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운 소녀 허벅지 베어 먹은 '인간 포식자'

사건당시 배포된 용의자의 몽타쥬(왼쪽)와 실제 김해선.

대한민국에는 58명의 사형수가 있다. 평균 9년의 세월을 감옥에서 보낸 이들은 하루하루 죽음의 두려움과 맞선다. 최근 연쇄살인과 잔혹 범죄가 꼬리를 물수록 이들의 공포는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사형 집행에 대한 여론이 사형수들의 목을 죄기 때문이다. <일요서울>은 세상을 경악하게 한 사형수 58인의 사건 파일을 입수해 재구성하고 그들의 오늘을 추적했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지난 2000년 10월 3명의 어린 소녀와 남매를 무참하게 도살한 고창 연쇄살인범 김해선이다. 피해자를 강간한 뒤 살해하고 시신을 무덤위에 십자가 모양으로 눕힌 채 방치한 김은 피해자의 신체 일부를 도려내기까지 했다. 잔혹한 범행 수법과 뉘우침 없는 태도로 전국을 분노케 한 희대의 살인마 김해선의 사건 파일을 들여다 봤다.

고창연쇄살인범 김해선(당시 31세)이 살해한 피해자는 모두 3명이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정모(11세)양과 여고생 박모(17)양, 박양의 남동생(14) 등이 살인마의 손에 꽃 같은 순결과 목숨을 잃었다.


소녀들 짓밟은 광란의 살인행각

첫 번째 희생자인 정양이 사라진 것은 2000년 10월 25일. 정양은 단짝 친구와 문구점에서 강아지 인형을 산 뒤 집으로 돌아오던 중 감쪽같이 모습을 감췄다. 마을주민들이 밤샘 수색을 벌였지만 정양은 실종 반나절 만에 마지막으로 목격된 도로에서 150여 미터 떨어진 산 속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고 말았다.

알몸으로 발견된 소녀는 양지바른 무덤 위에 십자가 모양으로 반듯하게 눕혀져 있었다. 정양의 점퍼와 셔츠는 둘둘 말려 목을 받치고 있었고 바지는 접힌 채 엉덩이 밑에 깔려 있었다. 흉기로 찢어낸 정양의 속옷과 신발 등은 소녀의 책가방 안에 고스란히 담긴 채였다.

어린 소녀의 음부는 쓸린 상처와 핏자국으로 엉망이었다. 며칠 뒤 피해자가 범인의 손이나 사물로 성추행을 당한 뒤 목 졸려 숨진 것이라는 국과수의 부검결과가 발표됐다. 조용한 시골마을이 광란의 살인사건 무대로 둔갑한 순간이었다.

정양의 시신이 발견된 지 약 2개월 뒤인 같은 해 12월 19일. 이번엔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남매가 연달아 살인마의 제물이 됐다. 남매가 사라진 뒤 역시 반나절 만인 다음날 아침 9시 20분 경, 피해자의 집에서 불과 300여 미터 떨어진 풀밭에서 중학교 1학년인 남동생 박군이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됐다.

박군의 양 손은 운동화 끈에 의해 뒤로 묶여 있었고 목도리로 눈을 가린 상태였다. 시신의 목에는 노란 노끈이 단단히 매듭지어져 있었다. 피해자 옆에 떨어진 가방은 두 개. 수사팀은 박군의 시신 근처에서 브래지어와 여성용 팬티가 조각난 채 뭉쳐 있는 것을 확인했다.


여고생 살해한 뒤 허벅지 살 도려내

범인이 함께 있던 남동생을 살해한 뒤 박양을 성폭행하려 했고 소녀를 어디론가 끌고 갔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었다. 누나의 처참한 주검은 남동생의 시신과 500여 미터 떨어진 야산에서 발견됐다.

한국 연쇄살인 사건 사상 최악의 광기. 당시 수사팀 관계자들은 박양의 참혹한 시신을 확인한 순간 끔찍한 악몽을 꾸는 듯 했다고 회상했다. 체크무늬 교복치마는 뒤집힌 채 가슴 위까지 끌어올려져 얼굴을 덮고 있었고 두 손은 남동생의 목에 감긴 것과 같은 노란 노끈으로 단단히 결박돼 있었다.

스타킹과 신발은 왼발만 벗겨진 채였고 두 다리는 벌어져 각기 다른 나무에 묶인 상태였다. 교복 블라우스는 활짝 열려있었고 스웨터와 다른 옷가지들은 칼로 잘라 벗긴 뒤 시신의 등 뒤에 받치듯 놓여있었다.

더욱 끔찍한 것은 주검의 상태였다. 목과 다리, 가슴, 배, 음부 등 온 몸이 칼에 찔리거나 벤 상처투성이였고 강간당한 징후가 뚜렷했다. 더구나 오른쪽 허벅지 안쪽의 여린 살덩이가 예리한 흉기로 어른 손바닥 크기만큼 도려내진 상태였다.

끔찍한 칼부림에 시신을 받쳐놓은 옷가지가 피해자가 흘린 피로 흥건히 젖을 정도였다. 제정신을 가진 인간의 소행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잔혹한 범행이었다. 박양의 살덩이는 그 뒤 검거된 김해선의 집 앞 도랑에서 검은색 비닐봉지에 담긴 채 버려져 있었다.

김은 경찰에 검거된 직후 “(박양의 살점을)키우는 개에게 먹였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후 조사에서는 “살을 도려낸 것은 기억하지만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고 말을 바꿨다.

당시 사건 조서에 따르면 김은 박양을 강간한 뒤에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자 칼로 박양의 온 몸을 찌르고 베면서 고문한 뒤 심장 부근을 깊숙이 찔러 살해했다. 허벅지 살점은 박양이 숨진 뒤 도려낸 것이었다.


주사바늘도 무서워하는 술꾼

첫 번째 살인사건이 벌어진 지 56일 만이자 박양 남매가 시신으로 발견된 바로 다음날 연쇄살인범 김해선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났다. 남매가 변을 당하기 직전 김에게 쫓긴 또 다른 여학생이 결정적인 증언을 한 덕분이었다.

경찰 검거 당시 김은 잔뜩 술에 취해 있었다. 붙잡힌 그는 조사 과정에서도 술이 깨지 않아 담당 수사관이 수차례 흔들어 깨워가며 진술서를 작성하는 촌극도 빚어졌다. 김이 저지른 참혹한 범죄가 모두 만취 상태에서 저질러졌다는 사실도 곧 드러났다.

범죄 심리 전문가인 표창원 경찰대 교수의 저서 ‘한국의 연쇄살인’에 따르면 김의 기행은 검거된 뒤에도 이어졌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 등 증거물에 따라 범인의 혈액형은 AB형이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수사관이 김에게 혈액검사를 요구하자 “주사바늘이 살을 찌르는 건 싫으니 대신 머리카락을 뽑아가라”고 했다는 것.

낯모르는 어린 피해자들을 잔혹하게 도륙한 살인마가 정작 주사바늘조차 겁내는 소인배라는 사실은 실소마저 자아낸다. 김의 유별난 ‘자기애’는 사형선고를 받은 이후에도 여전했다. 지난 2005년 표창원 교수가 출간한 저서에 자신의 실명과 사진이 실리자 김은 표 교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표 교수는 “모든 범죄자들의 신원 공개는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지만 사회적으로 큰 해악을 끼친 잔혹 범죄를 저지른 범인의 신원은 공개하는 것이 국제적 관례”라며 “범죄자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공유하면 범죄 예방 효과는 물론, 잠재적 범죄자의 범행 의지를 꺾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거된 이듬해 사형이 확정된 김해선은 현재 광주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김해선 악마 된 건 부친의 학대가 8할”

연쇄살인범 김해선을 악마로 만든 것은 친아버지의 무차별한 폭행이었을까. 엽기적인 살해 수법만큼 전문가들이 김해선에게 주목하는 점은 그의 불행한 유년기다.

김의 아버지는 습관적으로 어린 아들에게 심한 폭력을 행사했다. 발가벗긴 채 벨트로 온몸을 때리고 밖으로 내쫓는 일도 다반사였다.

김은 사춘기 이후 단 한번도 대중목욕탕에 간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알몸으로 매를 맞고 내쫓긴 경험이 트라우마(심리적 외상)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

어린시절 강아지나 고양이 등 작은 동물을 괴롭히는데 심취하던 김은 중학생 때는 아무 이유 없이 이웃집 소를 낫으로 찍어 죽이는 등 극도로 폭력적인 성향을 띠기 시작했다. 중학교 2학년을 중퇴한 뒤 가출해 외항선원과 음식점 종업원 등을 전전하던 김은 전형적인 실패자로 성장했다.

처음 동거한 여자에게 강간죄로 고소를 당하고 두 번째 연인이었던 다방 종업원에게는 외항선을 타서 번 돈 모두를 빼앗긴 뒤 배신당한 것.

가정과 학교, 이성관계에서 쓰디쓴 절망을 맛본 김은 술에 의지하게 됐고 그의 살인 충동은 31살이 되던 해 폭발하게 된 것이다.



# 58인의 사형수, 그들은 누구인가

평균나이 45세, 30~40대 주로범행, 보복·묻지마 살인 최다

과연 사형수들은 범행 당시 어떤 사람이었고 왜 씻을 수 없는 범죄에 스스로를 옭아맨 것일까. 김상균 백석대학교 경찰학과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연구 자료를 통해 이들의 신상을 들여다봤다.

사형수 58명의 평균 수감 기간은 대략 9년이고 이들의 평균 나이는 45세다.

범행 당시 연령은 20대가 14명, 30대 25명, 40대 17명, 50대 이상이 2명으로 30~40대 사이에 범죄를 저지른 경우가 가장 많았다.

이들의 살인 유형을 분석해보면(중복 포함) 보복 또는 ‘묻지마 살인’이 28건으로 가장 많았다.

금품을 노린 살인은 27건, 강간 살인이 11건, 유괴 살인이 8건이다. 부모나 가족을 죽인 존비속 살해가 2건, 방화 살인도 4건을 차지했다.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금품을 노린 범죄가 많았고 나이가 많을수록 보복 또는 묻지마 범죄비율이 높았다.

사형수 58명 중 절반이 넘는 32명(58%)은 범행 당시 직업이 없었다. 이것이 금품을 노린 강도 살인의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배달원, 술집 종업원 등 서비스업 종사자가 16명, 보험설계사·자영업자·회사원 출신도 9명이었다.

열악한 생활환경이 흉악범을 만들어낸다는 일각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대다수 사형수들은 전과자였다.

사형수 58명 중 재범 이상의 전과자는 41명에 달했으며 초범은 17명뿐이었다. 평균 전과는 4범이며 전과 11범 이상의 ‘고수’들도 4명이나 있었다.

초범으로 사형 선고를 받은 17명은 대부분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랐지만 지나친 욕심이나 아내·내연녀에게 배신을 당한 뒤 복수심에 충동적으로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가 많았다.

사형수들의 가정환경을 들여다보면 양친이 살아있고 경제적으로 유복한 소년기를 보낸 경우는 극히 드물다.

편모·편부가정에서 자란 경우가 각각 8명, 4명이었고 계모나 양부모 밑에서 자란 사형수가 각각 3명씩이었다. 고아로 자란 사형수는 무려 9명에 달했다.

김상균 교수는 “고아 출신은 성장기에 부모의 애정이나 관심을 못 받고 자라 반항심과 증오심을 키우게 된다”며 “사소한 일에도 보복 살인을 저지르는 경향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구치소에 가장 많은 29명의 사형수가 복역 중이며 부산구치소에 8명, 대구교도소에 7명, 광주교도소에 8명 등이 수감돼 형 집행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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