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구 강도강간범 검거 내막
전국을 무대로 강도와 강간을 일삼아 온 2인조가 4년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충북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10일 이모(30)씨와 김모(30)씨등 2명의 부녀자를 폭행한 뒤 강간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청주, 대전, 경기도 평택, 충남 천안 등지를 돌며 7차례에 걸쳐 강도, 강간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의 범행 기간이 길다는 점을 감안, 추가 범행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고 계속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들의 범행 동기가 인터넷에 떠도는 ‘야동’을 보고 충동적으로 저지른 것이라는 점이다.



경찰에 따르면 친구사이인 이씨와 김씨는 고교시절 ‘D-데이’라는 불량서클의 멤버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서클에서 친해진 두 사람은 특별한 직업 없이 임시직을 전전해 오다 지난 2003년부터 범행을 저질러 왔던 것으로 경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어처구니없는 것은 이들의 범행 동기다.
두 사람은 경찰 조사에서 자신들의 범행동기에 대해 “어느 날 둘이서 야동을 보다 솟구치는 성욕을 주체할 수 없어 범행을 저지르기 시작했다”며 “처음 몇 번은 경찰에 붙잡힐 수 있다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불안했으나 범행 횟수가 거듭되면서 점차 대담해졌다”고 진술했다.


변태 성행위 따라 하고픈 마음에
범행의 시작에는 이씨의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이미 학창시절 강간 전과가 있던 인물이라는 것. 그는 자신의 ‘짜릿한’ 경험담을 친구인 김씨에게 전하며 범행을 종용했다. 결국 김씨는 친구의 꾐에 현혹됐고 이로써 두 사람은 함께 4년간의 기나긴 범행여정에 나서게 됐다.

이들을 검거한 광역 수사대의 차상학 강력범죄수사팀장은 “두 사람은 포르노를 보면서 변태 성행위에 대한 환상에 빠진 것 같다”며 “이들은 범행 시 포르노에서 자주 등장하는 2:1 섹스를 모방하는 등 피해자들을 상대로 각종 변태행위를 자행한 파렴치한들”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이들의 범행 수법은 무자비 그 자체다.

먼저 혼자 사는 여성의 집을 파악한다. 그리고 창문을 통해 여성 혼자 있는 것을 확인한 뒤 안으로 들어가 덮친다.

차 팀장은 “두 사람은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여성이 자신들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하도록 눈 부위를 가격했다. 또 이것도 모자라 얼굴이 만신창이가 될 정도로 폭행을 휘둘러 피해자들이 저항을 못하게 했다”며 “그리고는 공포에 떠는 피해자들에게 온갖 몹쓸 짓을 저질렀다”고 전했다.

또 이들은 피해자들이 소리 지르거나 반항하는 것을 막기 위해 손수건 같은 천을 이용해 재갈을 물리고 브래지어와 스타킹 등을 이용해 손발을 묶었다. 이어 피해여성의 눈을 가리기 위해 팬티를 벗겨 얼굴에 덮어 씌웠다.

아울러 이들은 변태행위시 상황에 따라 피해자의 결박을 잠시 풀어주었다가 ‘추악한 만행’이 끝나면 이를 다시 묶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피해자들에게 있어 더욱 끔찍한 것은 이들의 만행이 단시간에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들은 어떤 때는 두 세 시간 동안 피해여성의 집에 머물렀던 것으로 경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피해여성을 상대로 두 사람이 번갈아가며 변태행위를 반복한 것이다.


경험 쌓여 갈수록 범행 지능화
또 이들은 10대 소녀들까지도 무자비하게 짓밟았다.

차 팀장은 “이들이 한 10대 피해자의 집에 침입했을 때 그 피해자는 전날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러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든 상태였다. 피해자는 이런 상황을 이들에게 설명하며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소용없었다”며 “두 사람은 아직 어린 이 여성의 눈물을 외면한 채 비정하게 자신들의 육욕을 채웠다”고 분개했다.

지난해 다른 피해 여성의 집을 덮쳤을 때도 이들의 엽기 행각은 계속됐다. 두 사람은 피해여성이 50대 후반의 여성인 것을 확인하고 잠시 망설였다.

이때 김씨가 “나이가 어머니 뻘 되는 사람이라서 나는 도저히 못하겠다”며 발을 빼자 이씨는 “그래도 후한을 없애려면 확실하게 해 둬야 한다”면서 몹쓸 짓을 감행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또 이들은 범행이 거듭될수록 지능적으로 변해갔다.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성폭행 후 정액이 묻은 휴지를 변기 물에 내려 증거를 인멸하는가 하면 피해자들에게 타 지역의 사투리를 구사해 경찰의 용의자 신원파악에 혼선을 줬다.

차 팀장은 “이들은 청주에서 범행을 저지른 뒤 피해자에게 부산사투리를 쓰며 부산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부산으로 빠지는 고속도로로 가려면 어떻게 가느냐고 묻기도 했다”며 “이외에도 다양한 수법을 써서 경찰수사 방향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한 피해여성에게 “너의 전 남자친구가 우리에게 너를 성폭행하라고 청부했다”고 말했고, 또 다른 피해 여성에게는 “너희 아버지 회사의 경쟁 사업체에서 우리를 시켜 너를 성폭행하라고 했다”고 속였다. 이 때문에 경찰은 한동안 엉뚱한 사람을 조사하는 해프닝을 벌여야 했다.


반성의 기미 보이지 않아
이와 함께 경찰은 강도, 강간 사건이 빈발한 청주시 복대동과 가경동 일대에서 1개월간 잠복근무 중 주택가를 서성이던 이들을 발견했다. 이에 경찰은 검문검색을 벌인 뒤 담배를 피우도록 유도, 꽁초를 수거해 국과수에 유전자 감식을 의뢰했다.

결국 국과수로부터 동일유전자 7건이 확인됐다는 통보를 받은 경찰은 수소문 끝에 찾아낸 이씨의 차량을 고의로 들이받아 접촉사고를 냈다. 그리고 현장으로 김씨를 유인해 검거했다.

한편 이들은 경찰조사에서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 피해자들을 더욱 분노케 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한 사람은 반성한다는 말이라도 했지만 다른 한 사람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DNA 검사 결과 등을 일체 부정하며 죄가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하지만 현장에서 발견된 많은 흔적들이 본인과 정확히 일치하고 있고 여기에 추가적으로 증거들이 포착되면 결국 자백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피해자 확보가 수사의 관건
지금까지 드러난 이씨와 김씨의 범행은 7건이지만 경찰은 이들이 저지른 범행이 최소 14~16건 가량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차 팀장은 “이들의 범행은 오래전부터 계속돼 왔다”며 “추가 범행을 조사해보면 아마 강탈한 금액도 늘어날 것이고 피해여성도 상당히 늘어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끔찍한 경험을 한 피해자들이 하나같이 이미 다른 곳으로 이사 가 버렸을 뿐 아니라 그나마 힘겹게 찾아낸 피해자들마저 진술을 꺼리고 있어 추가 범죄사실에 대한 증거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차 팀장은 “상황이 나쁘지만 과거에 비해 여성들의 성 관념도 많이 바뀌었고 이런 범죄는 여성들이 적극 협조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줄
일 수 있다”며 “피해여성들을 설득해 반드시 그들이 지은 죄 만큼의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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