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당정치는 곧 계파정치였다. 특히 정부 수립 후의 야당, 즉 지금의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인 민주당의 계보정치는 그 뿌리가 엄청나게 깊다. 1960년 4.19 학생혁명으로 어부지리 집권한 당시 민주당의 신, 구파 간 싸움이 5.16군사정변의 강한 명분이었던 사실을 국민 모두가 모르지 않는다.

2014년 2월 17일 새정치연합으로 통합·창당을 선언하고 공동대표를 맡은 김한길, 안철수 대표가 불과 다섯 달 남짓해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그 두 사람 불찰 때문이 아니었다. 3색계파의 중구난방식 비판 목소리에 맞대응 하고 편을 들어줄 두드러진 계보 세력이 없어서였다고 보는 게 옳다.

새정연의 3색 계파는 잘 알려져 있다. 문재인 의원을 수장으로 하는 친노 강경파에 정세균 의원 중심의 범(汎)친노계가 있고, 구 민주계를 대표하는 박지원 의원계가 포진하고 있다. 이들 수장급 의원 3명이 지난 18일 새정연의 새비대위 구성 전까지 막후에서 이 나라 제1야당을 움직여 온 터였다.

이 막후의 입장이 무대 위로 바뀌고 나서 크게 달라진 점은 세월호 특별법에 관해 문재인 비대위원의 입장이 다소 유연해진 반면, 정세균 위원이 선명성을 강조하고 나선 대목이다. 문 위원은 비대위 첫 무대서 수사권, 기소권 대신 특검 추천 방식에서 유족 측 입장 반영을 주장한 절충론을 내고 유족들을 직접 설득하겠다고 했다. 박지원 위원은 “책임 있는 사람들이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무대 위의 ‘3인3색 기싸움’에 대해 같은 당의 조경태 의원은 “지금 비대위원들은 선수와 심판을 동시에 하겠다는 욕심으로 가득 차 있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과는 별도로 세월호 정국의 ‘장외투쟁반대’ 연판장을 주도한 황주홍 의원 등 의원 15명은 “중도 성향 의원 50여명을 대표하는 비대위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의 생각은 또 좀 다르다. “초, 재선 의원들의 태도가 바뀌어야 당이 산다”며 “막 나가는 강경파 초, 재선그룹의 버르장머리를 이번에 고쳐놓겠다”고 한다. 초, 재선 의원들 때문에 당의 위계질서가 무너졌다고 질타가 아주 강하다. 이 같은 계파 간 말 성찬에도 불구하고 새정연의 어떤 3선 의원이 얼마 전 새비대위 구성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국민 여론을 무조건 따를 필요는 없다”며 “히틀러를 탄생시킨 것도 독일 국민이었고, 박정희 정권의 유신헌법을 통과시킨 것도 당시 우리나라 국민이었는데, 과연 그 국민들이 옳은 선택을 한 것이냐”고 말한데 대해서는 당 공식사과 한마디 없다.

세월호 정국의 장외투쟁에 반대하는 국민 다수의 판단을 미개한 민도(民度) 수준으로 난자질해버린 귀를 의심케 한 국민 비하발언이 그 사람들에겐 그냥 별것 아니었다. 지난 5월 이후 국회 본회의 통과 법안은 단 한건도 없다. 9월 26일 현재 국회의원의 무노동 일수만 136일이다.

의원의 하루 세비가 27만7천978원(연보수 1억3천796만원)임을 고려하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했을 때 국회의원 1인당 5천140만여원의 세비를 반납해야 할 처지다. 세비 반납을 해도 국회의 개점휴업 때문에 민생이 파탄 위기에 놓인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그런 처지의 야당 의원이 그것도 3선의 중진급 인사가 국민 깔보는 발언을 서슴지 않은 공분으로 들끓을 사건이 유야무야 된다면 우린 정말 속없는 군중이 되고 만다.

힘없는 사람들이 더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대한 국회의 답변을 들어야 한다. 국회, 응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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