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별거를 할 때 미성년 자녀의 양육비는 어떻게 해야 할까?

굳이 가족법 전문 변호사가 아니더라도 ‘자녀 양육비만큼은 줘야 한다’는 것은 지나가는 사람을 잡고 물어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혼을 할 때 이미 지급한 양육비와는 별도로 추가로 과거의 양육비를 또 지급해야 할까?

2년 전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는 별거하는 15년 동안 남편이 자녀를 양육하던 처에게 양육비를 지급했더라도 다시 과거의 양육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부부는 약 20년의 혼인기간 중 5년 동안 동거하다가 파탄에 이르렀고, 남편이 이혼소송을 제기했으나 처가 이혼을 거부해 이혼청구가 기각됐다. 몇 차례 이혼소송을 제기한 끝에 남편은 별거 15년 만에 이혼판결이 확정되어 이혼을 하게 되었다. 이혼판결이 확정되자 이혼을 거부하던 전 처는 전 남편을 상대로 위자료와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문제는 별거 중에도 남편은 처에게 협의한 양육비를 지급해 왔다는 것이다. 자녀가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에는 양육비를 거의 전적으로 남편이 부담한다고 할 정도로 남편은 양육비를 성실하게 부담해 왔다.

과거의 양육비와 관련하여 대법원(대법원 1994.5.13. 자 92스21 전원합의체 결정)은 “한 쪽의 양육자가 양육비를 청구하기 이전의 과거의 양육비 모두를 상대방에게 부담시키게 되면 상대방은 예상하지 못했던 양육비를 일시에 부담하게 돼 지나치고 가혹하며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어긋날 수도 있으므로, 이와 같은 경우에는 반드시 이행청구 이후의 양육비와 동일한 기준에서 정할 필요는 없고, 부모 중 한 쪽이 자녀를 양육하게 된 경위와 그에 소요된 비용의 액수, 그 상대방이 부양의무를 인식한 것인지 여부와 그 시기, 그것이 양육에 소요된 통상의 생활비인지 아니면 이례적이고 불가피하게 소요된 다액의 특별한 비용(치료비 등)인지 여부와 당사자들의 재산 상황이나 경제적 능력과 부담의 형평성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분담의 범위를 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과거의 양육비가 문제되는 것은 대부분 양육비를 전혀 지급하지 않은 경우나 출생 후 뒤늦게 인지가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별거 중 부부가 협의한 양육비를 지급한 경우에도 이혼할 때 추가로 과거의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하는 것은 양육비를 전혀 지급하지 않은 경우와 비교하여 균형이 맞지 않는다. 양육비를 지급하더라도 또 양육비를 지급해야 한다면, 별거할 때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녀의 양육을 위하여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

양육비를 줬는데, 또 주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 별거할 때 양육비를 부담하지 않은 사람을 양육비를 부담한 사람보다 우대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위 판결과는 무관하게 ‘별거할 때 양육비를 줘야 하냐’고 물으면, 대답은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의 판결에 무조건 행동양식을 맞출 것이 아니라, 부당한 판결은 항소와 상고를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 가족법이 진정한 행위규범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이혼에 대한 사회적 편견

혼인기간 내내 배우자의 외도나 폭력 등으로 고통을 받고 살아왔음에도 끝까지 이혼하기를 꺼려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대부분 자녀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부모가 이혼을 하면 자녀는 상실감을 느끼게 되는데 그 수준이 심각하면 우울증을 겪을 수도 있고 대인을 기피하는 증상을 보일 수도 있다. 가정 내에서 겪는 문제만으로도 힘든데 사회적 시선은 또 어떤가? 이혼은 어디까지나 가정사일까?

2012년 기준 우리나라 이혼율이 37%에 육박했다. 실로 엄청난 숫자다. 이혼율만큼 재혼율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문화가정도 증가했고 당연히 다문화가정의 이혼도 늘었다. 전통적인 가족 형태가 깨지고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흐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편견을 갖고 이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다.

싱글맘으로 살아가는 한 여성은 ‘한부모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어떻다더라’는 소리를 듣게 하고 싶지 않아 더욱 엄하게 가정교육을 한다. 그럼에도 소소하게 부딪히는 편견에 속상한 일이 많다고 털어놨다.

재혼가정 역시 마찬가지다. 재혼해 아이 넷을 키우고 있는 한 여성은 “아이의 생김새를 보고 ‘한 형제냐’고 대놓고 묻는 어른들이 있었다”며 “아이들의 마음이 다치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정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통계청이 2012년 11월 발표한 ‘다문화인구동태’에 따르면 전체 이혼에서 다문화가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12.6%로 전년보다 0.3%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문화가정은 배우자와 관계나 가족 내 구성원들 사이의 문제 이전에 사회적 시선을 극복하는 일부터 쉽지가 않다.

건강한 가정이 모여야 건강한 사회를 이룬다. 건강한 가정을 위해서는 이들을 바라보는 건강한 시선이 전제되어야 한다. 큰 강이 작은 물줄기 나무라는 일 없듯 깊은 마음과 넓은 눈으로 이들을 대해야 할 것이다.

신채호는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대하여 ①사회가 이미 결정된 국면에서는 개인이 힘을 쓰기가 곤란하고, ②사회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국면에서는 개인이 힘을 쓰기가 아주 쉽다고 지적했다.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으며 열녀는 두 지아비를 바꾸지 않는다고 한 유가(儒家)의 윤리관은 국민주권국가와 남녀평등사회에서는 인민에게 해가 되는 임금은 죽여도 되며, 의(義)를 행하지 않는 지아비는 버려도 된다는 윤리관으로 대체되지 않을 수 없다.

이혼은 권장할 것이 되지 못한다. 이혼을 하지 않을 수 있으면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만, 혼인파탄이 혼인 당사자와 자녀 등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주는 경우나 혼인 당사자 일방의 희생만 요구하는 경우라면 이혼은 불가피할 것이고, 사회가 받아들여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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