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불륜추적의 기술

[일요서울 | 서준 프리랜서] 불륜이 증가하면 그것을 추적하는 기술도 함께 발달한다. 들키지 않으려는 자와 진실을 밝히려는 자 사이의 치밀한 두뇌싸움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특히 불륜은 결혼생활에 치명타가 되기 때문에 ‘결정적인 증거’를 잡기 위한 노력이 동반된다. 정황과 심증만 가지고 있어봐야 상대방이 부인을 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이혼 진행 시 재산분할이나 양육권에 이러한 증거들은 매우 중요한 작용을 한다. 그러다 보니 불륜을 추적하는 과정이 마치 스파이를 연상시키듯 치밀한 경우가 많다. 불륜을 통해 드러나는 우리 시대의 부부 세태에 대해 집중 취재했다.

결혼 8년차 주부 최모씨는 최근 ‘성행위 감별 시약’을 인터넷에서 구입했다. 이 약품을 남편의 팬티에 사용하면 정액이 묻어있는 지 여부를 알 수 있다. 성관계를 맺지 않는 이상 팬티에 정액이 묻을 리는 없기 때문에 남편의 불륜을 잡아낼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라 할 수 있다.

물론 법적으로 완전한 증거를 인정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와는 별개로 일단 상대방의 시인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최씨가 시약을 구입하게 된 이유를 들어봤다.

“몇 개월 전부터 불륜에 대한 정황은 충분히 있었다. 카카오톡(메신저)이나 밴드 모임에서 ‘자기야~’ 같은 문자도 많이 오고 외박도 잦았다. 하지만 그것만 갖고 싸우기에는 내가 역부족이었다. 남편은 ‘증거가 있어야 될 것 아니냐’는 말만 반복했다. 오히려 내가 이상한 여자가 되는 것 같아서 제대로 된 증거를 잡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인터넷을 하다 불륜 관련 제품만 판매하는 쇼핑몰을 알게 됐고 그곳에서 구입하게 됐다.”

음성·영상 녹음기부터 위치추적기까지

그녀는 이 정액검출 시약을 자신의 불행한 결혼 생활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희망으로 생각하고 있다. 집에서 택배를 받으면 안 될 것 같아 배송지를 친구 집으로 변경했고 친구를 따로 만나 물건을 입수했다. 아직 시약을 사용해보지는 않았지만 적지 않은 양을 구매했기 때문에 기회가 닿을 때마다 시약을 사용해볼 생각이라고 한다.

이렇게 남편 혹은 아내의 불륜을 의심해 시약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시장 규모를 정확히 추산하기는 어렵지만 이혼을 결심하고 증거를 모으려는 상당수 사람들이 이러한 시약을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시약뿐 아니라 위치추적기, 초소형 음성 및 영상 녹음기도 각광 받는 불륜 추적 기기다. 손가락 두 개 정도의 크기에 불과한 위치추적기는 자동차에 설치하면 실시간으로 위치를 알 수 있다. 배우자의 거짓말을 잡아낼 수 있는 최적의 기기인 셈이다. 특히 불륜에는 모텔 출입이 상당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동선을 파악하고, 때론 불륜 현장을 덮치는 데엔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다. 아내의 불륜을 의심해 아내의 차에 위치추적기를 달아놨다는 이모씨의 이야기다.

“더 이상 아내의 불륜을 간과할 수 없어 이혼을 결심하고 증거를 모으고 있는 중이다. 아내의 거짓말에 대한 정확한 반박을 위해서는 위치추적기를 이용해 싸우는 수밖에 없다. 아내가 거짓말을 워낙 잘하고 임기응변에 능한 사람이라 정확한 증거를 들이밀어야만 한다.”

이렇게 개인적으로 불륜 배우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예 심부름센터에 의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혼자서 시약, 추적기를 사용하기 힘든 사람이나 전혀 티를 내고 싶지 않은 사람들, 사진 등의 결정적인 증거를 원하는 사람들이 주로 의뢰하는 편이다. 심부름센터 관계자와 직접 이야기를 나눠봤다.

“불륜을 잡아달라는 의뢰는 꾸준히 들어 온다. 이 시장은 죽지 않는 시장이다. 솔직히 돈 좀 있고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남자든 여자든 새로운 사랑에 대한 생각이 나지 않겠는가. 그러다 보니 매일 매일 관련 일을 처리하기 바쁘다. 특히 현장을 덮쳐달라는 의뢰가 가장 많다. 현장 포착보다 더 좋은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그렇게까지 하려면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여유 있는 사람들만 의뢰하는 편이다.

현장 덮치고 통신기록 복구…심부름센터도 활개

카톡이나 문자, 통화목록 복구 역시 타인에게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복구는 대략 30~40만 원 정도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다. 카톡이나 문자의 경우 불륜의 상당한 증거가 될 수 있고 상대방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찾고 있는 서비스다.

하지만 이는 배우자의 전화기가 있어야만 가능한 방법이라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상대가 계속 결백을 주장하면 ‘그 결백을 증명하라’는 식으로 전화기를 입수해 복원을 시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일각에는 아무리 부부 사이라도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배우자에게 모든 사생활을 밝히는 건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렇게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들의 노력도 노력이지만 이를 감추려는 사람들의 노력 역시 치열하다. 혹시라도 자신의 스마트폰 도청을 의심해 도청 탐지기를 구매하는 것은 물론 위치추적기의 존재를 알아내는 기기도 구매하고 있다. 한마디로 ‘역불륜추적 방지 기술’이다. 부부끼리 서로 모른 척 하면서 기기를 사들이며 상대를 감시하는 것이 바로 오늘날의 세태인 것이다. 이러한 기계들을 활용해 남편의 불륜을 잡아낸 후 이혼을 했다는 한 여성의 이야기다.

“처음에는 부부 사이에 이런 일까지 한다는 것 자체가 괴로웠다. 하지만 확실한 증거를 잡아내야 한다고 마음 먹고 흔들림 없이 일을 진행했다. 다행히 남편은 제대로 걸려들었고 꼼짝할 수 없는 증거를 잡게 됐다. 만약 그러한 기기들이 없었다면 나만 미친년 취급 받았을 것이다. 기왕 이혼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과감하게 증거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불륜을 추적하는 기술을 공유하는 사람들도 있다. 직접 자신이 겪은 경험담을 토대로 결정적 시기에 덮치는 방법에 대한 노하우 등 주의사항과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커뮤니티를 통해서 이혼에 대한 결심을 굳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관련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김모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카페에서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 정보를 공유하다보면 ‘나만 이렇게 힘든 건 아니구나’하는 위안을 받을 때가 있다. 또 서로 위안을 해주면서 용기를 북돋아주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어느 정도 카페 활동이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혼을 하게 되면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카페지만 그래도 지금은 애정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 이런 카페야말로 더 이상 회원수가 늘어서는 안 되는 곳이지만 그래도 현실적으로 불륜을 없앨 수는 없기에 어쩔 수 없다고 본다.”

김씨의 이야기처럼 불륜은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불륜을 계속해서 추적하고 잡아내려는 기술, 그리고 이것을 역으로 방지하는 기술 역시 끊임없이 발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점차 IT기술도 발달하고 있으니 이러한 추적 기술 역시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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