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외제차 사기꾼 득실


자동차 수입이 활발해지면서 외제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불과 수년전 까지만 해도 길에서 최고급 외제차를 목격하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식상할 정도로 많다.

거리를 누비는 외제차들이 늘면서 자동차 관련 문화와 세태도 전보다 훨씬 다양해지고 있다. 수억 원대의 스포츠카 동호회가 생겨나고 희귀모델 소유자 모임도 등장했다. 또 자동차 관련 다양한 전시회도 열리고 있다.

명품 외제차에 대한 선호도 급증으로 이와 관련된 재테크도 생겨났다. 일명 ‘카테크’라고 불리는 것이다. 카테크는 자동차를 사고팔면서 재테크하는 것으로 부동산에 비해 세금규제가 덜해 거래가 비교적 자유롭다. 이를 통하면 한번 거래로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수익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카테크를 전문으로 하는 ‘꾼들’마저 생겨나고 있다.

카테크는 좋은 재테크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각종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한 중견기업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김모씨는 수개 월 전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다.

주문만 하면 독일에서 페라리 희귀모델을 구해 주겠다는 한 업자의 말을 믿고 자동차 가격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을 먼저 건넸다. 이 자동차의 구매가격은 7억원.

일반인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싼 가격이지만 김씨는 이 차를 손에 넣기 위해서라면 거금 7억원이라도 아깝지 않았다. 그가 이 차를 사려는 이유는 단순히 갖고 싶어서가 아니다. 다른 계산도 깔려 있었다. 이 차를 국내에 들여와 팔면 적어도 두 배 이상 비싼 가격으로 팔 수 있다. 김씨는 이 차를 1년 정도 타다 되팔아 재테크 할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한 방 노리는 외제차 사기꾼

차가 한국으로 들어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두 달 정도라는 게 업자의 설명이었다. 김씨는 꿈의 스포츠카를 갖게 된다는 생각에 두 달 간 밤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 그렇게 시간은 가고 마침내 차를 받게 되는 날.

업자는 이날 전화를 걸어와 급한 일이 생겨 부두로 같이 갈 수 없으니 김씨 혼자 가서 차를 찾으라고 했다.

김씨는 업자가 알려준 장소로 나가 차가 실린 컨테이너가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컨테이너의 육중한 문이 열리는 순간 김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컨테이너 안에는 그토록 고대했던 페라리 대신 돌무더기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뭔가 잘못됐다고 판단한 김씨는 물건이 잘못 온 게 아닌가 몇 번이고 확인했다. 하지만 서류상으로 볼 때 저쪽에서 보낸 건 분명 돌무더기 컨테이너가 확실했다.

분기탱천한 김씨는 업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아침에 통화했던 업자의 핸드폰은 꺼져 있었다.

불안의 그림자에 휩싸인 김씨는 강남 ○○동에 위치한 업자의 사무실을 찾아갔다. 그의 불안은 더 구체화돼 다가왔다. 김씨의 사무실은 굳게 잠겨 있었던 것.

김씨는 이 일에 대해 “당시 너무 기가 막혀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며 “불법적으로 자동차를 수입하려했다고 오히려 덜미를 잡힐까봐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두 달 뒤 절망에 빠져있는 김씨에게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는 친구의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김씨의 친구는 최근 자신이 외제차를 구입하기 위해 한 업자를 만났다. 그는 이 업자의 생김새나 수법이 김씨가 말한 업자와 유사하다 생각해 이를 김씨에게 알린 것이다.

김씨는 친구가 말한 업자가 자신의 돈을 갈취한 그 업자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친구가 그를 만날 때 몰래 접근했다. 업자를 본 순간 김씨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바로 자신을 속인 그 업자였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서 업자를 붙잡은 김씨는 업자를 경찰에 넘겨 잃어버린 돈을 겨우 되찾을 수 있었다.

김씨의 사례에서 보듯 희귀명차를 구입해 자가용으로 쓰거나 카테크를 하려다 낭패를 보는 이들이 늘고 있다.

김씨처럼 업자를 통해 몰래 외제차를 들여오다 적발되면 세관으로부터 막대한 관세를 추징당한다.

뿐만 아니라 시도하다 적발되면 법에 따른 사법처리도 뒤따른다.

업자를 사칭한 사기꾼들은 이런 점 때문에 피해자들이 섣불리 신고하지 못하는 점을 이용해 돈을 갈취한다.

또 현재 이뤄지고 있는 카테크의 대부분이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들여온 외제차들을 사고파는 것이기 때문에 매물 구입 시 상당한 위험 부담이 따른다.

이런 차들은 대게 품질을 보장 할 수 없다. 업자들 중에는 도난, 침수, 파손 등 폐차수준의 차를 중고차로 수입신고한 후 새로 수리해 파는 경우도 있다.

한편 업자들은 정상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송장과 무역서류를 꾸미는 수법으로 낮은 세금을 물고 자동차를 국내에 반입한다. 이렇게 하면 국내에서 이 차를 판매할 경우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에 이르는 차익을 챙길 수 있다.


사기꾼들 고객 허점 이용

관세청에 따르면 업자들은
▲타인명의로 허위 수입업체를 차리고 저가로 차량을 구입한 것처럼 무역서류를 위장하거나
▲실제 신차를 수입하면서 세관에는 침수차량 등 중고차를 수입하는 것처럼 저가로 신고
▲해당 브랜드의 최고가 모델을 수입하면서 저가모델로 허위 수입신고
▲각종 차량옵션을 누락해 저가신고
▲운송비·보험료를 축소신고 하는 등 다양한 수법을 동원해 거액의 세금을 탈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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