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재임기간 연속 ‘마이너스’ 재산 신고를 한 것으로 보도됐었다. 지난 3월 정부공직윤리위원회와 서울시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했던 고위공직자 재산변동 신고내용을 보면 작년 말 기준 박 시장의 재산액 신고는 마이너스 6억8601만원이었다. 이 액수는 2011년 마이너스 3억1056만원에서 2012년 마이너스 5억9474만원으로 매년마다 큰 폭으로 늘어난 대략적인 박 시장의 부채규모가 되는 셈이다.

박 시장과 가족은 현재 서울 은평구 공관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자택은 보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 시장의 배우자가 사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채무가 늘었다고 했다. 자녀 교육과 결혼 등으로 지출이 증가한 이유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출판물 인세 등으로 거둔 총 2508만원의 저작권 수입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이런 사정에서 박원순 서울시장후보는 재선에 성공했다.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와의 큰 표 차는 아니었지만 현역 프리미엄이 고루 통했다는 평가였다. 그의 당선 후 첫 시정 목표는 공직사회의 ‘갑(甲)’ 관행을 없애겠다는 것이었다. 지난 8월 박 시장은 ‘갑을관계 혁신대책’ 등 서울시 공직사회 혁신 대책을 발표하면서 공직사회에 남아있는 부당한 (갑)의 관행을 뿌리 뽑겠다고 선언했다.

그런 박원순 서울시장의 관용차가 그의 재임 3년 동안에 3차례 주정차 위반으로 단속당해 산하 구청으로부터 과태료가 부과됐지만 한 번도 과태료를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구청에 ‘공무수행’을 이유로 공문을 보내 세 번 모두 과태료 면책을 받았다. 하급 구청이 서울시청의 ‘甲질’에 군소리 낼 여지가 없었을 게다.

진짜 위급한 공무 상황이었는지, 권한 남용과 甲질의 전형이었는지는 당시 상황을 모르니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건 과태료를 부과 받는 차량들마다 급한 사연이 없을 수 없다는 점이다. 공무수행을 암행어사 마패 휘두르듯 하는 자체가 甲질의 전형이 아니겠는가 싶다. 차라리 빚더미에 앉은 박 시장이 개인 과태료를 못 내서 말썽이 났다면 빚에 쪼들려서 생긴 일로 어쭙잖은 측은지심을 일으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박 시장이 보좌 인력을 전에 비해 30% 늘리는 등 정치 인력이 많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박 시장이 행정은 안하고 정치를 하는 것 같다”는 냉소를 산 걸 보면, 또한 몇 백만원 월세의 호화생활 얘기가 나온 걸 보면 조금도 빚에 대한 압박감은 없어 보인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박원순 지지율은 안철수 돌풍에 기대기 전까지는 5% 안팎의 아주 미미한 상태였다.

이제 대선 후보군에 든 박 시장의 최근 여론조사 지지도는 문재인 의원을 4%이상 앞서는 13%대의 두 자리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당연히 야권의 차기 대선 후보 자리를 노릴 만한 상황이다. 연속 마이너스 재산을 늘려 신고할 정도로 채무가 많다고 해서 대선 후보 자질을 폄훼 당할 근거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또 수신제가(修身齊家)적 측면에서도 크게 공격거리로 삼을 수는 없겠으나 한 가지 궁금한 문제가 있다.

그렇게 계속 늘어나기만 하는 채무를 언제, 어떻게 다 해결하고 갚을 것인지에 관한 의문이 절대로 가벼울 수가 없는 것은 재선 서울시장의 정치적 비중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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