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맥 동원해 “사건해결해 주겠다” 돈 갈취

B씨 남편 무덤이 있던 자리. 누군가 무덤을 없앤 후 그 터를 밭으로 만들어 놨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최측근인사로 알려진 A씨가 사건 해결을 빌미로 수천만 원의 돈을 갈취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신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B씨는 전 대법관인 D씨의 여동생으로, 역삼동 일대와 종로 일대에 많은 부동산을 소유한 천억 원대 재산가로 알려졌다. B씨는 군사정권 당시 정부와 주변인들에게 강제로 빼앗긴 땅을 찾기 위해 노력중이다. B씨의 주장에 따르면 A씨는 주변의 정치인 인맥을 들먹이며 B씨에게 접근, “땅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한 뒤 로비자금 명목으로 돈을 갈취했다는 것이다. B씨는 “여성단체를 대표하는 A씨를 믿었다가 일만 더 꼬였다”며 분개하고 있다. 더 주목을 끄는 것은 B씨의 땅 찾기에 A씨와 더불어 전·현직 정치인들과 기업인들도 다수 연루돼 있다는 점이다. 이들 정치인과 기업인 모두 A씨와 마찬가지로 도움을 빌미로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에 이르는 돈을 갈취했다고 B씨는 주장하고 있다. B씨의 주장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지만, 확인결과 정치인 일부와 고위 공무원 일부는 부분적으로 사실을 인정하고 있어 이번 사건의 실체가 주목된다.

B씨는 강남지역 개발이 한창이던 1960년~1970년 사이 강남지역 부동산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앞서 그는 사채 등을 통해 자본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강남 뿐 아니라 종로시내와 수도권 일대 부동산도 매입했다. 시간이 지나 땅 값이 치솟으면서 B씨는 강남 최고의 땅 부자로 통했다. 이는 강남구청 관계자를 통해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구청 관계자는 B씨에 대해 “개인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 없다”면서도 “B씨는 한때 강남에서 가장 세금을 많이 낸 사람이고 강남 최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구청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B씨는 강남역 일대와 역삼동 일대, 이른바 ‘금싸라기 땅’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B씨는 “예전엔 강남에서 내가 땅 부자로 소문나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며 “나이가 들면서 관리가 힘들어 이리저리 처분하다 보니 지금은 가진 땅이 얼마 안된다”고 말했다.

또 B씨는 지난 군사정권에 의해 재산을 많이 잃었다고도 했다. 군사정권 당시 세무조사와 강제매입, 서류조작 등으로 부동산을 빼앗기다시피 했다는 것이다. B씨는 “박정희 정권 때 여자가 특별히 하는 일도 없이 무슨 재산이 이리 많냐고 꼬투리를 잡아 툭하면 나를 조사했다. 나는 세금문제를 깨끗하게 처리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탈세문제로 처벌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땅 찾기 포기해” 종용

종로구청 지적과 관계자도 B씨에 이런 부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이 관계자는 “B씨는 종로 한복판에 자리한 대형빌딩 등 부동산 재산이 많다. 하지만 탈세 관련 처벌은 받은 적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B씨는 수년 전부터 억울하게 빼앗긴 부동산을 다시 되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에 대해 일부에선 “이미 충분한 재산이 있는데 왜 사서 고생을 하냐”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그는 자신의 땅 찾기에 대해 “노욕 때문이 아니라 죽기 전에 자식들과 불쌍한 사람들에게 재산을 나눠주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러나 땅 찾기는 파고들면 들수록 더 힘들다고 B씨는 한탄한다.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방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B씨는 “내가 재산을 되찾으려하자 도와주겠다며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접근해 왔다”며 “하지만 그 중 대부분이 사기꾼이었다. 내 땅을 찾아 주는 대가로 찾는 재산의 절반을 요구하거나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일 처리 비용을 뜯어가려는 이들 뿐이었다”고 말했다.

A씨도 그중 한명이라고 B씨는 말했다. B씨가 강남 서초동 지역 부동산을 되찾으려는 과정에서 A씨가 등장했다. 두 사람은 주변인의 소개로 만났다. A씨의 신상은 믿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A씨는 여성계를 이끄는 대표적 인물로 유명 여성단체 회장일뿐 아니라 박근혜 전 대표와도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다. A씨는 뉴스나 신문에도 자주 등장한다. 간통죄폐지, 호주제 논란, 여성 상속권 등 주로 여성관련 사회문제가 부각될 때면 어김없이 A씨가 여성단체 대표로 등장, 의견을 밝히곤 한다.

B씨가 땅을 찾기 위해선 A씨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 이유는 이랬다. 막상 땅을 찾으려하자 B씨는 벽에 부딪혔다. 자신의 땅을 남편이 다른 사람에게 팔았기 때문. 분개한 B씨는 남편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B씨와 남편은 서류상으로만 부부일 뿐 실제론 남처럼 따로 살았다. 뒤늦게 남편의 소식을 들은 B씨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남편은 이미 95년경 사망한 것으로 돼 있었다.

B씨는 “남편은 나와 서류상으로 부부인 점을 이용해 내 인감 도장을 임의로 만들어 강남 땅을 처분했다”며 “그리고 그 재산을 여러 군데로 빼돌렸다. 그 액수가 약 2000억 원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B씨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남편의 죽음이 어딘가 석연치 않았던 것이다. 남편은 서류상으로 분명 사망한 것으로 돼 있었지만 살아 있다는 것을 목격한 사람이 있을 뿐 아니라 사망신고도 위장된 흔적이 역력했다. B씨는 이를 규명해 달라고 A씨에게 부탁했던 것이다. A씨는 주변의 인맥을 동원하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일종의 활동비를 요구했다. 이에 B씨는 2000여만 원의 돈을 건넸다. 하지만 A씨는 소식이 없었다.

B씨는 “A씨가 남편의 행방에 대해 누군가로부터 뭔가를 알아낸 것 같은데 아직 나한테 아무 말이 없다. 내가 물어봐도 입을 열지 않는다. 대체 이유가 뭔지 알 수 없다”며 “아무래도 A씨가 입을 다무는 데엔 이유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B씨가 남편의 행방을 물으면 “이제와 그 재산 찾으면 뭘 하겠나. 지금 있는 재산도 이미 충분히 많으니 그것 관리나 잘하는 게 더 현명한 처사다. 과거에 사라진 재산은 그냥 포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만 했다고 B씨는 전했다.


A씨 “B씨 얘긴 꺼내지도 마!”

그러나 A씨는 B씨의 이런 주장에 대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반박했다.

A씨는 “나는 B씨를 잘 알지도 못하고 딱 한번 만난 적 있을 뿐”이라며 “그가 도와달라고 했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가 나설 일이 아니라서 더 이상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A씨는 “B씨는 재산가라서 주변에 이 사람 저 사람 많이 붙어 있다. 상식적으로 나 같은 사람이 거기 무슨 볼 일이 있겠나”라며 “나는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이상한 사건에 휘말리는 걸 극도로 꺼린다. 내가 그의 돈을 받았다면 지금 돌려줘 버리면 그만인데 왜 이렇게 아니라고 부정하겠나”라고 되물었다.

A씨는 더 이상 B에 대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단호히 했다. 그리고 B씨가 이 문제로 소송을 걸 경우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A씨는 박 전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A씨는 박 전 대표와 수시로 전화 통화뿐 아니라 자주 만나는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A씨는 “박 전 대표와는 아무런 사이도 아니고 서로 잘 알지도 못한다”고 말했다가 나중에는 “박 전 대표는 정말 훌륭한 분이시다. 다른 정치인들은 자신만을 생각하지만 그 분은 자신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나라와 대중을 생각하신다. 대선 때도 그분을 도우면서 그런 모습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전 대표를 가까이서 지켜보면 이 나라 정치인의 모범적인 인물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런 그의 말에 비춰 그는 박 전 대표와 가까운 사이인 것이 분명해 보인다. 다시 박 전 대표와의 관계를 물으니 “지금 같은 상황과 이런 자리에선 그 분께 혹시라도 누가 될까봐 관계가 어떻다고 말하기가 좀 꺼려 진다”고 말했다.

한편 B씨는 많은 정치인들이 자신에게 정치자금을 받아갔다고 털어놨다.

B씨는 “예전에 참여정부 때 이모 의원이 내 돈을 빌려갔다. 무슨 개발사업자금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지금은 내 전화도 받지 않고 돈도 한 푼 갚지 않고 있다”며 “이 의원 뿐 아니라 모 지역의 정무부지사도 내 돈을 받아갔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B씨는 수많은 정치?경제권인사의 이름을 거론하며 모두 돈을 빌리거나 투자금 명목으로 가져갔다고 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 의원, 기업인 J씨 등과 전화를 연결해 물어봤다. 그들 모두 B씨를 안다면서도 돈은 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J씨는 돈을 받은 적 있지만 이는 개인적으로 투자를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B씨는 “정치권 고위인사들이 비자금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그리고 누가 관리인인지도 잘 알고 있다”며 “차후에 내 돈이 회수되지 않으면 그들의 명단과 치부를 일부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B씨의 남편은 어디로?

B씨의 남편은 사망 후 친인척들의 묘가 모여있는 자리에 묻혔다. 하지만 법적 배우자인 B씨가 남편의 죽음에 의혹을 제기하며 남편은 살아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 근거는 딸의 수상한 행동에 있다. B씨의 둘째 딸 S씨는 아버지의 사망신고를 한 인물로, B씨에 따르면 남편 사망 당시 S씨는 가족 누구에게도 사망사실을 알리지 않고 은밀히 장례를 치렀다.

최근 B씨는 남편의 사망이 사실이 아니라는 주변인들의 증언을 확보하고 이에 대한 진위여부를 가리기 위해 DNA검사 등 여러 방법을 검토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3일 묘터를 찾아간 B씨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남편의 무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누군가 한 두달 전에 급하게 무덤을 없애버린 흔적이 역력했다.

B씨는 남편의 죽음은 조작된 것이며 조작한 이는 바로 S씨라고 주장하고 있다. 남편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S씨에게 전화를 걸어 사망신고 사실과 그에 얽힌 의문점들을 물었다. 그러자 S씨는 어머니인 B씨와 기자에게 입에 담지 못할 폭언을 퍼부으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자신의 부모를 가리켜 그런 XXX, 미친X 등등 원색적인 욕설을 끊임없이 퍼부으며 횡설수설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S씨가 공주 교육대학교 현직 교수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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