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이 청와대 감찰 문건으로 꽁꽁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네티즌들이 열광한 기사가 있었다. 바로 허경영 19대 대선공약기사가 포털을 장식하더니 급기야 허경영이름이 검색어에서도 수위를 차지했다. 허경영씨는 15, 17대 대선때 출마해 파격적인 공약을 선보이며 정치를 희화시킨 인물로 유명하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과 혼담이 오갔다고 허위사실을 유포해 징역형을 받아 18대 대선 때에는 출마를 접여야만 했다.

그런 그가 20141월초 페이스북에 올린 13개의 19대 대선 공약이 화제가 되면서 100여건이 넘는 기사가 쏟아졌고 수백개의 댓글이 달리면서 인기를 모았다. 네티즌들은 황당하지만 재밌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주요 대선 공약을 보면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사랑의 열매 1조 기부시 면책), 박근혜 대통령 부정선거 수사(결혼 승낙 시 면책), 새누리당 해체 및 지도부 구속(소록도 봉사 5년 시 집행유예)'와 같은 다소 황당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반전은 그가 페이스북에 올린 대선 공약이 누군가 이름을 도용해 재미삼아’(?) 짜깁기 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부터다. 허씨는 기사가 시들해질 때 쯤 자신은 페이스북을 하고 있지 않다’, ‘누군가 재미삼아 올린 것 같아 보인다고 트위터에서 밝혔다.

기자 역시 트위터에 글을 올리기전인 4일 허씨에게 전화를 걸어 허씨가 작성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허씨는 “내가 한 게 아니다. 내 이름을 도용한 거다. 내가 박 대통령을 얼마나 존경하는 데 수사는 뭐고 면책은 또 뭐냐 내가 그렇게 하겠느냐”며 “어떤 놈이 장난친 게 분명하다”고 발끈했다. 이어 그는 기자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면서 “아무래도 검찰에 명의도용과 명예훼손으로 고발해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대선 공약 기사는 누군가 장난삼아이름을 도용해 허씨의 페이스북처럼 위장해서 올린 글이었다. 정치와 허씨를 상대로 장난친 셈이었다. 이름과 페이스북을 도용한 누군가도 문제다.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확인도 하지 않고 오보 기사를 쏟아낸 기자들 역시 한심하지 않을 수 없다.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기자가 아니라도 인터넷과 휴대폰을 통해 허씨가 작성한 게 아니라는 점을 금방 알 수 있다. 검색창에 허경영이라고 치면 확인이 된다. 실제 검색해 보면 진짜 허경영페이스북은 두 개인 데 모두 19대 대선 공약이라는 게시물은 올라있지 않았다. 허씨도 기자와 통화에서 밝혔듯이 누군가 악의적으로 조작 한 것이라고 시인했다.


결국 100여건이 넘는 기사가 나가면서 기자들은 사실 확인을 하지 않은 채 경쟁적으로 오보를 확대 재생산 한 셈이다. 무엇보다 허씨가 쓰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어떤 매체도 사과문 게제나 기사를 내리지 않고 있다. 후속 기사도 내놓지 않고 있는 매체도 상당수다. 일반인이 장난친 글이라면 누가 기사를 작성할 생각을 했을까. 오히려 허씨가 직접 쓴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이 일반인이 장난친 것보다 적게 기사화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됐다.

이런 오보가 생겨난 배경은 포털의 시대에 맞춰 속보성 기사가 넘쳐나고 클릭수가 높아야 광고의 단가도 올라가는 구조도 한몫하고 있다. 또한 인터넷 휴대폰 시대에 발맞춰 매체마다 온라인팀을 꾸려 기사를 취재 없이 마구 쏟아내는 실정도 오보를 양산하고 있다. 온라인 매체들의 경우에는 기사만 내리면 된다는 안이한 사고도 엿보인다.

이번 대선공약 기사는 당사자가 허씨라는 점과 2차 피해가 예상되는 이명박 박근혜 전 현직 대통령이 침묵하고 있고 독자에게 적쟎은 재미를 줬다는 점에서 무사히 넘어가는 분위기다. 하지만 성희롱이나 성추행’, 나아가 비리에 연루된 기사가 사실 확인 없이 수백건의 기사가 나갔다면 어떠했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번 청와대 문건 파문이 그렇다. 관련 기사가 매일 쏟아지는 데 사실 확인 없이 나가는 기사들이 늘어나자 코너에 몰린 당사자들이 사실이 아니다는 인터뷰 기사가 쳇바퀴 돌듯 반복되고 있다.

이런 확인하지 않은 기사는 결국 한 개인의 인생이 망가지고 가정이 파탄나고 직장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이런 이유로 완전 오보였던 허경영 기사를 그냥 웃으며 넘길 수 없는 이유다.(사실 허씨도 명의도용 및 명예훼손혐의로 수사 의뢰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현재 대한민국을 이끌고 관리해야 할 사람들이 있다. 정치인이 있고 공무원들이 대표적이다. 이미 두 집단은 영혼 없는 생계형 정치인 공무원이 됐다며 국민들로부터 냉소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언론인들까지 생계형 기자라는 말까지 나온다면 결코 대한민국 미래는 밝을 수 없다. 특히 자신들의 바이라인을 달고 나가는 기자일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