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서준 프리랜서] 최근 골프장 캐디들에 대한 성추행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한 정치인은 ‘딸 같아서 만졌는데 어떻게 성추행이냐’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지만, 이렇게 캐디들을 대하는 자세는 그녀들에게는 큰 상처를 남긴다. 사실 캐디들은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다. 일반 보수면에서도 열악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대부분 임시직에 불과하고, 설사 해고를 당했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 없어 순식간에 길거리에 나앉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마디로 이중고에 시달린다는 말이다. 하지만 상당수의 캐디들이 이러한 열악한 상황에도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그러나 일부 캐디들은 손님들과의 문란한 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다. 세상 어디에나, 혹은 어떤 직종이나 이런 사람들은 있게 마련이지만, 캐디들은 대부분 돈 많은 사람들이 고객이다 보니 유혹에 비교적 더 많이 흔들리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캐디들이 필드에서 겪은 다양한 성추행과 인격적 모독을 집중 취재했다.

캐디로 5년째 일하고 있는 김모씨는 성추행 정도는 일상이 됐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성추행하는 손님들 때문에 한동안 골프장의 일은 쳐다보지도 않았고 앞으로 죽어도 캐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한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고 취업이 되지 않고 돈이 떨어지면 다시 골프장으로 발길을 향할 수밖에 없었다. 뙤약볕에서 하루 종일 걸어야하고 매너 없는 손님들을 대하는 것이 고역이기는 하지만 그나마 입에 풀칠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캐디의 생활은 어떤가”라는 질문에 김씨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물론 세상에 있는 수많은 직업들이 다 자신들만의 희로애락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캐디들은 조금 더 특별한 환경에 놓여있다고 생각한다. 환경은 열악하지만 손님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손님들 중 돈이 많은 갑(甲)들에게 수모도 많이 겪고 유혹도 받는 경우가 있다. 성추행은 그냥 일상다반사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만 다를 뿐 캐디라면 누구나 한번 씩은 겪었을 일이다. 그나마 잘되는 케이스는 돈 많은 남자의 세컨드가 되는 경우다. 하지만 그것도 그리 행복한 일은 아니다. 세컨드로 살아가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거기다가 나중에 버림이라도 받으면 말 그대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돼 버린다. 이래저래 쉽지 않은 직업이고 고단한 인생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녀들의 겪는 성추행은 어느 정도일까. 캐디들의 말에 따르면 한마디로 ‘성추행의 종합선물세트’다. 엉덩이, 허벅지, 허리, 가슴을 툭툭 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는 2~3초간 거의 주무르다 시피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 여기에가 각종 음담패설도 난무한다고 한다. 캐디들 중에서도 그나마 좀 ‘예쁘장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박모양은 유난히 음담패설을 많이 듣는다고 말한다. 그녀는 처음 그런 말을 들을 때 구역질까지 낫지만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자신이 더 이상 이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은 모두 우리 사회의 지도층들이고 돈이 많은 사람들인데 어찌나 여자를 밝히고 음담패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지 놀랬다. ‘앞으로 하는 걸 좋아하냐, 뒤로 하는 걸 좋아하냐’에서부터 ‘일주일에 자위를 몇 번이나 하냐’, ‘남자가 싸는 걸 입으로 먹어본 적이 있냐’는 등 정말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야기까지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려니 한다. 처음에는 울기도 많이 울었고 우리 사회에 그런 남자들이 지도층이라는 것이 한심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일이 아니면 이제 더 이상 먹고 살 일이 없는데 어떻게 하겠나. 생존을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이 일에 적응을 해야만 했다. 그런데 그런 음담패설을 아무렇지도 않게 듣다보니 이제 나도 점점 이상해지는 것 같다. 이런 게 교육의 효과가 아닌가 싶기도 할 정도다. 그렇다고 내가 야한 여자가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자꾸 남자친구랑 섹스를 할 때 그런 이야기들이 생각이 나곤 한다.”

손님의 세컨드로 가는 경우 있어

때로는 ‘운 좋게(?)’ 돈 많은 남성의 마음에 들어 밖에서 따로 만나가다 아예 살림을 차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럴 때 남자는 캐디에게 아파트도 사주고 작은 차도 한 대 사주는 경우가 있다는 것. 일부 캐디들 사이에서는 이런 여성을 부러워하는 경향도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즐거워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세컨드란 말 그대로 그저 섹스 대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며 또한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파트며 차는 남을 수 있겠지만 또 인생이 그것만으로 다는 아니니 세컨드의 길을 후회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실제 자신의 친구가 세컨드로 간 경우가 있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처음에 친구는 세컨드가 인생에 도움이 될 줄 알았다고 했다. 매일 힘들게 필드를 걷고 남자들에게 성추행이나 당하느니 그냥 차라리 한 남자의 섹스 파트너가 되는 것이 더 낫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아파트도 사주도 차도 사준다니 말 그대로 대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몸이 편안한 것도 잠시고, 결국 나중에는 자신의 존재가치가 섹스밖에 없다는 점에 괴로워하기도 했다. 오죽하면 아파트도 차도 다 싫다고 했겠나. 어쨌든 나중에 헤어지게 되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일반적인 일을 할 수가 없어서 결국에는 룸살롱에 나가기 시작했다. 어쩌면 과거에 살던 방식이 더 건강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캐디와 룸살롱 도우미라는 직업을 일방적으로 비교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힘든 일을 기피하고 일반적인 일로는 더 이상의 씀씀이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분명 그녀의 삶에서 마이너스의 요소인 것만큼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녀들이 이러한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어도 작업환경이 개선되거나 혹은 남성들의 성추행은 줄어들지 않는다. 다수의 캐디들이 그것을 감수하고 받아들이는 상황에서 일부 캐디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한다고 해도 그것이 먹히기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한 캐디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선배 언니 중에 한명이 1인 시위까지 한 적이 있었다. 정말로 너무도 힘든 캐디들의 환경을 개선해보고자 하는 의도였다. 하지만 시위는 그냥 시위로 끝나고 말았고, 정부에서도 외면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이제 그 언니는 골프장에는 그 어떤 곳에서도 취업하기 힘들어졌다. 결국 식당에서 일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 일이 있은 후에는 어떤 캐디들도 시위를 하거나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결국 손해 보는 것은 자신이기 때문이다.”

결국 캐디들의 이러한 열악한 상황은 본인 스스로도 고치기 쉽지 않고, 정부나 관련 단체에 의해서도 변화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직업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은 비단 캐디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캐디들은 열악한 작업 환경은 물론이거니와 성추행이라는 또 하나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작업 환경은 하루빨리 개선이 되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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