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간 아들 걱정에 매일 같이 군부대에 아들 안부를 묻고 선임병이 아들을 밀쳤다고 부대까지 찾아가 항의하며 과보호로 장병들을 군 생활에 적응치 못하게 하는 엄마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아들은 또 이런 엄마가 그리워 날만 새면 휴가 타령이라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거의 매일 서너 차례씩이나 부대에 전화를 걸어 아들 안부를 묻고 장병들이 곤히 잠든 새벽 2~3시에도 전화를 걸어 아들과 통화를 시켜달라고 조르는 엄마들도 있단다.

이정도가 다가 아니라고 했다. 자식 사랑에는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한국의 엄마들이 입대한 자식을 따라 군(軍)으로 몰려가는 정황까지 나타나 아예 훈련소 옆에 방 잡아 사는 경우까지 드물지 않다고 했다. 어떤 신병의 어머니는 “아들 곁에 있고 싶어 거의 매일 부대 앞 식당을 찾아 점심을 먹는다”고 하며 “훈련소 인근에 아예 방을 잡아놓고 아들이 훈련을 마칠 때까지 사는 엄마도 있는데 그에 비하면 자기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고 했단다.

이렇다 보니 중, 고등학교 교무실에서나 벌어질 만한 풍경이 군부대에서 일어나고 있다. 한 영관급 장교는 “한 기수 차이 나는 상병 두 명이 티격거리다 선임병이 후임병을 가볍게 밀친 일이 있었는데 지휘관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해도 후임병 어머니가 부대로 찾아와 선임병 부모의 공식 사과를 요구해 결국 양측 부모를 부대로 불러 화해를 주선한 일이 있다”며 씁쓸해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한 신병교육대장은 “부모의 과보호든 무관심이든 성장 과정에서 받은 상처로 의지박약이나 강박 증상을 보여 단체생활에 적응 못하는 경우가 자주 관찰된다”고 했다. 과보호 실태가 “저희 애가 피부가 민감해서 XX화장품을 꼭 써야 하니 돈 보내 부대장님이 대신 좀 사줄 수 없느냐”는 상황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북한군과 언제든 전쟁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불안 심리에다 아군 병영에서 터져 나오는 갖가지 사건, 사고가 우리 부모들을 이렇게 강박관념에 젖게 만들어 놓았다면 크게 할 말은 없어 보인다. 선임병들의 가혹행위로 숨지고 자살하는 사고가 이어지면서 군 병영문화를 바라보는 국민 불신이 극에 달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병영문화의 개선이 중차대하다지만 신세대 장병들의 정신건강에 부모들 책임이 크다는 인식 또한 그 못잖게 중요하다.

자신의 아이가 성년이 될 동안 자라고 성장하는 곳이 절대로 자신 집 안방이 아니라는 개념에 냉정해져야 한다. 온실 속 화초같이 커가지고는 긍정적 사고와 감정, 충동을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할 수 없다. 힘들더라도 견뎌내야 한다는 생각은 바깥 찬바람을 쐬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판단이다. 군 폭력의 가장 큰 문제는 병사들의 잘못된 군 생활이 아니다. 내 집 안방만을 알고 자란 지독히 개인주의화 된 인성 때문에 학교생활조차 옳게 적응 못하는 청소년기 때의 영향이 클 것이라고 본다.

나보다 강해 보이면 무조건 꼬리 내려 굴종하고 나보다 약한 사람에게 대신 빚 갚는 식의 폭력성을 발휘하는 폐쇄적이고 이중적 성향이 군 조직의 계급사회에서 적나라히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군 당국의 책임만으로 모는 자체가 점점 우리사회가 괴물을 키우고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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