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본성에 대한 회의·질문을 던지다

연극 <이인실>은 지난해 초연 당시 완성도 높은 희곡, 연기, 연출 등 3박자를 고루 갖춘 작품으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그로인해 올해 그 작품성을 인정받아 공연예술 창작산실 우수작품 재공연지원에 선정, 오는 26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재공연된다. 이 작품은 부유하고 있는 인물들, 잘못된 욕망과 선택으로 인해 뒤틀린 청년들의 삶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오늘날 흔들리는 젊은 세대를 날카롭게 포착하며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을 그려낸 ‘블랙코미디’ 다. 특히 이번 공연은 초연과 달리 대극장으로 공연장을 옮겨 완전히 새롭고 풍성해진 무대로 한층 깊이 있는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한다.

변변한 직업이 없는 진석은 교통사고를 계기로 한 몫 챙기려 병원에 입원했다가 2인실 병실에서 지룡을 만난다. 지룡은 간단한 수술을 위해 입원을 했지만 수술 동의를 해줄 보호자가 없어 퇴원하려고 한다. 이를 본 진석이 보호자 서명란에 대신 사인을 해준다. 그런데 수술 도중 지룡이 뇌사 상태에 빠지게 되어 진석과 미경(진석의 여자친구)은 그를 책임져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빠진다. 설상가상으로 병원의 원무과장은 장기기증에 관련한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하고 진석과 미경은 지룡의 연고자를 찾기 위해 가방을 뒤지던 중 지룡이 탈북자라는 사실과, 한 통의 편지를 발견하게 된다.

이번 공연은 병원 2인실에 백수건달 ‘진석’ 과 그의 여자친구 ‘미경’ 그리고 탈북자 ‘지룡’, 세 사람이 얽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우연히 알게 된 ‘지룡’의 과거 비밀을 진석과 미경이 기회로 삼고 ‘거짓 삶’을 살면서 생기는 아이러니한 상황들이 극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며 웃음을 선사한다. 하지만 그들의 내면 속 선과 악이 충돌하기 시작하고 결국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면서 극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이렇듯 탐욕과 욕망으로 뒤덮여 점점 ‘괴물’이 되어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작품은 인간 본성에 대한 회의와 질문을 던진다.

또 이 작품은 ‘지룡’이라는 인물을 통해 과거 한국 전쟁을 겪은 한 가족의 애환, 탈북자들이 겪은 갈등과 고충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자본주의 한국에서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힘겹게 살아가는 탈북자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또한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더불어 세계유일 분단국가인 한국 사회의 불안한 이면과 현실과 아직 아물지 않은 전쟁의 상흔을 다시 한 번 반추한다.

티켓 가격은 R석 4만 원, S석 3만 원, A석 2만 원이며, 예매는 인터파크(ticket.interpark.com)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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