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폭이 여권 뺏고 매춘 강요… 지옥이 따로 없어”

최근 일본 엔화가치가 급등하면서 돈벌이를 위해 일본행을 고려하는 이들의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특히 강남에서 열손가락 안에 드는 텐프로 여성들이 ‘엔고(円高)’ 흐름을 타고 일본 현지 유흥업소와 원정 계약을 맺은 뒤 일본행에 나서는 사연들이 속속 신문지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와 일본에서 생활하고 있는 교포들이 전하는 현지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오히려 한국 조직폭력배와 연결된 악덕 업소에 속아 희생되는 여성들이 상당수라는 얘기다. 한달에 1000만엔(약 1억5000만원)까지 벌 수 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와는 달리 이들의 일본생활을 고달프기 그지없다. 폭행과 감금, 강제적인 매춘에 시달리는 이들의 험난한 일본생활기를 밀착 취재했다.

최근 한 일간지를 통해 강남 텐프로 여성들의 일본행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강남에서 잘 나가는 연예인급 미모의 텐프로걸들을 상대로 재일교포 마담이 5000만~1억원의 선불금을 내걸어 스카우트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한국인 조폭 감시는 기본”

기사는 일본 유흥업소에 취업한 아가씨들은 처음 3개월 간 3만3000엔(약 50만원)을 받은 뒤 수습기간이 끝나면 성과급에 따라 최고 1000만엔까지 벌 수 있는 것처럼 묘사했다. 최근 일본행을 결심한 한 텐프로걸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년 정도 고생하면 빚도 갚고 목돈도 만질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에 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최악의 불경기로 수입이 반 토막 난 유흥업계에 일본 진출이 마치 대안인양 포장된 것이다.

원화대비 일본 엔화 가치가 50%이상 뛰어오른 현재 이 같은 보도는 사실처럼 들린다. 그러나 현지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쳐 생활하는 이들의 말은 전혀 다르다. 오히려 돈 벌러 떠난 일본 원정에서 빚만 더 늘어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귀국할 날만을 기다리는 비참한 희생양이 수두룩하다는 게 이들의 전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에서 유흥업소 취업만으로 목돈을 손에 쥐었다는 아가씨는 본적이 없다”며 “돈 많은 ‘스폰서’를 물어 업소를 탈출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강남 텐프로걸을 영입하게 위해 애쓰는 이들 대부분이 재일동포 등 한국인 업주이고 이들 뒤에는 한국인 조직폭력배가 버티고 있다는 게 문제다. 업주와 계약을 하고 일본으로 건너간 텐프로걸들을 조폭들이 관리하면서 여권을 빼앗는 것은 물론 원래 없던 ‘선불금’ 명목의 빚이 산더미 같이 쌓이는 것이다.


“휴일 없이 매일 17명 상대해야…”

이 관계자는 “얼마 전 한 아가씨가 업주의 폭행과 감금을 견디다 못해 도망쳤는데 조폭 손에 붙잡혀 죽지 않을 만큼 얻어맞고 업소로 끌려갔다는 말을 들었다”고도 귀띔했다. 과거 일부 악덕 포주들 사이에서 벌어지던 구시대적 감금 백태가 현재 일본 현지 업소에서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에 따르면 대부분의 한국계 유흥업소는 조폭들의 감시 아래 운영되며 유흥업소와 한 건물 안에 조폭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경우도 있다. 단순히 목돈을 만지기 위해 일본행을 결심하는 것 자체가 상당한 위험부담이 따른다는 것이다.

신주쿠에 살고 있는 교포 A씨는 “10년 전부터 한국 업소가 많이 늘어났다. 요즘은 경쟁이 치열해 단골손님 잡기도 어려운 형편”이라고 전했다. 그는 “고급 ‘크라브’(단란주점)에서 일하는 아가씨들도 한달에 300만~400만원 정도를 손에 쥐는 게 고작”이라고도 전했다.

일본 유흥업소 가운데 최고급 레벨로 분류되는 이곳은 원칙적으로 성매매는 물론 가벼운 스킨십 자체가 불가능하다. 오직 일본인을 상대로만 영업을 하는 크라브에서 일본어가 서툰 한국 아가씨들이 ‘초특급’ 대우를 받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좀 더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업주와 언론이 보도한 한달에 1억 5000만원 매상을 위해서 실제 아가씨들은 한 달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17명의 남성을 상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A씨는 “일본 직장인의 평균 월급이 35만~40만엔(약 400만~450만원) 정도다. 월 1000만엔이면 이보다 20배 이상을 벌어야 하는데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뛰어난 미모에 접대 실력까지 갖춘 A급 크라브 여성도 그런 거금을 손에 쥐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일반적인 단란주점 수준의 업소에서 손님들이 지불하는 돈은 3만엔(약 35만원) 선이다. 여기서 아가씨에게 돌아가는 돈은 업주에게 주는 수수료를 제한 2만엔(약 25만원) 정도. 이렇게 계산했을 때 업주나 언론이 강조한 월 1억 5000만원 수입을 올리기 위해서는 하루 17명의 남성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물며 대부분 불법체류자 신분인 한국인 여성들에게는 이보다 더 박한 화대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월수입 1억5000만원’은 황당한 소리라고 밖에 할 수 없다.

A씨는 또 “업소 여성들은 영업용 드레스(속칭 ‘홀복’)나 화장품을 마련하기 위해 거액의 돈을 탕진하는 경우가 많아 웬만큼 독하지 않고서는 돈을 모으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의 유흥업소는 철저하게 매출을 기준으로 아가씨들의 순위를 매긴다. 이 순위에 따라 월급이 나가는 것이다. 때문에 일본 유흥가는 공식적으로 2차(성매매)가 없지만 아가씨들은 더 많은 손님들의 ‘지명’을 따내기 위해 암묵적으로 손님과 ‘개인적인 만남’(동반)을 갖는다.

더구나 이 같은 동반에는 어떤 대가도 받지 않는다. 철저히 손님과 개인적인 친분을 만들기 위해 사적인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다. 겉으로는 성매매를 하지 않지만 성과급을 올리기 위한 아가씨들의 ‘장외투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종군 위안부와 뭐가 달라?” 어처구니없는 오해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일부 일본인들 사이에서 원정길을 택한 텐프로걸들을 향해 “과거 종군 위안부와 뭐가 다르냐”는 어처구니없는 시선을 보낸다는 점이다. 이들의 논리는 이렇다. ‘지금도 이렇게 스스로 몸을 팔러 일본까지 날아오는데 과거에도 마찬가지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일본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 누리꾼은 자신의 블로그에 이 같은 사실을 지적하며 분개하기도 했다.

그는 “내가 직접 만난 일본인 가운데 실제로 이런 주장을 펴는 이들이 있었다”며 “이런 엉터리 논리가 일본 인터넷 게시판에도 심심찮게 돌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업주와 텐프로걸들의 무분별한 일본행이 한국의 과거사 논쟁에 심각한 누를 끼칠 수도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일본정부가 탈법 성매매와 불법 체류자에 대해 엄격한 단속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일본 원정 성매매에 나선 한국인 여성과 이들을 고용한 업주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현지 교포들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 2007년부터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유흥가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갔다.

단속 결과 상당수의 업주가 구속됐고 일본의 대표적인 집창촌으로 통했던 도쿄 인근 유곽들도 완전히 초토화된 상태다.

단순히 ‘엔고’ 현상만을 믿고 한국보다 1.5배~2배 이상의 수익과 2차를 나가지 않는다는 달콤한 말에 손쉽게 일본행을 결정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유행처럼 치부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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