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현금 1억원과 함께 실종됐던 ‘강화 모녀’ 윤복희(47)씨와 이선영(16)양이 실종 2주 만에 싸늘한 주검이 돼 돌아왔다. 수사팀은 윤씨와 함께 무쏘 차량을 타고 있던 20대 남자 두 명을 유력한 살해 용의자로 지목했다. 또 윤씨가 실종되기 직전까지 모녀와 긴밀히 연락을 주고받은 목사 출신 50대 여성 A씨를 상대로 조사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경찰 조사에 응한 A씨가 변호사를 동원해 결백을 강력하게 주장하는데다 유일한 목격자인 은행 직원들 역시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등 결정적인 단서가 나오지 않아 범인 검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윤씨 모녀 살해사건의 핵심은 범인이 노린 것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숨진 윤씨가 특정 종교단체의 열성 신도였고 모녀와 마지막으로 연락한 A씨 역시 해당 종교 출신이라는 점에서 모녀의 죽음과 특정 종교가 깊숙이 얽혀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윤씨의 이웃사촌으로 모녀의 형편을 손바닥 보듯 잘 알고 있던 A씨의 행동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상당하다. A씨는 윤씨가 몸담은 특정 종교에서 목사로 활동하다 은퇴한 목회자 출신이다.

손청룡 강화경찰서 형사과장은 “A씨가 실종 당일 윤씨와 전화 통화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윤씨 실종 하루 뒤인 지난달 18일에는 A씨가 K은행에 전화를 걸어 ‘윤씨 예금에서 얼마가 빠져나갔느냐’고 물은 사실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A씨는 “애기엄마가 은행에 돈을 찾으러 간다기에 얼마나 찾았는지 궁금해서 물었던 것 뿐”이라며 “사건에 대해서 전혀 아는 것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친인척도 아닌 이웃이 은행을 통해 제3자의 금융거래 내역을 알려고 했다는 점은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이와 함게 지난 4월 초 교통사고를 당한 윤씨 남편 김모씨의 죽음도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을지 모른다는 의혹이 수사팀 내부에서 불거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김씨는 생전 인삼재배 사업을 통해 4억원 이상의 현금을 벌어들였고 이 돈은 고스란히 부인의 계좌에 들어있었다. 윤씨는 또 남편의 사망
보험금으로 최근 1억원을 받아 이를 실종 직전 현금으로 인출했다.

이를 놓고 5억원의 거액을 노린 일당이 치밀한 계획 아래 일가족을 몰살했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윤씨가 특정 종교에
몸담은 것과 모녀의 부유한 생활이 주위에 알려진 시점이 모두 남편이 사망한 뒤라는 점에서 이 같은 주장 자체가 지나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편 당초 경찰은 특정 종교집단에 심취한 윤씨가 딸과 함께 잠적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여왔다. 그러나 사건 발생 보름여 만에 형체를 알 수 없을 만큼 심하게 부패한 윤씨 모녀의 시신이 발견됨에 따라 부실 수사에 대한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결과 윤씨는 목 졸려 살해됐으며 딸 김양은 시신 부패 정도가 심해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수사팀은 김양 역시 어머니와 같은 방법으로 살해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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