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이창환기자] 자기 파괴적이며, 깊고 날카로운 메시지로 앵콜을 이끈 연극 <변태>가 지난 123일부터 1231일까지 대학로 예술공간 서울에서 공연 중이다.

연극 <변태>는 육체의 바닥부터 시인이라 믿고 있는 책방 주인, 그와 문학적 정신을 공유하는 글짓기 선생 아내, 시를 배우며 이들 부부와 가까워진 정육점 주인간의 사정을 다룬 작품이다. <변태>19세 이상 관람에 맞는 파격으로, 자본주의 손아귀에서 그나마 자유로운 연극과 시를 집착하리만큼 파고들었다. 연극 또는 시를 공부하는 중년층 관객을 목격할 수 있는 작품으로 젊은 관객과 시의 유행을 겪었던 중년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2010년 전문가들 사이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을 시작으로 2014년에는 제1회 서울연극인대상 대상, 연기상, 극작상을 수상해 소재의 무게와 진정성을 인정받았다.
변태는 세 명의 캐릭터로 예술은 무엇이고, 시대 예술가는 어때야 하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어떻게 현실에 맞서고 살아남아야 하는지 묻는다. 이는 책방 주인의 온 힘을 다하는 독백에서, 아내의 냉소 혹은 고뇌에서, 돈 많은 정육점 주인의 당당한 열등감 내지는 영악한 순수함 속에서도 나타난다. 서로의 가치관, 기질의 대립은 를 둘러싼 철학을 지루하지 않게, 현실과 맞닿아 보여줄 수 있는 힘으로 작용된다.
 
변태의 매력은 탄력 있는 대사와 연기를 통해, 관념적이며 그들만의 대화가 될 뻔한 주제를 감정적으로 끌어올린 데 있다. 파고 들어가는 대사와 연기의 깊이는 초반이 지나면서 속도를 더하는데, 시를 모르는 관객도 공감할 수 있게 만든다. 기득권에 해당하는 직업에 속하지 못할 때의 방황과 괴로움은 가난한 시인만 겪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소외는 형편이나 노력이 못 따라가면서 빚어지지만, 그 직업 자체가 자신의 타고난 성향과 맞지 않아 외면하는 경우도 있다. 극중에서는 변두리 예술가 부류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의 예민함과 폐쇄성, 자존심과 변덕, 조직의 모순과 불의를 경멸하는 습성은 결코 노동의 고통을 감내하지 못한다.
 
극중 시인으로 등단했으나 별 볼일 없는 책방 주인과 그가 거론하는 친구 영화감독, 작가, 예술가의 현실은 구질구질하다. 미래에 관해서는 한 끗 희망도 엿보기 쉽지 않다. 책방 주인은 광기는 메마르고 열등감은 넘치는 이론가로 변모해가며, 영화감독 친구는 10년 동안 차기작을 꿰차지 못한다. 책방 주인의 경우 결국에는 자신에게 시를 배운 정육점 주인에게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창조성마저 흡수당한다. 노동의 전문성을 체득한 기술자, 돈과 여자를 즐길줄 아는 자본주의자, 시를 취미로 여기는 현실주의자에게 예술의 성취를 빼앗긴다.
 
물론 작품은 책방 주인의 생을 제시하면서, 글 짧은 독서와 판매를 위한 이슈 만들기로 전락한 시(출판)에 대한 비판을 잊지 않는다. 하지만 이를 비난하는 인물의 존재감이 힘을 잃을 상황이기에, 받아들이는 입장은 제각각 달라진다. 대중성을 획득하지 못하더라도 그 진정성과 신념을 알아줘야 한다는 쪽과 성공이 없는 말과 철학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쪽으로 나뉜다. 사실 작품은 책방 주인을 포르노 중독자와 무기력한 도피자로 묘사할 만큼 그 진정성에 회의를 부여하고 있다. 마음은 있으나 이를 유지할 정신적 재능이 없는 이들을 향한 동정으로 봐도 될 듯하다.
 
글짓기 선생 아내는 남편과 정육점 주인의 중간에 위치해 남편의 몰락을 이중 배신하는 역할을 맡는다. 남편의 편에서 살다가 현실적인 소득 문제와 정육점 주인의 호탕함, 추진력 앞에서 좌절을 겪기 때문에 내적갈등이 가장 심하다.
기득권으로부터 소외된 이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를 할 것이다. 누군가는 물질의 혜택과 주변의 인정을 받기를 거부한 채 본능과 신념만 추구할 것이며, 누군가는 도덕적 타락을 감수하면서라도 기득권에 낄 틈을 찾을 것이다. 아니면 과장된 선의와 적개심으로 불안감을 내치거나 떨칠 수도 있다. 아내는 앞의 시행착오를 모두 겪으면서 정육점 주인의 편으로 돌아선다.
 
줄거리-
도서대여점 책사랑을 운영하는 시인 민효석은 술값, 담뱃값이라도 벌어볼 요량으로 동네정육점 사장 오동탁에게 매주 정기적으로 시를 가르친다. 그러나 도서대여점은 심각한 운영난에 빠져 월세가 밀린 지 이미 오래다. 효석의 아내 한소영은 동탁에게 효석의 일자리를 부탁하나 평생 시인으로만 살아온 효석에게 육체노동은 참을 수 없는 고역이다. 삶의 궁핍에 찌들어 시마저도 써내지 못하는 효석을 바라보며 소영 또한 점점 지쳐간다. 그러던 어느 날 책사랑으로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세 사람은 큰 변화를 겪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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