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 동안 무슨 일 있었나

지난달 22일 경찰서 안에서 피를 흘린 채 발견된 의경이 끝내 숨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의 사인을 둘러싸고 가족들이 의문을 제기해 정확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임모(20) 의경이 소속서인 청주흥덕경찰서에서 피를 흘린 채 발견된 시간은 설 연휴를 앞둔 지난달 22일 오전 5시께. 순찰을 돌던 동료가 임 의경을 발견하고 119에 신고했지만 임 의경은 이날 밤 11시30분께 충북대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 끝내 숨졌다.

경찰은 임 의경이 실수로 떨어졌거나 타살됐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임 의경이 스스로 몸을 던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하지만 투신 이유를 둘러싸고 유족과 경찰의 입장은 확연히 다르다.

경찰은 임 의경이 부대에 전입한 지 1주일 밖에 안됐고, 숨지던 날이 교통근무 첫날인 점, 내무반 생활에 별다른 이상 징후가 없었다는 점, 부검 결과 특별한 외상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구타나 가혹행위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가족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임 의경에게서 특별한 유서나 메모 등이 발견되지 않았고, 임 의경이 숨지기 전날 두 번이나 어머니와 통화한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유가족들은 임 의경이 이날 낮과 저녁 5시께 집에 전화해 밝은 목소리로 4분여 동안 “설 때 외박을 갈 수 있다. 며칠 뒤에 보자”며 자살과는 전혀 거리가 먼 대화를 나눴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경찰은 “사건 발생 후 당시 내무반 의경들과 불침번, 근무자 등을 불러 조사한 뒤 부검까지 했지만 특별한 외상 등 구타 흔적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가족들은 임 의경이 교통근무에 투입되기 위해서는 자대배치 후 각종 도로교통법과 관련한 법규 등을 숙지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심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자대배치 후 첫 근무를 앞두고 있던 임 의경이 어머니와 통화한 후 12시간 동안 인격적으로 심한 모멸감을 받았다면 이 부분에 대한 진실규명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유가족들은 “임 의경이 자살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러나 만약 임 의경이 투신했다면, 왜 무슨 동기에서 그랬는지 반드시 진실이 규명돼야 한다”며 울분을 토했다.

-충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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