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던 20대 남성이 사흘에 걸친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살인 혐의를 벗었다. 살인 혐의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한양석 부장판사)는 지난 12월 24일 집에 불을 질러 어머니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조모(24)씨에게 존속살해와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그가 어머니와 다투다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흉기 존속상해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조씨는 "사건이 일어난 날 수면제를 여러 알 먹고 잠이 들었을 뿐 흉기를 휘두른 적도, 집에 불을 지른 적도 없다"면서 혐의를 부인해왔다.

재판부와 배심원은 조씨 외의 다른 사람에 의해 집에 불이 났을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판단을 모았다. 다만, 현장에서 발견된 흉기 사진과 당시 다투는 소리를 들었다는 이웃들의 증언, 흐트러진 집안의 상태 등을 근거로 조씨가 어머니를 다치게 한 것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배심원은 무죄로 인정된 부분에 대해 6대 3의 의견 비율을 보였고 유죄로 인정된 혐의에 대해서도 같은 비율로 의견이 나뉘었다.

지난 12월 22일 시작된 재판에는 경찰과 소방관, 이웃 주민 등 증인이 13명이나 채택됐고 신문 및 배심원 평의가 길어져 이틀 공판 일정을 넘겨 사흘째인 24일 새벽에 선고가 이뤄졌다. 최초 배심원 선정을 위해 32명이 출석했으며 재판부는 공판검사의 지인을 직권으로 제외하고 검찰과 변호인의 기피신청을 거쳐 예비배심원 3명을 포함해 배심원 12명을 골랐다.

양측의 치열한 유·무죄 다툼을 반영하듯 검찰 구형과 변호인의 최후변론에만 각각 50여 분이 소요됐고 평의와 양형 토론에 3시간반가량 걸렸다.

조씨는 지난해 10월 수면제를 달라는 어머니와 다투다 흉기를 휘둘러 상처를 입히고 집에 불을 질러 화상성 쇼크로 어머니를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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