 승객들의 생존 희망이 모두 물에 잠겨버린 순간이었다.

죽음의 선내 대기 방송으로 304여 명이 희생되었다. 이 참상은 우리 국민의 성마른 감성을 폭발시키기에 족했다. 신문이나 방송 모두 흥분하며 냉철하지 못했다. 선체가 모두 물에 잠긴 10시31분 이후엔 승객들의 생존 가능성은 사라졌다. 그런데도 언론 매체들은 승객이 많이 몰려있는 식당에 ‘에어 포켓(공기 주머니’)이 있을 거라며 다수의 생존 가능성을 띄웠다. 에어 포켓은 식당 같이 넓은 공간엔 존재할 수 없다. 기적이 일어난다면 캐비닛만한 작은 에어 포켓 공간에 한 둘이 생존할 수 있다.

그러나 선실이 다 물에 잠긴 지 11시간이 지난 저녁 9시 뉴스에서도 방송들은 선실에 에어 포켓이 있을 수 있다며 다수 생존가능성을 보도, 실종가족들이 생환의 허상 속에 발을 동동구르게 했다. 그러나 같은 시각 미국의 CNN방송은 생존자 가능성은 없다고 보도했다. 한국 언론이 감성에 지배된 데 반해 미국 언론은 냉철한 이성으로 처리했음을 반영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침몰 다음 날 사고 현장을 서둘러 방문, 격분 상태의 희생자 가족들과 부딪쳤다. 한 단원고 유가족은 박 대통령 면전에서 욕설을 퍼부었다. 또한 박 대통령은 여론이 해경을 질타하자 해양경찰청을 해체한다고 성급히 발표, 혼선을 빚었다. 그의 해경 해체 선언과 욕설 봉변은 냉철한 이성을 떠나 감성적으로 접근한 데 기인했다.

단원고 유가족대책위도 때때로 이성보다는 격한 감성으로 튀었다. 그들은 대통령에게 막말했는가 하면, 떼지어 시위에 나서곤 했다. 대책위 간부들은 17일 밤 운전 대리기사를 집단 폭행했고 말리던 시민들까지 때렸다. 폭행당한 기사는 세월호 성금을 냈다고 한다. 세월호특별법 제정과 관련해선 민간인에게 수사와 기소권을 주어야 한다며 여야 합의안을 두 차례나 거부했다. 세월호 참변에 눈물을 함께 하며 성금을 모아준 국민들에 대한 예의와 도리가 아니었다. 이성을 잃고 감성에 휘둘렸음을 반영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유족들의 분노를 정쟁의 도구로 잡아챘다. 새정치연은 유족들의 격분에 편승해 민생경제법안을 거부, 국회를 마비시켰다. 8월26일부터는 장외투쟁으로 돌입했다. 국가를 생각하는 이성보다는 당리당략을 쫓는 충동적 감성에 흔들린 탓이었다.

여기에 43명의 세월호 일반인희생자유족 대책위는 격한 감성을 억제하고 8월21일 “국회가 마비되고 민생법안 등이 표류돼 국민에게 고통”을 줘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염수정 천주교 추기경도 나흘 뒤 정치권이 “세월호 사건을 이용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일반인유족 대책위와 염 추기경처럼 이성적으로 접근했더라면 세월호 갈등은 피할 수 있었다.

세월호를 둘러싼 살벌한 갈등은 이성을 잃고 성마른 감성을 자제하지 못한 데 기인한다. 냉철한 이성은 세월호 사태 뿐 아니라 매사에 그리고 사태가 위급할수록 요구되는 소중한 정신적 자산이다. 성마른 감성을 자제하지 못하는 한 큰 사람, 큰 나라로 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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