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 위헌 판결이 있었던 지난 10월 21일. 판결을 3시간 앞두고 정치권엔 ‘위헌판결’이란 비교적 정확한 정보가 나돌았다. 이 때문에 헌재 결정의 사전유출 의혹이 나돌고 있다.헌재의 판결이 있기 전인 지난 20일 오후 여권 내부에서는 이미 ‘헌재에서 8대 1로 위헌결정이 날것’이라는 정보보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한 인사는 “위헌 판결이 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던 것을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그 내용은 헌재 재판관들의 성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른 추측일 뿐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미리 어떤 정보를 입수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헌재 결정 직전까지 여러 얘기가 들렸으나, 그런 소문들을 신뢰하는 분위기는 없었다”고 전했다.야당인 한나라당도 헌재의 위헌 결정 정보보고를 사전에 받기는 마찬가지였다. 정치권 소식통에 따르면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지난 20일에 수도이전이 위헌 판결이 날 가능성이 크다는 첩보를 접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덕룡 원내대표가 결정 당일인 21일 아침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헌재 결정과 상관없이 수도이전에 반대할 것”이라고 발언하는 등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역시 이 정보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위헌’ 판결은 힘들고 국민투표를 권고하는 ‘한정 위헌’ 이나 ‘헌법 불합치’ 정도의 결론이 날 것으로 판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판결문 정보 사전 유출 의혹은 증시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증시의 종합주가지수가 이를 반영하는 듯 미묘한 변화를 보인 것.지난 21일 거래소시장의 종합주가지수는 개장 초 828 내외에서 거래를 시작해 825~830을 오가는 관망세를 보였다. 때문에 적어도 이때까지는 위헌에 관한 정보가 나돌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헌재 판결을 한 시간 앞둔 오후 1시. 종합주가지수가 갑자기 밀리기 시작, 30분만에 10포인트나 밀렸다. 830에서 820까지 이유 없이 떨어진 것이다.

또 이른바 ‘수도이전 수혜주’라 불리는 종목들의 주가가 조금씩 떨어지는가 싶더니 판결이 가까워오자 순식간에 전 종목에 걸쳐 가격이 급락했다. 헌재 판결이 미리 샌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 경제일간지의 주식담당 기자는 “정치권에서 정보를 입수한 시기와 종합주가지수가 하락한 시기가 비슷한 것으로 보아 사전에 정보가 누출됐다고도 볼 수도 있지만, 일부에서는 큰손들이 주변의 정보망을 이용해 예측한 것을 흘린 결과라는 말도 있다”고 말했다. <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