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AV에 등장한 여인들

과거 일본 AV에 한국 여성들이 종종 등장한 경우는 있었다. 그녀들은 대부분 몰카의 피해자거나 혹은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경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본 AV에 등장하는 여성들이 꾸준하게 늘고 있다. 그것도 다름 아닌 일본 AV업계에 정식으로 데뷔를 하는 여성들이다. 이런 여성들은 그저 단발로 한두 편을 찍을 수도 있지만, 향후 상황을 봐서 지속적인 활동을 하려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러한 한국 여인들의 AV등장에 대해서 일본 남성들은 환호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 제작하는 에로 비디오에 일본여성이 등장한다면 이 역시 호기심 있게 지켜볼 남성들이 많은 것과 마찬가지다. 일본 AV업계에 데뷔한 한국 여성들, 도대체 그녀들은 누구이고, 왜 일본으로 건너간 것일까?

[일요서울 | 서준 프리랜서] 최근 한국인 야동 매니아들의 주목을 끈 몇 편의 일본 에로물이 있었다. 물론 일본의 다양한 에로물들은 거의 실시간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곧바로 한국에 유포되곤 한다. 특히 ‘오늘 발매’된 에로물들이 많은 것은 일본의 신작 발표와 한국에서의 야동 유출이 거의 동시에 이뤄짐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일본 야동 중에서도 유독 몇 편의 에로물이 눈에 띈 것은 한국 여성들이 집중적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녀들은 누가 봐도 한국 여성의 스타일을 하고 있으며 일본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표정으로 특별한 말을 하지 않는다. 일본 배우들이 에로물에서 말을 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그녀들의 100% 한국 여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후 그녀는 일본 남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일본 에로물 특유의 진동기를 통해 자극을 받기도 하며 심지어 2~3명의 남성들과 집단섹스를 하기도 한다.

더욱 주목할 것은 이것이 유출된 몰카가 아니라는 점이다. 정식 AV제작자의 브랜드명이 붙어 있는가 하면 애초 기획부터 제작까지 모두 스텝이 있는 것이 명백해 보인다. 그야말로 정식으로 발매된 일본 내 합법적인 AV라는 이야기다. 과거에는 ‘일본 원정녀’ 등의 이름으로 몇 편의 몰카가 나오기는 했지만, 이는 화질만 봐도 정식 출품작인지 몰카인지 알 수 있다. 이를 본 한 남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야동을 오래 봐온 내가 봐도 좀 신기할 정도다. 한국남자들은 일본여자 스타일과 한국여자 스타일을 거의 구별해낸다. 그런데 당시 야동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거의 확실하게 한국여성들이었다. 이를 보면서 이제 한국 여성들이 본격적으로 일본 AV업계에 진입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조금 기분이 나쁘기도 했다. 어쨌든 한국 여성들이 일본 남성들한테 당하는 것이 아닌가. 일본 남자들이 볼 때에는 좋을지 모르겠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조금 기분이 찝찝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그녀들은 어떤 경로로 일본 AV업계에 데뷔한 것일까. 현재 시점에서는 그녀들에 대해 많이 알려진 것은 없지만 국내 에로업계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그녀들의 사정과 상황을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우선 그녀들은 국내의 장기적인 경제 불황으로 인해 꾸준한 수요가 있는 일본AV업계로 넘어갔을 공산이 크다. 일본도 경기침체인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AV에 대한 수요 자체는 꾸준하다보니 젊은 한국 여성들이 그나마 지속적인 비전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 에로업계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실 국내에서 이런 일을 하는 감독이나 스텝, 배우들은 일본을 부러워하는 것이 현실이다. 매니아층이 아주 두껍기 때문에 수요가 보장되고 어느 정도는 먹고 살 환경이 되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다. 또 촬영 현장 자체도 매우 안전하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별로 문제가 없다. 물론 사회적인 인식이야 당연히 좋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우리나라처럼 벌레 보듯 보는 것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는 여러 가지 좋은 환경인 것만큼은 사실인 것이다. 결국 현재 일본으로 건너간 여성들 역시 그런 장점 때문에 건너간 것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아직 그녀들에게 ‘투철한 직업정신’이 있다고 보여 지지는 않는다. 물론 에로배우라는 것이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직업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자신의 인생을 거는 직업으로 선택했다면 그에 걸맞는 직업정신을 발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여성이 등장하는 일본 AV를 봤다는 또 다른 남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연기력으로만 보자면 사실은 거의 빵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기라는 것은 없고 그냥 멀뚱히 있다가 일본 남자랑 섹스 하는 거? 그게 전부다. 최소한 일본으로 진출하려고 했으며 어느 정도의 일본말을 하는 것도 자신의 직업에 대한 존중이 아닌가. 일본 에로 배우와 비교했을 때에는 매력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섹시한 표정도 없고, 남자를 유혹하는 눈빛도 없고, 그냥 그렇다. 한국인들이 봤을 때에는 저럴 거 뭐하러 갔다 싶기도 한다.”

하지만 연기력에 대한 혹평에도 불구하고 일본 현지에서의 반응은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단 최근 ‘한류’가 유행한 탓에 한국 여성들이 일본 AV에 나온다는 것 자체만으로 호기심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그저 ‘한류 브랜드’에 대한 말초적인 추구만이 있을 뿐이다. 만약 여기에 그녀들의 연기력이 결합되지 않으면 그녀들이 장기적으로 그곳에서 비전을 찾기는 무척 힘든 일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국내의 한 에로배우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나도 그 AV를 보기는 했는데, 연기력으로 따지자면 전혀 아니올시다라고 할 수 있다. 아마 한국에서도 에로배우 경험이 전혀 없는 여성들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냥 일본에서 돈 많이 준다니까 개념 없이 가서 한번 찍어보고, 상황이 괜찮으면 계속 하려고 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지금이야 ‘한국여자’라는 것만 가지고도 초창기의 프리미엄을 가질 수는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그렇게 재미없는 AV를 누가 보려고 하겠는가.”

그러나 이러한 한국여성들이 등장하는 AV가 향후 독자적인 매니아층을 형성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디테일한 것에 강한 일본인들의 특성상, 한국인들의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켜낼 가능성도 전혀 배제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혀 말을 하지 않는 지극히 순종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낸다든지, 혹은 굳이 말이 필요 없는 자위의 장르 쪽으로 캐릭터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만약 이렇게 했을 경우라면 연기력이 없거나 말을 잘 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장르적 재미를 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향후 한국여성들이 등장한 일본AV가 어떤 식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는 섣부른 추측을 할 수 없는 상태다. 하지만 관건은 이렇게 초창기에 일본으로 진출한 여성이 어떤 길을 가느냐에 따라 한국 여성들의 일본행 러시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만약 그곳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연기세계나 캐릭터를 구축한 여성이 나오고, 또한 그녀가 최소한 AV업계 내에서 스타 대우를 받거나 돈을 많이 벌 경우, 이러한 모습을 보고 일본으로 덩달아 건너갈 여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만약 일본의 AV업계에서 그녀들에게 합법적인 체류비자를 내어 준다면 더 이상 그녀들도 ‘불법 체류자’라는 딱지를 안고 살아가야할 일이 없기 때문에 보다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먹고 살기 위해 새로운 직업을 찾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한-일 관계를 생각해봤을 때 국가적인 수치심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특히 일본 에로배우가 한국에서 활동 한 전력이 없는 상태에서 한국여성만이 일본으로 가서 활동을 할 경우에는 한국인들의 열등감을 자극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ilyo@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