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성폭행 주범은 변태가 아니라 선생님?

우리나라의 성폭력 피해 현황을 살펴보면, 한해 성폭력 피해자 25만명 중에 13세 이하의 어린이 성폭행은 30%를 차지하며 그 중 7세 이하의 유아 피해자가 34.5%나 된다고 한국 성폭력상담소는 밝혔다.

단속당국은 아동을 상대로 한 아동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민단체들은 모두 미봉책일 뿐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학원 내 성폭력 피해 접수건수는 해마다 늘고 있어 보다 강력한 단속과 처벌이 시급하다.

올해 13살인 김호철(가명)군은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11살 때 끔찍한 경험을 했다.

선생은 청소당번 학생들이 청소를 마칠 때까지 교실에 남아 청소를 지도했다.

청소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선생은 당시 청소 당번이었던 김군과 황지연(가명)양을 불러 세웠다. “둘은 청소가 끝난 후 선생님을 좀 도와줘야하니 남아라" 선생은 이렇게 말하고는 청소가 끝났으니 다른 학생들은 모두 돌아가도 좋다며 귀가 시켰다.

아이들이 모두 귀가하고 셋만 교실에 남게 되자 선생은 갑자기 표정이 돌변하면서 아이들에게 옷을 벗으라고 시켰다. 아이들은 무서운 나머지 무조건 잘못했으니 용서해 달라고 빌었다. 그러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체 알몸이 되었다. 그러자 선생은 움츠러든 아이들에게 다가가 선생님이 하는 대로 가만있지 않으면 때리겠다고 위협하면서 지연양의 몸을 마구 희롱하기 시작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어린 여학생의 몸을 주무르는 선생은 한 마리 짐승과 다를 바 없었다.

두 아이들은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잠시 그렇게 주무르던 선생은 두 아이들에게 자신 앞에서 성관계까지 갖도록 시켰다.

이렇게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학원내 성추행은 해마다 증가해 이제 심각한 수위에 이르렀다. 집, 사설 학원, 유치원, 놀이터 등 보호되고 뛰어 놀아야 할 공간에서 아이들이 어른들의 성적 노리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교사는 세상의 위험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해야 하는 의무와 책임을 진 사람이다. 따라서 교사들의 아동 성추행은 보다 강력한 처벌을 받아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는 교사의 책임을 엄중히 묻지 않는다.

수년 전 경북 영덕군의 N초등학교에서는 교감(58)이 김모양(12)을 1년 넘게 성추행 해 온 사건이 벌어졌다.

그러나 영덕 경찰서는 이 교감의 혐의가 확인되는 대로 사법처리 하겠다고 했지만 사건 처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영덕 교육청의 입장도 불분명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영덕 교육청은 학부모들에게 “학교에 교감이 없어도 감수하겠냐"는 식으로 무책임하게 대처해 학부모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샀다.

뿐만 아니다. 경기도의 한 유치원 원장이 여러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성적 학대 행위를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유아시설의 폐쇄명령은 있었으나 원장의 책임을 추궁하지는 않았다.

또 처벌이 이뤄지더라도 그 무게가 너무 가볍다는 지적이다. 수년 전 서울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김남태 부장판사)는 미성년자 강제추행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60)씨에 대해 경찰조사 단계에서 작성된 비디오녹화 진술을 근거로 고작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김씨는 자신의 딸이 운영하는 A어린이집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다 지난해 5월 어린이집 2층 방에서 원생 박혜진(5·가명), 김민영(4·가명)양을 성추행하고 상처까지 입힌 혐의로 기소됐었다.

재판부는 그러나 박혜진양에 대한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하고, 박혜진양과 김민영 양에 대한 강제추행치상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과 피고인측은 모두 1심 판결에 불복, 항소했다.

이에 앞서 서울지법 동부지원 형사합의부(부장판사 이기택) 역시 지난 12월 23일 장모양(5), 권모양(4) 이모(4)양 등을 성추행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유치원 체육교사 양모(27)씨에 대해서도 고작 징역 1년6월을 선고한바 있다.

지금은 당시보다 아동성폭력에 대한 처벌법이 강화됐다고는 하지만 일부에선 실질적으로는 사정이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에 신고해도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뿐 아니라 증거재판주의에 따라 제대로 처벌받게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아동성폭력피해자가족모임 송영옥 대표는 “재판부가 판사마다 판단기준이 제각각 이어서 전담 판사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반면 외국의 경우 유아시설에서 성적 학대사건이 발생하면 비정상적인 성인들이 방어할 힘이 없는 어린이에게 성폭행한 죄를 물어 법정에서 극형으로 처벌한다.

이웃나라 중국만 해도 자신이 가르치던 소학교 여학생들을 4년간에 걸쳐 강간한 선생이 중국에서 총살형을 당했다.

중국 지린성 고급인민법원은 아동강간죄로 기소된지린 성 퉁화시 소학교(초등학교에 해당) 교사 리 모 씨에 사형을 선고했다. 리 씨는 사형 선고 직후 총살형에 처해졌다.

중앙아동학대예방센터가 조사해 재출한 국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총 1425건에 달하는 아동학대사건 중 학대 행위자가 구속 된 건은 겨우 20여건에 불과하다. 그나마 처리된 20여건도 현행법상 징역 1년 이하로 처리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또 이 국감 자료에 따르면 아동 성학대의 유형으로는 성추행, 성기삽입, 구강성교, 매춘, 포르노그래피, 성관계 노출, 성적 놀이 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아동 성학대 사건을 겪고 상해를 입은 유아들은 초등학교에 들어간 이후에도 자폐 증상을 보이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나타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형사정책연구원이 300건의 아동 성학대(만13세 이하) 사례를 분석한 ‘아동성학대의 실태와 특성'에서 밝힌 연구에 따르면 “아동학대는 악몽·우울·공포 등의 ‘심리적 후유증', 성병·각종 통증·질 손상 등의 ‘신체적 후유증', 자위행위·성적문란·성공포·성혐오 등의 ‘성적 후유증', 학습거부·대인기피·매춘·마약 등의 ‘사회적 후유증' 등을 낳는다"고 밝혔다.

20대나 30대가 되어서도 성적인 혼란과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이때 수년간 지속되는 부작용으로 오는 정신적 고통을 이기지 못해 때로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강소희씨(17·가명)는 13세때 성폭행을 당한 뒤부터 남자들에게 과도한 성적 호기심을 보이고, 남자들을 볼 때마다 성기부분을 쳐다보게 된다고 호소하면서 그럴 때 마다 자신에 대한 혐오감을 강하게 느낀다고 했다.

12세때 유괴돼 강간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밝힌 장현화씨(23·여)는 장씨는 4년째 남자 친구와 사귀고 있지만 성에 대한 불안과 공포 때문에 성관계를 두려워 할 뿐만 아니라 남자친구가 애정표현을 하면 과거 악몽이 떠올라 심한 거부반응과 함께 복통과 성기 통증에 시달린다고 하소연했다.

아동 성학대가 일부 가정의 정신병리적 현상이란 인식과는 달리 비뚤어진 성의식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또 아동 성학대는 지속적·장기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최근 인터넷 음란물 등의 포르노그래피를 보여주거나 ‘놀이'를 가장한 아이들을 추행 등 아동 성추행의 유형은 보다 다양해지고 있다.

아동학대예방센터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예전보다 신고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편"이라며 “아동 성학대를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교육자들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 및 성학대 예방교육이 필수"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아동 학대에 대한 엄격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동성폭력 사법처리 쉽게 만들어야

아동에 대한 성폭력이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성폭력 사실을 감추거나 부정하려는 경향과 성폭력 문제에 대한 제도적 장치의 부족 등으로 가해자의 처벌을 위해 적극 대응하기 어렵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추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성폭력 사건은 매년 20~30만 건이나 일어난다. 그러나 신고율은 2.2%로 세계에서 가장 낮다. 대부분의 성폭력 사건이 그렇지만 특히 어린이 성폭력 사건의 경우 피해자인 아동의 증언이 유일한 증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린이들의 경우에는 일관된 진술이 거의 불가능하고 번복될 수도 있다. 특히 유아 성추행의 경우 4~5세, 6~7세의 인지능력과 언어표현 능력으로는 이 조사과정을 소화해내기가 어렵고 수사기관에서 원하는 진술의 일관성은 더욱 확보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수사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아이들의 기억은 희미해질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잘못 대답하게 되면 진술의 일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증거가 불충분하여 기소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건진행과정에서 5~10회에 이르는 증언, 가해자와의 대질 심문, 피해아동을 배려하지 않는 수사태도 등으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점점 회복되어 가는 아이도 경찰, 검찰 진술을 다녀오고 나면 후유증이 되살아나고 피해 당시의 기억으로 힘들어한다. 이로 인해 피해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못할 짓 시키는 것이 아닌가 싶어 고소한 것을 후회하기도 하고 고소를 취하하거나 재판을 중단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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