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어깨가 더 좁아 보인다.”

최근 박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한 한 여권 고위 당직자의 표현이다. 이 인사는 악수를 나눌 때 손에서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그럴 만도 하다. 청와대 문건 유출로 인해 일국의 대통령이 측근.가신.친인척 그룹에 둘러쌓여 있는 것처럼 묘사되고 있다. 모임명도 문고리 3인방, 십상시, 7인회, 7친회, 만만회 등으로 명명되면서 무협지 한편을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집권 3년차를 준비해야 하는 박 대통령으로선 착잡함을 넘어 서글픈 사건일 수밖에 없다. 20121219일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이듬해에는 인사 참사로 정국 운영 키를 제대로 잡아보지도 못했다. 오히려 취임초 국무총리 후보자등 장차관 6명이 사퇴하면서 청와대 비서실장이 사과를 해야만 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국회 인사청문회 낙마율은 노무현 정부 3.8%와 이명박 정부 9.8%에 비해 15.8%로 월등히 높다. ‘인사가 만사라고 인물이 잘 들어와야 국정운영도 잘 되는 것인데 밀실 인사’ ‘수첩인사로 조롱을 당하기 바빴다. 급기야 초대 청와대 대변인인 윤창중씨는 대통령 미국 순방 동행중 여성 인턴 성추행 파문으로 중도에 귀국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인사 참사가 터지면 매번 대통령은 해외 순방으로 지지율 등락을 반복해야만 했다. 그러다 쌍둥이 위기에 봉착한 게 2014년이다. 집권 2년차를 야심차게 준비하던 박 대통령은 4월달에 터진 세월호 참사로 다시한번 국정운영에 발목을 잡혀야만 했다.

안산 단원고 어린 학생들이 속수무책으로 대거 희생되면서 박근혜 정부는 안전이란 글자에 경기를 느낄 정도였다. 예상에도 없던 사건으로 정부 조직법을 바꿔야 했고 여야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두고 정쟁을 일삼아 정국은 혼란의 도가니였다.

여기에 안대희-문창극 총리 내정자들의 연이은 사퇴 파문까지 터졌다. 세월호 참사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혔던 정홍원 총리가 다시 복귀하는 웃지 못할 인사 헤프닝도 겪어야 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에 고질적인 인사 참사로 대국민 사과를 해야만 했다. 2013년과 2014년에 총 6번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 중에서 인사 참사와 세월호 참사로 직접 대국민 사과는 3번이나 된다.

그러다 세월호 특별법도 제정되고 예산안도 여야가 간만에 시한내 합의 처리하면서 2015년 집권 3년차를 야심차게 준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청와대 문건 유출 파문이 터지면서 을미년 신년 새해 벽두부터 야당으로부터 정치적 공세를 받을 공산이 높게 됐다. 또한 여야가 손 잡고 연초부터 개헌 카드를 꺼내들어 박 대통령을 흔들 수도 있다.

어영부영 2년이란 금쪽같은 시간이 흘러갔다. 그런데 오는 2015년까지 재판이 된다면 박 대통령은 해외순방만 다닌 대통령’, ‘대통령이 되는 게 소원이었던 대통령으로 남을 공산이 높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이유다. 청와대 문건 유출 파문이 누군가의 이간질이고 찌라시수준의 문건이라고 검찰이 발표를 하고 청와대가 통제되고 있다고 주장해도 국민들은 그렇게 믿질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와 국민만을 바라보고 일하겠다는 게 박 대통령이 평소 소신이다. 그래서 결혼도 안하고 고독하지만 치열하게 살아왔다. 이를 상쇄할려면 청와대 문건 유출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요구된다. 이미 6번이나 한 대국민 사과를 한번 더 한다고 큰일나지 않는다. 청와대 인적 쇄신도 과감하게 단행해야 한다. 그것도 2014년이 끝나기전 진행돼야 한다.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청와대 권력 암투로 새해를 맞이하는 것은 국민도 대통령도 모두 불행한 일이다. 국운이 걸려 있는 2015년이다. 20142013년과는 분명히 달라야 한다. 그럴려면 대통령이 먼저 변해야 한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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