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이창환기자] 극단 학전의 청소년 무대 <복서와 소년>1129일부터 1227일까지 학전블루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독일 그립스 극단의 <복서의 마음(Das Herz eines Boxers)> (1998년 독일 청소년 연극상 수상작)을 우리나라 현실에 맞추어 김민기 대표가 번안, 연출한 <복서와 소년>은 왕년에 복서였던 노인과 문제아 고등학생 소년의 우정을 그린 2인극이다. 2012<더 복서>라는 제목의 초연 이후 매년 겨울 시즌 관객과 만나고 있다.
 
극단 학전은 1997년 초연 당시 파격적인 소재와 날카로운 사회풍자를 담은 뮤지컬 <모스키토> 이후 뮤지컬 <굿모닝 학교> 등으로 꾸준히 10대들의 이야기를 무대로 옮겨오고 있다. 학전 청소년 무대 취지는 10대들의 고민과 현실이다. 여기에 사회에 대한 문제제기를 덧붙여 성인 관객들에게도 공감을 주는 작품을 시도해 왔다. 2014년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담은 <복서와 소년>역시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 10대를 담으려 했다.
 
요양원 독방에 고립되어 생활하고 있는 노인 붉은 사자에게 친구 대신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소년 셔틀이 찾아온다. 입을 닫고 사는 무뚝뚝한 70세 노인과 욕을 달고 사는 17세 소년,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두 사람은 곧 친구가 된다. 실제의 모습과 다른 을 하는 행위에서 동질감을 느껴서일 것이다. 왕년에 복서였으나 지금은 빈털터리인 노인은 파킨슨병 환자 행세를 하며 요양원으로 들어와 고독하게 살고 있고, 겉으로만 명랑한 소년은 언제나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로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있다. 세상으로부터 도망쳐 벽을 쌓고 외롭게 사는 삶을 스스로 자처한 두 사람은 인생 낙오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일주일간의 시간은 노인과 소년을 변화시킨다. ‘셔틀붉은 사자와의 대화를 통해 이전까지의 수동적인 태도에서 차츰 벗어나게 된다. 한편 무료한 일상에 지친 붉은 사자는 삶을 포기하려는 시도를 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반대로 소년이 노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게 된다. 연극 <복서와 소년>은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누구도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외톨이들이 서로를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답답한 현실을 모르는 척 하고 하루하루를 대충대충 혹은 꾸역꾸역 살아내고 있는 붉은 사자셔틀’. 제 발로 요양원에 들어간 붉은 사자는 요양원 탈출이라는 마음의 자유를 향한 꿈을 꾸고, 소년은 짝사랑하는 편의점 누나를 향한 마음 때문에 불안해한다. 극중 둘이 세우는 엉뚱한 요양원 탈출계획은 단순한 탈출이 아닌 좌절과 패배감에 맞서는 용기이자 도전이며, 마음의 감옥으로부터의 탈출을 상징한다. 또한 모든 장면이 진행되는 요양원 독방이라는 공간에 벽이 따로 없는 것 역시 마음속에 세워둔 벽은 실제 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처음 만나 말 한마디 섞지 않던 두 사람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변화하는 과정은 마음 속 벽을 하나 둘 가지고 사는 관객들에게 작은 파장을 준다.
 
<복서와 소년>은 세 팀으로 구성된다. 최근 영화에서 활발하게 활약 중인 배성우를 비롯하여 학전 출신의 장준휘, 최연동이 붉은 사자역을,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신예 오정우, 박찬호와 역시 학전 출신 배우 이지송이 셔틀역을 맡았다. 노인과 소년이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 않으면서도 묘하게 어울리는 두 배역을 실제 무대 밖에서도 나이 차이가 나는 선후배 사이의 배우들이 소화하면서 남-남 배우들 간의 연기대결 등 2인극 특유의 묘미가 이어진다.
 
또한 음악감독 정재일 특유의 서정적인 음악이 붉은 사자셔틀의 괴로운 마음을 보듬어 주는 한편, 비트박스와 랩 등 다양한 음악적 장치들이 자연스럽게 극에 흘러 들어가 생기 있는 무대를 만들어 낸다.
 
극단 학전은 19913월 대학로에 소극장 학전을 개관하면서 출발, 다양한 예술 장르간의 교류와 접목을 진행해왔다. 극단 학전, 학전블루 소극장과 학전그린 소극장, 도서출판 학전을 통해 뮤지컬, 연극, 콘서트, 무용 등 기획제작과 음반 및 대본 발간 사업, 문예강좌 등을 펼쳐왔다. 뮤지컬 작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실험과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극단 학전은 1994년 록뮤지컬<지하철 1호선>을 시작으로 록뮤지컬<모스키토>, 뮤지컬<의형제>, 록오페라<개똥이> 등 우리 정서와 노랫말이 숨쉬는 한국적 뮤지컬뿐만 아니라 <우리는 친구다>, <고추장 떡볶이>, <굿모닝 학교>, <도도>, <그림자 소동> 등 우리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공연을 꾸준히 선보였다. 특히 공연횟수 4000회를 넘긴 록뮤지컬<지하철 1호선>은 한국 공연계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2011년에는 박물관으로 간 지하철1호선전(서울역사박물관)’을 선보이기도 했다.
 
줄거리-
왕년의 복싱 챔피언 노인 붉은 사자는 서울 외곽의 허름한 요양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어느 날 붉은 사자의 방에 고등학교 1학년 셔틀이 사회봉사명령을 받아 페인트칠을 하러 오고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진다. ‘셔틀은 양로원 탈출을 꿈꾸는 붉은 사자의 오래된 물건들을 팔아 주며 돈을 마련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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