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인턴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은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 강 모 교수를 본인의 일관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강 씨는 지난여름 저녁 서울 한강공원 벤치에서 다른 대학 출신 인턴 여학생 A씨를 자신의 무릎에 앉힌 뒤 신체 일부를 만진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서울대는 총학생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강 교수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교내 인권센터를 통해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강 모 교수가 사표를 제출했던 지난 26일은 서울대 여학생 22명이 강 교수에게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던 당일이다. 서울대 강 교수 사건 피해자 대책위원회가 늦게나마 강 교수의 사표 수리를 번복하고 진상조사를 진행키로 한 것은 사표가 수리되면 더 이상 서울대 교원 신분으로 서울대가 강 교수를 조사 징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표수리 방식으로 면직처리 되면 파면, 해임조치와 달리 연금을 다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대학에 교수 재임용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전혀 다른 내용이긴 하나 지난 9월2일 서울고법 형사8부는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가 제기한 정직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휴직상태가 아닌 상황에서 이뤄진 정치활동에 대해서는 직장이탈로 간주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향후 현실정치에 뛰어드는 ‘폴리페서’ 활동 허용 범위 판단에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고등법원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대학교 교원은 학칙 또는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학문 연구만을 전담할 수 있고, 학문연구가 반드시 학교 내에서 이뤄질 필요는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휴직신청이 받아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학문 연구와 무관한 선거운동 등 정치활동을 한 것은 그 자체로 직장이탈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폴리페서 문제는 교수의 공직선거 출마를 정당화한다는 비판 속에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조국 서울대교수의 정치참여 당시 논란이 극대화 됐다.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의 정치참여는 엄격히 금지하면서 대학교수에 대해서는 예외가 인정되는 현실이 교수들 천국 같은 세상이다.

그동안 불거진 관피아 의혹으로 전직 고위관료들이 산하단체로 가는 일이 줄어든 틈에 교수들만 좋아졌다는 푸념이 생겼다. ‘관피아’가 침 발라놓은 자리를 ‘교피아’가 먹어 치우는 꼴이다. 이들 역시 대선 캠프에 있었거나 선거를 도왔던 인물들이 대부분이라는 언론 분석이 나왔다. 이를 보면 관피아 뺨치게 교수직을 발판삼아 정계나 공직에 진출해 입신양명 하려는 교피아족이 많다.

물론 교수는 나라 발전에 요긴한 고급 인적자원임에 틀림없다. 때문에 무턱대고 교수의 공직 진출 자체를 막자는 게 아니다. 문제는 다시 돌아갈 곳이 있다는 생각으로 대략 무책임하고, 가르치려고만 들고, 조직 장악이 서툴고, 업무파악이 적극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점이다. 정파적 이해타산과 배타적 편 가르기에도 정치성향 교수들의 엄중한 자제가 요구되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폴리페서를 금지하는 법안은 현재 상임위원회 법안소위 심사 테이블에도 오르지 못하고 있다. 연구에 몰두하기 위해 학교 보직까지 마다하는 교수다운 교수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제발 이들을 능멸하지 않기 위해서도 법안 통과를 더 미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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