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실체 확인하고도 축소·은폐 의혹

B회사 Y사장이 달러를 반출하기 위해 작성한 해외직접투자 신고서.(위) 필리핀 Z카지노 조직 구조도 Y씨가 사장으로 돼 있다.

서울경찰청의 ○○과에 근무하는 경찰관이 수사대상에 오른 이들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고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금까지 확인된 문제의 경찰은 두 명이다. 이 ‘투캅스’가 사건을 축소·은폐해 주는 대가로 받은 돈은 각각 5000만원과 1억원이다. 〈일요서울〉은 문제의 경찰관이 돈을 받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돈을 직접 전달했다는 A씨의 증언을 확보할 수 있었다. A씨는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두 경찰관에게 돈을 전달했는지 등을 자세히 설명했다. 심지어 어떤 봉투에 돈을 담아 전달했는지도 기억하고 있었다. A씨의 증언 내용을 모두 그대로 믿기는 힘들다. 하지만 문제의 경찰관이 수사 대상자들을 수사한 과정과 수사결과를 살펴보면 석연치 않은 구석이 다분하다. 더구나 사건 수사가 끝난 이후에는 수사대상자였던 이들과 돈독한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이들이 뇌물을 받았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또 이 투캅스 뿐 아니라 다른 시기 같은 수사대상자들을 수사한 검찰도 냄새를 피우고 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XXX호 검사 역시 이 수사대상자들을 수사하다 불명확한 이유로 사건을 흐지부지 종결했다. 검찰에도 뇌물이 들어갔는지 여부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일요서울〉은 보다 구체적인 사실 확인 작업을 통해 이번 호 제1탄에 이은 2탄에선 뇌물경찰의 실명과 근무부서, 검찰 사건수사 파일 그리고 관련 문건, 증거 등을 모두 공개할 예정이다.

2006년 6월경 서울경찰청 ○○과에 제보가 접수됐다.

국내 모 회사의 사장이 필리핀에 카지노장을 개업한 뒤 한국인들을 상대로 불법 영업을 하고 있으며, 카지노 운영을 위해 편법적으로 외화를 반출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제보자는 국내 카지노 업계에서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인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보를 접수한 경찰은 조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제보 내용이 상당부분 사실인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경찰은 수사대상자들에게 가벼운 혐의만 적용한 뒤 수사를 종결했다.

수사대상자들은 외화불법밀반출 및 상습도박 등의 혐의를 받고 있었으나 경찰은 대부분의 무거운 혐의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일부에게만 해외 도박 및 도박 방조죄를 적용했다. 전형적인 솜방망이 처벌이었다.

당시 경찰은 해외 카지노에 운영자금을 대고 있다는 B회사와 사장 Y씨, 카지노 사장인 P씨, Y씨의 조카인 D씨 등을 조사했다.

이 사건은 Y씨와 P씨의 관계 규명과 B회사의 해외투자금 용처만 제대로 조사하면 모든 사안이 쉽게 드러날 일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경찰은 가벼운 처벌만 내리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경찰 부실수사 뇌물약발

경찰의 설명에 따르면 B회사가 해외투자금 명목으로 반출한 외화는 반출 과정에서 절차상의 아무런 문제가 없고 자금 사용 역시 위법성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불법 도박장 개설은 B사와의 연관성을 찾기 힘들고 B사의 자금이 필리핀 Z카지노로 흘러갔다는 증거도 찾기 힘들다는 게 경찰 수사 결과다.

다만 P씨가 필리핀 카지노 업자와 동업하는 과정에서 한국인들의 도박을 묵인했기 때문에 도박방조혐의는 적용가능 하다고 당시 경찰은 밝혔다.

그러나 〈일요서울〉이 입수한 문건을 살펴보면 경찰이 부실수사를 한 흔적은 곳곳에서 보인다.

B사의 해외직접투자신고서만 보더라도 Y사장의 불법 도박장 해외 편법 개설 및 외화불법·편법반출의혹은 단순 의혹 수준을 넘어선다.

B사는 2005년 작성된 이 신고서의 투자업종란에 ‘호텔업’이라고 적었고 주요제공란에 ‘호텔’이라고 써넣었다. 또 소재지란에는 ‘수빅’, 업종란에는 ‘해외호텔운영업’이라고 돼 있다. 그리고 현지 법인명란에는 Z로 돼 있었고 투자금액은 미화 1500만 달러였다. 확인결과 이는 허위로 작성된 신고서가 명백했다.

먼저 이 돈은 호텔운영업에 투자된 게 아니라 카지노 운영자금으로 쓰였다.

현지법인명란에 기재된 Z는 필리핀에서 카지노를 운영하는 회사의 법인명이었다. 그렇다면 투자업종란과 주요제공란 그리고 업종에 적힌 ‘호텔운영’은 ‘카지노 운영’이라고 적혀있어야 맞다.

소재지도 거짓이었다. Z법인의 소재지는 수빅이 아니라 마닐라로 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들은 필리핀 현지 한국대사관과 주한 필리핀 대사관에 전화 몇 통만 걸어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또 Z사가 카지노운영 법인회사라면 B사의 Y사장은 카지노에 투자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Y사장은 1500만 달러라는 거액의 외화 반출목적을 속인 게 된다.

그런데도 경찰은 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이다. Y사장이 이런 식으로 500만달러를 추가 반출한 문건도 있다. 이에 Y사장이 반출한 외화는 확인된 것만 2000만달러(한화 약 190억)이다.

경찰이 Y사장에 대해 면죄부를 준 정황이 선명하다.

당시 경찰의 이 같은 부실수사에 대해 뇌물의 ‘약발’이 통했다는 소문이 필리핀 교민사회와 일부 국내 카지노 관계자들 사이에 돌았다. 그러나 근거가 없어 소문은 곧 소멸되고 말았다.

“경찰에 뇌물을 줬다. 내가 알기론 한명은 5000만원, 다른 한명은 1억원 정도 된다. 내가 직접 줬다. 처음에 수표로 줬는데 안 받아서 나중에 다시 달러로 바꿔서 줬다.”


뇌물 뿌려 적과의 동침

A씨의 증언내용이다. 그에 따르면 그가 돈을 전달한 이들은 서울청 ○○과의 L경찰관, C경찰관이다.

A씨는 “Y사장이 시켜서 경찰관에게 돈을 줬다. Y사장은 처음에 경찰관들의 발목을 잡아야 한다며 수표를 주라고 강요했지만 이들이 수표는 위험하다며 받지 않아 달러로 돈을 바꿔줬다”고 털어놨다.

또 A씨는 “당시 은행에서 달러를 환전한 영수증도 있다. 그리고 이들이 사건종결 후 필리핀 Z카지노로 와서 도박한 증거도 있다”며 “지금 Y사장과 L, C경찰관은 매우 가깝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C경찰관의 자녀는 Z카지노 사장인 P씨의 집에서 숙식하며 영어연수를 한 것으로 전해져 놀라움을 더하고 있다.

(다음 주 제2탄에서 보다 자세한 내용이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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