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문화 확산인가, 조건에 따른 ‘맞춤 성매매’인가

동거는 이제 우리에게도 더 이상 낯선 문화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때론 드라마와 영화에 의해 미화되기도 했고 현실적으로도 건전한 동거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이러한 동거가 일부 변질되어 왔다. 숙식이 필요한 가출 청소년들과 경제력이 있는 성인의 ‘맞춤 성매매’의 형태를 띄고 있다는 이야기다. 인터넷에는 이러한 맞춤 성매매를 연결해주는 카페를 찾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고 회원 수도 수만명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이러한 기회가 널려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단순한 ‘조건만남’을 넘어선다는 것에 더욱 큰 문제가 있다.

일회성이 아니라 아예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관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탈선 청소년들의 ‘불량 동거’에 대해 집중 취재했다.

한 달 전 집을 나온 최양(17)은 현재 강남의 한 풀옵션 원룸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곳의 월세는 무려 한 달에 100만원. 모든 가구와 가전 제품들이 구비되어 있으며 실내 인테리어 역시 보기 드물게 고급스러운 곳이다. 최양이 이곳에서 살 수 있는 비밀은 바로 맞춤 성매매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는 동거를 하고 있기 때문.


가출 청소년과 중년남성

“집을 나와 갈 곳이 없어서 처음에는 찜질방과 PC방을 전전했다. 집을 나올 때 가지고 나온 돈도 모두 떨어져서 친구들과 아르바이를 잠깐씩 하면서 끼니를 때웠다. 끼니라고 해봐야 컵라면이 전부고 편의점의 삼각 김밥이 주식이었다.
그러나 친구에게 우연히 ‘동거 카페’에 가면 잠자리는 물론이고 식사까지 해결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은 사실 너무 행복하다. 매일 밤 어디에서 잘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먹는 것도 크게 나쁘지 않다. 청소나 빨래 같은 것을 해야 하지만 그리 어렵지 않다. 또 매일 밤 섹스를 해야 하기는 하지만 그것에 비하면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최양의 남자’는 현재 사업을 하고 있는 30대 후반의 남성. 이혼을 하고 혼자 살아가는 그 역시 인터넷에 ‘동거녀를 구합니다’라는 글을 올렸고 이를 통해서 최양과 동거를 하기 시작했다.

‘건전한 동거 문화의 정착’을 위해 개설되었다는 카페에는 이렇게 청소년이나 아직 경제력이 부족한 젊은 여성을 찾는 남성들의 글이 매일 수십여개가 올라오고 있으며 이를 보면서 자신과 상대 남성과의 조건을 꼼꼼히 따지는 청소년이나 여성들도 수없이 로그인을 하고 있다. 잠깐 그들의 광고 문구를 살펴보자.


외모가 되면 돈걱정 말라?

‘이제 생활비 걱정하지 마세요. 월세, 관리비 등 모든 비용은 다 제가 지불합니다. 단, 외모가 되는 여성만 연락 부탁드립니다. 사진 보내주시는 것도 잊지 마세요.’

‘아침에 나가 밤에 들어오는 독신 남성입니다. 동거를 하면서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체격이 좋거나 남성스러운 분은 절대로 사절.’

‘혼자 살기에는 너무 넓은 집입니다. 함께 생활하며 즐거운 관계를 맺어갑시다. 돈 걱정은 하지 마세요.’

겉으로는 크게 이상할 것이 없어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사실은 거의 대부분 남성들의 글이 ‘맞춤 성매매’를 원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남성들이 먼저 이렇게 글을 올리는가 하면 오히려 청소년들과 여성들이 스스로 ‘충실한 섹스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제안하는 경우도 많다.

‘밥, 청소, 빨래, 뭐든시 시키는 것은 다 합니다. 그리고 당신을 위한 요부가 되어 들일께요.’

‘재워주고 먹여만 주신다면, 당신의 행복한 동거 파트너가 되어드릴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숙식과 섹스를 맞바꾸겠다는 이야기다. 취재진은 동거를 제안하는 글을 올린 한 남성과 이메일을 통해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글에 대해서 ‘문제 될 것이 뭐가 있는가’라고 오히려 반문했다.

“살다보면 사람들에게는 모두 각자가 ‘필요한 것’이 있다. 그것이 MP3일 수도 있고 멋있는 옷일 수도 있고, 때로는 잠자리나 먹을 것, 그리고 섹스가 될 수도 있다. 어차피 사회는 돈을 지불하고 자신이 필요한 것은 구매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점에서 동거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여자가 없기 때문에 성욕을 해결할 대상이 필요하다. 매번 여성을 사는 것도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한명을 정해서 그녀가 필요한 것을 제공하고 성욕을 해결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청소년만 아니라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다 큰 성인들이끼리 서로 조건에 맞춰서 각자 필요한 것을 교환하는 것이 뭐가 나쁜 일인가.”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식의 불건전한 동거가 가출 청소년들의 탈선을 더욱 안정적으로 부추킨다는 데에 있다. 청소년들이 집을 나왔을 때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을 해결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출 청소년 A양 역시 이미 한 번의 동거를 경험한 후라 현재 동거남을 찾는 것에 아무 거리낌이 없다.

“나에게 있어서 동거는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현재는 경제력이 없지만 동거를 통하면 보다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고 미래를 꿈꿀 수도 있다. 가출해서 갈 곳이 없는 상황에서 미래를 개척하는 것보다는 안정적으로 살아가면서 미래를 꿈꾸는 것이 더 나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어른들은 이런 동거가 나쁘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훨씬 나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필요한 것과 바꾸는 동거?

이렇게 동거를 원하는 가출 청소년들이 많다보니 때로 ‘건전한 동거’를 원하는 남성들이 황당한 일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직장인 B씨 역시 이러한 경우다.

“진짜 내 본심은 건전한 동거였다. 결혼을 하기 전까지는 가급적 같이 잠자리를 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사랑을 하지도 않는 상태에서 섹스를 한다는 것은 그냥 하룻밤 원나잇 스탠드이거나 성매매가 아닌가. 나는 좋은 의도로 글을 올려놓았는데, 막상 연락이 온 사람들은 고등학생 여자였다. 그것도 황당한 것이 한명이 아니라 두 명이었다. 놀라운 사실은 그녀들은 매일 밤 1:2의 잠자리를 제공해줄 수 있다고 했다.”

B씨는 그녀들의 당돌함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변태 성매매 업소에서나 할 수 있는 1:2를 제안해왔기 때문. 하지만 B씨는 그러한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솔직히 요즘 청소년들이 무섭다. 그렇게 1:2까지 제안하는 아이들이 무슨 짓을 못하겠는가. 예전에 갈데 없는 아이들을 집으로 들였다가 봉변을 당한 노인들도 있지 않는가. 고등학생 정도면 충분히 나쁜 짓을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 점에서 나는 꽤 불안했고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B씨는 그녀들에게 거절의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몇 번 더 시달려야 했다. 이메일이 계속해서 오고 문자까지 끊이질 않았기 때문. 결국 시간이 흘려 그녀들은 더 이상 연락이 오지 않았지만 B씨는 그 이후로 동거 사이트에 대한 글을 모두 지우고 건전한 동거에 대한 꿈도 접어버렸다.

“솔직히 한국 사회의 동거가 이런 식으로까지 발전되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냥 ‘건전한 동거를 하고 싶다’는 나의 생각 자체가 우스워 보일 지경이었다. 특히 청소년들이 그런 식으로 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다는 점은 무척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어른들이 아닐까. 청소년들은 아직 이 사회의 주류가 아니라는 점에서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환경과 시스템에 의해서 좌우될 뿐이다. 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불건전한 탈선을 일삼는다면 청소년들도 그러한 환경에 이끌려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고등학생이 1:2 동거 제안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청소년 동거를 막는 것이 쉽지 않다는 데에 있다. 일단 인터넷을 통해서 은밀하게 거래가 오가기 때문에 파악이 쉽지 않고, 일단 동거를 시작하면 집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친척이나 조카라고 말해버리면 의심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는 성매매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지만 정작 성매매의 증거를 잡아내 법적으로 접근하기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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