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가는 지금 “미국 대딸방 도우미 수입 반대”

최근 일부 유흥 사이트에서도 촛불 집회와 관련된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회원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과연 ‘유흥’ 사이트에서 이러한 ‘정치적인’ 주제를 논하는 것이 올바르냐고 하는 것. 일부는 미국산 쇠고기와 현 정부의 문제는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문제이기 때문에 유흥을 좋아하는 자신들도 결코 이 문제를 비켜갈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물론 또 다른 일부는 사이트의 ‘주제’에 맞게 그런 정치적인 이야기들은 피해가자는 주장. 과연 현재 유흥 사이트에서는 이러한 촛불 집회와 현 정부에 대해서 어떠한 논란들이 오가고 있는 것일까.


‘너희들이 그런 것에 관심이나 있냐?’

물론 이제까지 정치적인 이슈가 생길 때마다 유흥 사이트에서도 논쟁이 벌어지기는 했다. 하지만 대부분 유흥 사이트 관련자들은 이러한 문제들을 최대한 피해가고 싶어 했던 것이 사실. 특히 운영자의 입장에서 이는 꽤 곤란한 상황일 수밖에 없다.

회원들 간에 민감한 정치적 이슈가 생기면 일부 회원들은 사이트 자체에 염증을 느껴 탈퇴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흥 사이트 회원들이라고 해서 한국 국민이 아닌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민감한 이슈가 게시판에 올라올 경우 딱히 뭐라고 규제할 만한 장치도 없는 셈. 그러니 결국 운영자들은 이러한 논쟁을 별도의 게시판에 올리도록 하면서 은근슬쩍 피해간 적이 많았다.

사이트의 정체성은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일부 회원들의 ‘발언 욕구’도 만족시켜주었던 것. 일부 강경한 유흥 사이트의 경우 아예 회원 이탈을 감수하면서까지 정치적인 이슈의 글은 과감하게 삭제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의 ‘촛불 집회’와 관련해서는 사뭇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그냥 은근슬쩍
넘어가기에는 지나치게 큰 이슈이기 때문이다.

일부 회원들 역시 양편으로 갈라져 치열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라 운영자들도 여간 곤란한 입장에 처한 것이 아니다. 심지어 일부 사이트에서는 ‘나가요 아가씨’들까지 이러한 논쟁에 동참하면서 사뭇 이색적인 풍경이 펼치지기도 했다. 도대체 연결이 될 것 같지 않은 ‘정치적 이슈’와 ‘나가요 아가씨’들이 자신들의 발언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

따지고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겉으로만 보기에는 어색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나가요 아가씨들은 이러한 촛불 집회와 현재의 정국에 대해서 어떠한 글들을 올리고 있을까. ‘집회에 꼬박 꼬박’ 참가하고 있다는 29살 강남 텐프로에 근무하는 아가씨의 글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

“가게가 강남이다 보니 소위 ‘잘 나가시는’ 대한민국 1%분들이 고객으로 많이들 오십니다. 오늘도 손님들이랑 얘기하다 제가 집회 참가 꼬박꼬박하고 있다 했더니 그런 곳에는 참가하지 말라고, 웃기는 인간들이라며, 서울 인구가 몇 명인데 고작 만 명, 이 만명 나오는 것 가지고 국민의 소리라고 하냐 말을 하더군요.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 물고 나오신 그분들하고는 도저히 말이 안 통해서 열 받는 거 꾹꾹 참고 그냥 홧김에 술만 벌컥벌컥 마셨습니다.
아참, 이런 말도 하시더군요. ‘너 같은 애들도 그런데 관심 가지냐?’”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

그녀가 글을 쓴 이유는 단순히 자신이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역사의식을 드러내고, 또한 그들 ‘대한민국 1%’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기 때문.

“물론 그분들이 보기에는 (제가) 기껏해야 술집에서 일하는 골빈 된장녀로 보일진 몰라도 저 역시 대한민국 국민이고 대학 교육까지 받았고 사정상 그런 일 하는 것뿐인데 정말 서글퍼지더군요.(게다가 전 신문도 매일 꼬박꼬박 지금껏 5개를 보고 있다구요) 그 분들에게 대놓고는 말 못했지만 여기서 말하고 싶어요. ‘야 이 인간들아. 너네는 나중에 역사교과서에 단 한 줄도 못실릴 테지만 나는 자랑스런 6월 혁명을 일궈낸 민주시민으로 교과서에 꼭 실
릴 거다’라고요.”

사실 그간 유흥 사이트에서도 많은 정치적인 이슈들이 있긴 했었지만 나가요 아가씨들이 직접적으로 해당 이슈에 대한 집회에 참석하고 자신의 신념을 밝힌 적은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최근 촛불 집회의 특성이 유흥가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일부 소극적인 아가씨의 경우 자신의 심정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면서 촛불집회에 대한 지지를 밝히는 경우도 있다. 물론 그녀는 ‘나는 집회에 찬성도 반대도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지만 자신이 탔던 택시 운전기사의 극우적인 발언에 반감을 드러내면서 은연중에 자신의 신념을 밝힌 것.

“갑자기 택시 기사님이 역정을 내십니다. …기사님이 ‘분명히 조종세력이 있어. 그렇치 않고서야 어떻게 저 많은 사람들이 빨갱이도 아니고 미쳤지, 미쳐.’ 그 말에 황당하고 당황을 한 저는 마음속으로 ‘음…그럼 기사님의 배후 세력은 누구?’라고 생각했죠. 또 이런 말씀도 하시는 겁니다. ‘X팔 미국을 우린 왕으로 모셔야해 지금 저러고 있을 때가 아녀’. 순간 저는 황당했습니다. …슬픈 현실입니다. 미국을 왕으로? 손님을 좀 왕으로 모셔주시지요!”


유흥사이트도 들썩이게 만드는 파급력

나가요 아가씨가 아닌 일반 회원들의 논란은 촛불 집회라는 것에 대한 해석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유흥사이트에 촛불 집회에 관한 글을 올리는 사람들은 그것을 어떤 의미에서는 ‘정치적인’ 이슈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런 것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대한민국 국민이 모여 있는 이 사이트’에 그런 글을 올리는 것은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지 않냐는 입장인 셈이다. 촛불집회에서 경찰의 폭력적인 행위를 직
접 목격한 한 회원의 쓴 글의 일부이다.

“제가 애국자도 아니고, 운동권도 아닌…나도 ××, ××(남녀의 성기를 지칭), 섹스 좋아하고 돈 좋아하는 평범한 시민 입니다. 하지만, 그날에 경찰과 권력자는 나를 투쟁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중에서 이명박 정부에 정책이 잘못되고 있다고 느끼신다면, 시간 내셔서 한번 집회에 참가하는 것도 좋을 듯 싶네요!!”

또 다른 유흥 사이트의 한 회원 역시 어떤 정치적인 의미에서라고 보다는 ‘국민’으로서 촛불 집회의 동참을 요구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생각이 있고 개념이 있고 사상이 있다면 최소한 이번 일에는 다같이 동창을 해야 하는 겁니다. 최소한의 양심이란 게 있다면.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좌파 빨갱이를 논합니까? 그분들을 볼 때 마다 그분들의 시간은 박통 때나 전통 때에서 멈춘 듯한 기분입니다.”

일부 회원들은 촛불 집회와 관련된 글이 이같은 유흥 사이트에 게시되는 것 자체를 놀라워하는 경우도 있고, 때로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서는 자제하자는 입장을 가진 경우도 있다.

“솔직히 이런 곳에 촛불 관련 글이 올라온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저야 좋은 취지라고 생각하지만) 모든 것을 섹스와 연관시키는 곳이 이 곳인지라 의미가 퇴색될까봐 안타깝네요. 진지하게 받아들일 사람도 적을 것 같고요.”

아예 적극적인 반대 의견을 가지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들은 ‘사이트의 정체성’이 타격을 입고 더불어 자신들이 활동하는 사이트마저 편이 갈려져 정치적인 논쟁에 휩싸일까봐 걱정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또 다른 일부는 정치적인 것 자체에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곳에서만큼은 그런 논쟁을 하지 맙시다. (이곳은)쉬러오는 곳입니다. 여러 사람의 유흥업소 기행기도 보고 혼자서 ‘므흣한’ 상상도 하며 쉬는 곳입니다. 쉬는 곳에서까지 정의감 표출하시면 지치십니다. 쉬고 가십시오. 그리고 서로의 관점이 다르다고 서로를 비방하지는 맙시다. 그건 정의감도, 사회에
대한 사랑도, 우리의 권리도 그 무엇도 아닙니다.”

또 일부 회원은 쇠고기라는 사회적인 문제와 자신들의 사이트의 정체성을 연결시키는 코믹한 글을 쓰기도 한다. 자신들의 주된 관심사가 ‘대딸방’이기 때문에 미국 쇠고기의 문제를 대딸방에 패러디한 것. 한국에서 대딸방에서 활동하는 여자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에이즈 위험이 있는 미국 대딸방 도우미’를 수입하는 문제에 빗대어 가상의 시나리오를 쓰기도 하는 것.

사실 따지고 보면 ‘유흥 사이트에서 촛불 집회에 관한 글이 정당하냐, 그렇지 않냐’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을 수도 있다. 유흥 사이트라는 곳도 결국에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정치적인 이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고, 또 그것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쨌든 중요한 것은 현재의 쇠고기 문제와 현 정부에 대한 논란이 유흥사이트의 네티즌들까지 자극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해졌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