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이창환기자] 배우 지현준의 1인극 <나는 나의 아내다>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1227일까지 공연된다. 실제 이야기를 소재로 한 135역의 모노드라마이며, 2013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 3에 선정된 연극이다. ‘나는 나의 아내다는 여장남자 샤로테 폰 말스도르프라는 실제 인물을 소재로 한다. 한 인간이 가지는 시대적, 개인적 특수성과 역사성을 사실적으로 그린다.

연출자 강량원은 올해 다시 선보이는 나는 나의 아내다가 관객들에게 모노드라마의 세계, 기존의 모노드라마와 다른 세계를 보여줄 것이라고 전했다. 보통 모노드라마는 한 사람의 주요한 인물이 있고 그 인물의 관점에서 사건이나 이야기를 다루는데, ‘나는 나의 아내다35명의 등장인물이 한 배우가 연기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연출해서다. 이 같은 의도는 여장 남자인 주인공과 관계가 있다. 남자이기도 하고 여자이기도 한,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그가 흐르듯이 내뱉는 이야기는 그 존재로서 특별성을 띤다.
 
작품의 특징은 누군가의 인생을 다루는 방식에서도 구분된다. 극 주인공은 실제 인물로 나치 치하와 독일 사회주의 그리고 통독 후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았다. 어느 체제에서도 용납되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무국적자였고 결국 제3국을 선택하여 스스로 디아스포라(흩어진 사람들)를 감행했다. 희곡작가는 사건을 추측과 상상으로 채우는 대신, 실제 관찰과 인터뷰, 연구 내용으로 채웠다. 희곡작가가 인터뷰하고 관찰하고 연구하는 과정이 연극의 플롯이다.
 
때문에 연극의 풍부하고 선 굵은 표현에 익숙한 관객은 나는 나의 아내다의 건조함이 낯설 수 있다. 극의 태초적 느낌을 주기도 한다. 배우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이 착각되는 긴 독백, 혹은 활발한 어떤 낭송회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35인 등장인물 캐릭터가 배우 하나에 체계 없이 들어있기 때문에, 순간 다른 이로 바뀌며 공간과 시간의 변화도 갑작스럽다. 지현준이라는 배우를 통해 사방에 튕기는 캐릭터를 듣는 재미를 느낄 것인지, 단순히 정신분열에 걸린 누군가가 중얼대고 끝날 것인지는 집중에 달려 있다. 배우에 대한 집중이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무대디자인과 지현준의 연기력은 처음 인지한 후 중간에 다시 새길 정도 수준이었다. 큰 홍보가 필요 없을 만큼 매진행렬을 이어가는 것도 지현준의 파워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줄거리-
미국에서 게이로 살아가던 작가 더그는 통일된 독일에서 미국 특파원으로 근무하는 친구 존에게서 샤로테라는 독특한 인물에 대해 듣게 된다. 동베를린 출신의 샤로테는 히틀러의 나치 시대와 동독의 사회주의 체제에서 살아남은 여장남자였다. 샤로테는 1890년대 생산된 축음기, 시계, 가구를 수집하고, 그 당시 성적 소수자들의 휴식처였던 캬바레 '뮬락 리쩨'를 정리하여 자신의 집에 '그륀더짜이트'라는 박물관을 만들었다. 베를린 말스도르프에 위치한 그륀더짜이트 박물관을 방문한 더그는 샤로테를 만나게 되고 그(그녀)의 삶에 매혹된다. 더그는 그(그녀)의 인생을 연극으로 만들기 위해 그(그녀)와의 인터뷰를 시작한다. 그리고 샤로테의 놀라운 삶이, 그리고 잊혀졌던 역사가 서서히 더그 앞에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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