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 쪽지 통해 만나 모텔서 노골적 성 구매 요구

인터넷 화상채팅 사이트를 이용해 거액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지난 4일 인터넷 화상채팅 사이트에 접속하게 한 뒤 성관계를 대가로 포인트를 충전시키는 수법으로 40억원대의 금품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정모(42)씨를 구속하고 이모(32)씨 등 직원 2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 등은 지난달 25일 광주 북구 오치동의 한 빌딩 사무실에서 자신들이 만든 화상채팅사이트에 접속한 김모(30)씨에게 성관계를 미끼로 채팅을 유도하고 채팅 등급을 맞추기 위해 포인트 충전이 필요하다고 속여 120만원 상당의 포인트를 구입하게 했다. 이들 일당은 이런 수법 등을 통해 2006년 8월부터 최근까지 3만여 명으로부터 47억 원 상당의 포인트를 충전케 해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이 처럼 화상채팅을 하다 여성의 유혹에 넘어가 돈을 탕진하는 남성들이 적지 않다. 이렇게 날린 돈은 따로 보상 받을 방법도 없어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또 수법도 나날이 발전해 피해자들은 감쪽같이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찰 조사결과 정씨는 직원 21명을 주야간조로 나눠 24시간 내내 인터넷 상의 각종 사이트에 접속해 있는 남성들에게 쪽지나 메일을 보내 자신이 운영하는 화상채팅사이트로 유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 일당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화상채팅사이트에 남성들이 접속하면 실제 만남과 채팅의 조건으로 포인트 충전을 요구했고 피해자들이 실제 포인트를 충전하면 대화를 회피했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이들은 또 남성들이 포인트를 충전하면 메신저로 접근해 미리 고용한 중국 현지 여성이 컴퓨터 화상카메라로 음란행위를 보여주는 대가로 포인트를 소모시키는 방법을 구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음란물 유포 등의 범죄는 많이 있었지만 이번 사건처럼 인터넷 화상채팅사이트를 이용해 장기간에 걸쳐 많은 남성들에게 성관계를 미끼로 포인트 충전 사기행각을 벌인 경우는 처음"이라며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료회원 만남의 덫

하지만 화상채팅사이트를 운영하는 업자들을 단속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화상채팅사이트의 상당수는 서버를 해외에 두고 운영한다.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한 조치다. 특히 중국에 많이 몰려 있다.

화상채팅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대부분 중국 조선족이다. 최근엔 화상채팅을 위해 한국서 중국으로 건너가는 여성들도 늘고 있다. 그만큼 수입이 짭짤하기 때문이다. 여성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남성들이 사이버 머니를 충전하거나 유료회원으로 가입토록 종용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남성들과 만남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여성들은 온갖 교묘한 방법을 동원해 남성들을 유혹한다.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가 내일 당장에라도 만날 수 있는 것처럼 꾸미는 것이다. 또 여성이 남성회원을 실제로 좋아하고 있다고 믿게 만드는 것도 주로 쓰이는 수법이다.

서버만 중국에 두고 실제 운영은 한국에서 하는 사이트도 있다. 이런 사이트는 현지에서 사이트를 운영하는 팀과 한국서 운영하는 팀이 따로 있다. 이런 사이트는 여성과 남성 회원이 실제 만남을 가질 수 있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실제로 만나보면 대부분 성관계를 미끼로 돈을 요구하거나 노골적으로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이다.

요즘엔 교묘하게 남성회원들을 유혹하기도 한다. 일부 여성들은 남성회원들에게 생계가 어렵다고 호소하거나 실제 애인이 될 것처럼 행동하며 돈을 뜯어낸다. 경찰에 따르면 이런 식으로 2000여만 원의 금품을 뜯어낸 여성도 있다.

강남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2개월 전 한 남성이 자신의 여자 친구를 고발해와 조사해 보니 화상채팅여성이었다”며 “이 여성은 피해자가 순수한 점을 이용해 4개월에 걸쳐 2000여만 원을 뜯었다. 나중에 피해자가 여성이 배상해 주는데 합의해 사건이 마무리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여성을 처벌하는 것도 검토해 봤으나 피해자와 여성 모두 서로 애인이라고 밝혔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 형사처벌은 하지 않았다”며 “이 여성은 법의 허점을 이용해 남성과 애인관계를 맺은 후 돈을 뜯은 것 같다”며 씁쓸해 했다.

이와 함께, 화상채팅사이트의 여성들은 남성들을 유혹하기 위해 전문 훈련까지 받는다고 한다.

화상채팅 알바를 한 적 있다는 김원희(가명.여.24)씨는 “화상채팅사이트의 여성들 중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고 말하면서 “일부 여성들은 화상채팅 일을 전문으로 배우기도 한다. 이들은 중국에서 배운다고 들었는데, 정확히 어디서 배우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채팅여성들 전문 훈련

이어 김씨는 “주로 남자들을 유혹하기 위한 대화법이나 몸동작 그리고 각종 테크닉 등을 배운다. 말로는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실제로는 매우 다양하고 어렵다고 들었다”며 “이런 걸 전문적으로 배운 여성은 확실히 남성회원들에게 인기가 많은 게 사실이다. 남성들에게 인기가 많으면 몸값이 올라간다. 화상채팅으로 월 천만 원 이상 버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아는 남성은 그리 많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김씨에 따르면 여성들은 화상채팅으로 남성들을 유혹하기 위해 각종 성 보조기구와 특수 물질을 이용하기도 한다.

한편 최근엔 경기 불황으로 유흥주점들에 한파가 몰아닥치면서 화상채팅사이트를 부업으로 삼거나 아예 화상채팅으로 업종을 변경하거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이렇게 여성들이 몰리면서 변종 채팅사이트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채팅을 통해 여성이 남편이나 애인과 성관계 갖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는 엽기 채팅도 있다. 경찰은 이처럼 날로 심각해지는 음란 화상채팅에 대해 지속적으로 단속을 펴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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