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고 똑똑한 아가씨 난자 삽니다”

인터넷을 통한 난자 불법매매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여성들은 생활비나 용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난자를 전문 매매조직에 팔고 있다. 이런 실태는 비단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난자를 밀거래하다 경찰에 의해 적발된 사건을 살펴보면 그 실태가 심각한 수위를 넘어섰음을 알 수 있다.

경남지방경찰청 외사과는 지난 14일 난자를 직거래한 여대생과 주부 등 24명을 적발했다.

경찰은 용돈과 생활비 등을 벌 목적으로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불임 관련 카페 및 블로그에 글을 올려 자신의 난자를 매매한 혐의(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A(25·여)씨와 B(41·여)씨 등 2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아파트 모델하우스 안내원인 A씨는 지난해 1월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카페에 중학교 졸업인데도 대학교 재학 중인 것처럼 속여 난자를 판매하겠다는 글을 올린 후 연락을 해온 불임여성 2명에게 두 차례에 걸쳐 550만원을 받고 난자를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여대생 B(21)씨는 용돈을 벌기 위해 인터넷 포털사이트 블로그에 난자를 판다는 글을 올려 불임여성에게 자신의 난자를 350만원을 받고 팔았다 적발됐다. 무직인 C(28)씨는 용돈을 벌기 위해 한차례 200만원씩 총 4차례에 걸쳐 800만원을 받고 난자를 팔다 검거됐다.

특히 난자를 매수한 불임여성 중 재미동포 D(41)씨는 A씨 등으로부터 3회에 걸쳐 총 600만원을 주고 난자를 매수해 시험관 아기 시술을 했으나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난자 매매 카페 북새통

이외에 이들 13명의 매수자는 서울과 부산 등 10개 병원에서 가까운 친척인 것처럼 믿게 한 뒤 난자를 기증하겠다고 속여 난자 채취와 시험관 아기시술을 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건에서 주목을 끄는 것은 난자 판매자가 알선 브로커를 거치지 않고 구매자와 직접 거래를 했다는 점이다. 경찰 조사 결과 이번에 적발된 난자 매매 여성들은 인터넷을 통해 1회당 200만~350만원에 직접 거래했다.

경찰은 인터넷 불임관련 카페 등에 난자매매 관련 글이 수백건씩 게재돼 있어 불법 난자 매매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번 사건은 난제불법매매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여대생들이 용돈 마련을 위해 생명의 모태인 난자를 마치 상품처럼 거래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 카페에서 난자제공 의사를 밝힌 회원 중에는 자신을 회계사나 유학준비생, 고시준비생, 모델, 심지어 의대생이라고 밝힌 경우가 상당수 있다”며 “난자를 매매하려는 여성들 중에는 대학 입시를 앞둔 여고생도 있다”고 말했다.

난자 매매 의사를 밝힌 여성은 명문대 재학생 뿐 아니라 가정주부까지 있으며 이들은 카드빚, 학자금, 생활고 때문에 자신의 난자까지 팔기에 이르렀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과거 난자매매 사실을 조사하던 중 브로커 유모(40)씨를 붙잡아 그의 회원명단을 압수했다. 그 명단에는 249명이 난자를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중 여대생과 주부가 전국적으로 분포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한편 난자 제공 여성들은 난자 채취 과정에서 발생한 부작용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난자 채취가 안전하다는 일부 과학자들의 주장과 달리 심각한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인공 수정을 위해 난자를 채취할 때엔 보통 한 달에 한 개씩 나오는 난자를 한 번에 8~10여 개씩 '억지로' 배출하는 방법이 동원된다.


산부인과에 기증하는 것처럼 속여

이 과정에서 과배란 유도제가 투여되는데, 이 호르몬 주사는 난자 제공자의 체질과 건강 상태에 따라 20~30%의 후유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할 경우 불임, 난소함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 생명윤리법상 난자 공여는 환자와 난자 제공자의 동의를 얻어 무상 기증하는 것만 가능하고 정자ㆍ난자를 매매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러나 난자 거래 알선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게 돼 있으나 난자 제공자와 수요자는 3년 이하의 징역으로 규정돼 있다. 일선 브로커에 대한 처벌 강도가 훨씬 낮다.

또 난자를 채취할 때 난자 제공자의 서면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동의서에 난자 제공자의 서명란이 빠져 있는 등 난자 매매에 의한 인공 수정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공 수정 시술 병원들이 시술에 쓰고 남은 잔여 배아나 남은 난자의 관리 실태도 제대로 조사돼지 않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 난자매매 이어 대리모 성행

‘성관계 후 아기 낳아주겠다’ 광고

대리모 실태도 심각하다. 난자매매뿐 아니라 아예 대리모로 나서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 대리모로 나선 여성은 단순히 `배를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성관계 후 아기를 낳아주겠다'는 의사까지 밝히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대리모 관련 카페에 올라온 글 중 '성 관계를 통한 대리모 출산도 가능하다'고 광고하는 여성도 있다"며 "이 같은 글은 인터넷 대리모 카페에서는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성관계를 조건으로 돈을 받은 게 아니기 때문에 성매매 혐의에도 저촉되지 않고 돈을 받고 아기를 건네기 때문에 인신매매 여부도 검토해봤지만 아직 이 같은 경우에 대한 법적용 사례가 없었다. 뚜렷한 단속 대책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찰은 회원 1천명이 가입한 대리모 카페에 대해 계속 불법성 여부를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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