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이창환기자] 올해 연극계에서 뜻 깊었던 기획전중 하나로 알려진 안톤 체홉 서거 110주년 헌정 네 번째 연극 파더레스가’ 201514일까지 대학로 아트씨어터 문에서 공연된다. 이번 파더레스안톤 체홉의 숨겨진 4대 장막전이라는 기획전의 마지막 작품으로, 검은 옷의 수도사’, ‘숲귀신’, ‘잉여인간 이바노프가 앞서 공연됐다.  

파더레스는 원본 발견 당시 제목이 적혀 있지 않은 미완성의 희곡으로 체홉의 첫 장막 희곡이라는 역사적 가치를 지닌 작품이다. ‘플라토노프라는 제목으로 올해 6월말~7월초에 국립극단에서 공연된 바 있다. 플라토노프, 파더레스 둘 다 제목만 다를 뿐 같은 연극(내용)이다. 극중 인물인 플라토노프가 중심이 되는 구조라 영어권으로 넘어오며 <Platonov>라는 제목으로 불리게 됐다. 러시아 권에서는 체홉의 편지 중 이 작품을 말할 때 언급된 단어인 아버지 없음(부정상실)’으로 명명돼 있다.
 
당시 패기와 열정이 가득했던 18살의 안톤 체홉은 최고의 사실주의를 보여주겠다는 야망으로 초사실주의에 가까운 엄청난 분량의 문제작을 써 냈다. 원작을 그대로 공연 하면 6시간의 장편이라고 한다. 작품은 젊고 매력적인 미망인 안나의 귀향 기념 파티에 모인 이들의 복잡한 관계를 들어내며 혼돈과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이들의 모습을 거침없이 사실적으로 다루고 있다. 장군 미망인의 개방적인 성생활, 유부남 교사의 여성편력, 젊은 의사의 방탄함, 어느 땅부자의 강박적 순애보, 졸부의 사디즘적인 사랑, 명문 여대생의 변태적 성적 취향, 유부녀의 혼외 정사 등을 아주 극명하게 거침없이 다루었다.
 
이번에 공연 중인 파더레스는 현대적 연출이 많이 가미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원작을 따라가면서도 순간순간 혹은 초기 설정에 현대적 세계관, 아이디어를 집어넣었다. 배우들의 노출 강도 또한 국립극단 플라토노프 때보다 훨씬 과감하다. 기성 예술인들에게 도전했던 18세 안톤 체홉의 당돌함만큼은 파더레스 쪽이 더 진보적으로 따랐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연출가 전훈이 지난 세 작품에 이어서 연출을 맡았다.
 
이번 무대에서는 아직 앳된 티가 완연한 배우들이 대거 등장해 신선한 인상을 안겨준다. 이현지, 서석규, 이도우, 김정현, 박현욱, 안나영, 유영진, 황찬호, 박제아, 이정주다. 젊은 배우들이 고전을, 삶을 내팽개쳐버리고 두려움과 타락에 찌든 어른들의 모습을 강렬하게 담아내는 데는 역부족인 듯 했으나, 연극계의 젊은 에너지 유입이라는 점에서는 앞으로의 성장을 기다리고 싶다. 아직 발전될 방향과 가능성이 풍부한 배우들이라 기대하고 싶다.
 
인물 간 호흡과 장면 간 타이밍 역시 매끄럽게 흘러가지 못했다. 하지만 파더레스의 특징상 10명에 이르는 배우들이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놀라운 능력을 주고받지 못한다면 이 같은 단점은 어느정도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등장인물은 많이 등장하는데 서로 간의 대사 량은 많은데다가 속도감까지 있고, 성적인 노출과 안무까지 소화해야 된다. 오히려 파격적인 시도로 대학로 연말 공연의 다양화를 이끌어 냈다는 것에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싶다. 배우들의 열정 때문인지, 객석에서는 의도치 않은 장면에서의 웃음도 종종 터졌다. 예상하지 못했던 객석의 웃음은 라이브 공연이 주는 묘미, 배우의 감을 공연 이후에도 정립해주는 기회가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줄거리-
젊고 매력적인 미망인 안나의 귀향기념 파티. 그를 사랑하는 혹은 채무관계인 혹은 친구들이 파티를 위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다. 이들의 관계는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내색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광란의 파티가 시작되고 이 복잡한 관계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주변 사람들은 혼돈에 빠지며 극단적인 선택과 행동을 하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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