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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이창환기자] 일본 대중연극의 수준을 보여주고 있는 <취미의 방>2015118일까지 국내 초연중이다. ‘연극열전5’에서 네 번째로 선보이는 취미의 방은 영화화되기도 한 종전의 히트작 키사라키 미키짱을 쓴 코사와 료타의 신작으로 일본 초연 당시 도쿄, 후쿠오카, 나고야, 삿포로에서 매진행렬을 일으킨 흥행작이다.

취미를 즐기는 중년 남자들의 모임을 소재로 한 취미의 방에는 잘 만든 상업극에서만 발견되는 몇몇 요소가 있다. 참신한 대사와 잘 빠진 플롯이 괜찮은 연극의 기본이라면, 이번 연극에서는 장르의 효과적인 접목, 세세하고 전문적인 캐릭터 설정까지 갖추고 있다.
 
취미의 방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서두로 관객의 몰입을 돕는다. 극이 시작되고 등장하는 인물들의 간결하고 상징적인 행동과 대화, 아늑한 배경음악과 분위기는 최소한 연극이 불필요한 과장과 호들갑으로 진행되지는 않을 것 같은 예감을 불러일으킨다. 이어 건담 만들기와 건담 코스프레가 취미인 카네다의 진중한 등장은 관객을 빵 터트리면서앞으로 이어질 유머 강도에 대한 기대치를 올려놓는다. 연극은 인물 카네다를 웃음이 필요한 타이밍마다 일회성으로 활용하기 보다는 100분 내내 웃음 유발의 중심으로, 다양한 관계에 얽힌 하나의 다리로 충분히 기여하게 만든다.
 
취미의 방이 주는 몰입은 사실 공연 시작 전부터 존재한다. 친절한 무대디자인 덕분이다. 미리부터 객석에 앉아있는 관객들은 심혈을 기울인 티가 나는 무대를 보면서 줄거리에 대해 생각하고, 배우들의 무대 활용에 대해 상상할 수 있다. 심플하고 평범한 무대를 통해 애매한 상상을 요할 수밖에 없는 연극과는 큰 차이다.
 
취미의 방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취미와 과거에 관련된 풍성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직업과 취미를 설명하면서 그에 어울리는 전문성과 성격을 드러낸다. 확실한 캐릭터 부여는 극중 논쟁을 벌이거나 스스로를 변명, 변호할 때 신뢰를 준다. 관객들은 인물이 내뱉는 일상적인 기억에서부터 상처, 치부까지 감정 이입한다. ‘취미의 방이 당당히 코미디 추리물이라고 불릴 수 있는 이유다.
 
괜찮은 코미디 추리물을 만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대학로 오픈런 연극과 예매사이트의 상위권을 유지했던 일부 추리극마저도 실망감을 안길 때가 있다. (이는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어느 정도 대중의 지지를 받았던 추리물마저도 평론가에게 추리물을 무시하지 말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극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무겁게 조성하든 가볍고 명랑하게 조성하든 추리물을 표방한 이상 캐릭터 설정이 허술해서는 안 된다.
 
반면 취미의 방예상외 반전이 있는 추리물이라고 내세우더라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팽팽한 서스펜스를 조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문 직업과 남다른 취미를 가진 이들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각축전은 시종일관 웃으면서도 다음 전개에 대한 궁금증을 놓치지 않게 만든다.
중년들이 모여 앉은 취미의 방이라는 소재에서 보여지 듯 취미의 방의 메시지는 무료한 삶의 탈피, 직업으로 얻지 못했던 순수한 성취의 격려다. 인물들은 어린 시절을 소심한 모범생으로 보냈던지 동네 악동으로 보냈던지 간에 함께 그리워한다. 그때의 보상이라는 듯이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시리즈에 관해서는 오타쿠 경지에 이르는가 하면, 엉뚱한 요리재료로 만드는 창작 요리에 만족을 느낀다. 장르 문학서적의 수집도 마찬가지. 하지만 작품은 취미마저도 직업처럼 이것저것 전전하는 도이에 초점을 맞춘다. 인물 도이는 취미 또한 노력을 기울여 갈고 닦지만 매번 애착과 애정을 확신하지 못해 고민한다.
 
그러다 결국 모두의 도움을 얻어 취미의 몰입이 주는 성취감을 누린다. 작품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최고의 순간을 꿈꾸며 작업하고 인내하기보다는, 작은 성취를 반복하다 보면 그것이 불현 듯 최고의 순간이 될 것이라고 전한다. 이 메시지에 공을 들이듯 극 초반부터 사이사이 복선을 깔아놓는다.
 
하지만 취미의 방은  성취감을 획득하는 하이라이트를 끝으로 막을 내리지 않는다. ‘하이라이트의 이상적인 분위기가 우리 현실에서는 어울리지 않다고 확신한 듯, 이를 뜬금없는 반전으로 전환 시킨다. 장난기 가득한 마지막 부정은 흔한 결말, 식상한 반전 소재에 대한 거부로 보인다. 매사에 진지하다고 성취가 빠른 것은 아니라는 주장, 재미있게 사는 것이 우선이며 성취감 감동 따위는 문득 찾아오는 뜻밖의 선물일 것이라는 주장 같다. (마지막 장면에 대한 반응은 서로 다를 수 있으니, 메시지의 유무는 각자 생각하면 되겠다.)
 
줄거리-
품격 있는 재즈음악이 흐르는 일본의 어느 아파트. 애인, 가족, 그 누구의 눈치 보지 않고 오직 취미를 즐기기 위해 이 곳에 모인 4명의 남자. 특이 재료를 이용한 요리가 취미인 내과 의사 아마노, 건담 프라모델 만들기가 취미인 정신과 의사 카네다, 고서를 수집하는 자동차 세일즈맨 미즈사와, 취미 찾기가 취미인 화장품 회사 직원 도이, 그리고 2주째 나타나지 않고 있는 기노시타.
여느 때와 다름없이 각자의 취미를 즐기고 있는 어느 날, 2주째 나타나고 있지 않은 기노시타를 찾는 여자 경찰이 방문하고, 사건 조사 중 취미의 방에 있는 4명의 남자 모두가 2년 전, 한 여인의 살인 사건과 연관되어 있음이 밝혀진다.
자신이 범인이 아님을 밝히기 위해 저마다 숨겨두었던 그녀와의 추억 혹은 알리바이, 증거를 하나씩 꺼내놓는 네 남자.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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