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국정원 김모 교수 ‘북한 남침설’주장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를 이을 후계구도와 관련 권력암투가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남침과 관련된 충격보고서가 공개돼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이 보고서 작성자가 국가정보원 소속 정보대학원 김 모 교수라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김 교수는 지난달 15일 몇몇 언론사 기자들에게 이메일로 ‘대국민 안보보고서’를 보냈다. 보고서 내용을 들여다보면 김 교수는 북한이 경기도 김포 인근까지 장거리 지하터널을 파는 등 남침준비가 임박했고, 경의선 개통도 남침 대비용 지뢰 제거 목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국정원은 “국정원의 입장을 대변하는 공식문서가 아니다. 개인 보고서에 불과하다. 정확한 근거도 없이 작성된 비전문가의 사견일 뿐”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파만파 번지고 있는 북한의 ‘남침설’에 대해 김교수의 주장을 토대로 추적해 봤다.

“전면대결태세에 진입할 것이다.”

2009년 1월 17일. 북한 인민군 총참모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남침가능성을 시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한 북측의 총참모 대변인은 “서해 우리측(북한) 영해에 대한 침범행위가 계속되는 한 우리 혁명적 무장력은 이미 세상에 선포한 서해 해상군사분계선을 그대로 고수하게 될 것”이라며 “조국이 통일되는 그날까지 조선서해에는 불법무법의 ‘북방한계선(NLL)’이 아니라 오직 우리가 설정한 해상군사분계선만이 존재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 3의 연평해전이 발발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이는 김 교수가 북한의 남침 설을 주장한 이후 북한 측의 반응이라는 점에서 국내외 정보기관들에 관심을 끌고 있다.


경기도 김포인근까지 남침용 땅굴 팠다

하지만, 국정원에선 김 교수의 주장에 대해 “국정원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는 공식문서가 아니다. 개인 보고서에 불과하다. 정확한 근거도 없이 작성된 비전문가의 사견일 뿐”이라고 사건의 확대를 경계했다.

안보파문을 일으킨 김 교수의 ‘대국민 안보보고서’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까.

70여 쪽 분량의 논문형태로 작성된 ‘대국민 안보보고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체제 이후의 후계구도와 관련 향후 권력투쟁, 그리고 남침 설 등에 대한 문제와 해결방안을 담고 있다.

특히 북한의 남침과 관련해 경기도 김포 인근까지 장거리 지하터널(땅굴)을 파는 등 남침준비가 임박했고, 경의선 개통도 남침 대비용 지뢰 제거 목적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김교수는 이런 내용을 해외 정보요원으로 활동한 결과 알아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남침 능력 여부

북이 남침했을 경우 결과는 예단하기 힘들다.

전투력에 있어 남한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북한 군부에선 북한이 현재 처한 정치적, 경제적 위기를 타개하고 일거에 만회하기 위해선 전쟁 밖에 없다는 주장이 우세하기 때문에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북한이 병력 수송용 잠수함으로 수천 명의 특수부대원을 남측 깊숙한 해안으로 침투시킬 수 있으면 그렇게 될 경우 정예병사가 아닌 일반사병으로 구성된 해안방어선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땅굴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북한이 남침용 땅굴이 김포일대까지 나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한 월간지의 기사를 인용해 “민간 땅굴 전문가들은 정부와 군 당국이 땅굴의 실체를 은폐하고 있다. 만약 전문가들 말대로 서울까지 땅굴이 뚫려있을 경우 북한이 땅굴을 통해 세운 속전침략계획인 이른바 ‘3일 전쟁’ ‘3단계 7일 작전’ 등은 충분히 가능한 전쟁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북한 남침준비 완료 주장

김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북한은 남침 준비를 완료한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김정일이 이미 남침을 결심한 상태”라며 “지금의 국제정세가, 북한이 핵 시인을 했던 지난 2002년과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오늘날에는 이라크 대신 이란의 핵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란의 핵개발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한 미국으로서는 중동지역의 미군을 한반도로 돌리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미국은 지난 6년간 이라크 치안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인명 피해와 함께 엄청난 재정적 손실을 입었다. 최근에는 아프간의 치안상태마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기에 미국으로서는 섣불리 또 다른 전쟁을 벌이기가 쉽지 않다. 김정일은 이 같은 국제정세를 이용하고 싶어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미 남침 위험이 여러 번 있었다고도 했다.

그는 “2002년 이라크전 당시 북한은 미국의 북한침략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선재공격을 준비했다. 이때 북한은 핵 보유 선언과 동시에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남침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교수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회고록을 인용, 미국이 자국 국민을 남한에서 철수시키는 등 미국의 북한 공격이 임박했던 적 있었던 사실을 전하면서, 지금까지 북한이 ‘전쟁불사’를 주장하는 것은 단순한 허풍이 아니라 실제로 전쟁을 각오한 행동이라고 전했다.


김정일 와병설, 후계 구도설 내막

최근 ‘김정일 와병설’‘후계구도’등이 유포되고 있는 것은 남침에 앞서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숨기기 위한 것(미국의 미사일 공격을 피할 목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지난 2003년 초 김정일이 남침을 결심했을 때에도, 미국의 이라크 공격(2002.3.20)이 임박했던 2003년 2월12일부터 바그다드 함락(2003.4.9)을 전후한 기간 동안 잠적했던 전례가 있음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입수되는 첩보의 내용이 지나칠 정도로 생생하다. ‘일부 마비 증세는 있지만 언어 장애는 없다’ ‘양치질을 할 수 있는 정도’등과 같이 입수되는 정보가 너무도 생생하다. 아무리 미국이 제공한 것이라 할지라도 관련 첩보는 북한이 고의로 흘려준 기만정보(disinformation)일 가능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9.11 테러에 이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와 관련해서도 연속적인 정보실패를 겪었던 미 CIA 등이 이라크 보다 더 폐쇄적인 북한에 대해서만 그토록 정확한 정보출처를 구축했다는 것 자체가 비논리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김정일을 ‘직접’ 치료한 것으로 알려진 프랑스 뇌신경 전문의가 ‘다른 프랑스와 독일 의사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차례 방북했지만 지도자를 본 적은 없다’고 주장한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정일의 건강과 관련된 민감한 정보가 정체불명의 ‘북경 소식통’을 통해 지속적으로 유포되고 있다. 김정남까지 나서서 ‘세월은 속일 수 없는 것 같다’며 와병설을 간접 시인했다. 북한 체제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중략) 그렇다고 해서 와병설 자체가 전혀 근거 없다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의 근거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북핵 문제

미국의 오바마 정부가 해결해야 할 국제정치 상황은 중동문제, 북핵문제 등이다.

셀리그 해리슨 미국 국제정책센터(CIP) 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은 지난 12일부터 5일간 북한을 방문한 뒤 지난 17일 베이징(北京)에 도착,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이 6자 회담 비핵화 과정에서 신고된 플루토늄 30.8㎏을 모두 무기화했다”고 발표했다.

해리슨 국장은 “북한 관리들이 플루토늄의 무기화를 언급하면서 설사 북한과 미국이 수교해도 무기화한 플루토늄은 사찰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북한 관리들이 무기화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미사일에 장착할 핵탄두 형태로 제조됐음을 시사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이 추가로 4~5기의 핵탄두를 제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리슨 국장은 “북한 관리들은 북한이 이미 핵 보유국이다. 비핵화 협상의 결과로 핵 포기를 선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한 “북한의 태도는 이전보다 강경해졌다”면서 “북핵 협상이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으로 느꼈으며 6자 회담의 향후 전망 역시 어두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동토의 왕국’북한과 관련된 정보가 여과 없이 나오는 것은 북한의 남침 조짐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국정원이나 일부 진보성향 언론들은 “뜬금없다. 얼빠진 국정원 직원의 주장”이라고 김 교수의 주장을 폄하하고 있다.

그러나 해리슨 국장이 이 같은 발표는 김 교수의 보고서에 더욱 무게를 실어주고 있어 향후 대북정세가 어떻게 흘러갈지 범국민적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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