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 김석진 선생이 꿰뚫어 본 미래


“세상의 변화는 음양의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수많은 사건이 발생하고 정신 못 차릴 혁명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그 역시 음양의 변화일 뿐이다.” 주역의 대가이자 이 시대 ‘마지막 선비’라 불리는 대산(大山) 김석진(82)옹이 최근 대한민국의 미래를 꿰뚫는 야심작을 내놨다. 팔순 고령에도 지치지 않는 열정을 뽐내며 8000여명의 제자를 배출한 김 옹이 1년의 구상 끝에 내놓은 ‘우리의 미래’는 현재 한국 사회를 아우르는 위기를 타계할 비책을 담고 있다. 한평생 주역을 연구한 김 옹은 이 책에서 10년 안에 대한민국의 홍익인간 사상을 모태로 한 새로운 문명이 탄생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명실상부 한국이 세계의 중심으로 우뚝 선다는 얘기다. 김 옹에 따르면 한반도를 둘러싼 혁명적 변화는 적어도 2013년 시작된다. 이 시기가 되면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3국은 연방제에 버금가는 밀접한 교류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게 김 옹의 주장이다. 현재의 불황과 위기는 이 같은 ‘봄날’을 위한 꽃샘추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김 옹은 한문학과 주자학을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통한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당시 후보에게 ‘가문 하늘에 단비가 온다’는 뜻의 ‘한천작우’(旱天作雨)라는 글을 친필로 써줘 유명세를 탔다.


이 대통령에 친필 덕담 적어줘

김 옹은 “구름을 만들어 비를 내린다는 말은 크게나 작게나, 또 누구나 다 원하는 말이다”며 “앞으로 경제가 어려울 테니까 당신이 지도자가 돼서 국민에게 ‘우로지택’(雨露之澤·이슬과 비의 덕택. 즉 왕의 은혜를 뜻함)을 베풀게 해달라고 부탁한 것이다”고 말했다.

선생은 또 “그 중에서도 비는 만물의 생명줄이니 민생고를 해결하고 국가경제를 잘 살리라는 희망을 담아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대선에서 김 옹이 이명박 대통령 개인을 위한 덕담을 지어 보냈다면 최근 공개된 그의 저서는 위기에 허덕이는 국민을 위한 도움말이다.

김 옹은 책에서 세계의 중심이 대한민국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적어도 10년 이내에 새로운 문명과 제도가 탄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역에 따르면 무극-태극-양의-사상-팔괘-64괘의 순서로 변화와 개혁이 이뤄진다. 이 같은 원칙에 따르면 1948년 건국한 대한민국은 2009년 올해 64괘 시대에 접어들었다. 주역의 선경3일 후경3일 이론으로 볼 때 2010년 경인년을 중심으로 2007~2009년, 2011~ 2013년 까지가 변혁의 시기인 것이다.

김 옹의 저서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한국이 일본과 중국 사이에 위치해 ‘순망치한’(脣亡齒寒·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림. 즉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의 관계인만큼 3국이 준연방국 수준으로 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옹은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전진기지인 일본과 공산주의 체제인 중국과의 사이에서 ‘사상적 허브(hub)' 역할을 하는 만큼 세 나라가 준연방국 수준으로 긴밀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를 기반으로 세계적인 금융시장을 판문점이나 신의주에 유치하는 것이 남북한 경제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동아시아와 세계의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역학자로서 김 옹이 세계를 위기에서 구할 새로운 사상으로 꼽은 것은 다름 아닌 ‘홍익인간’(弘益人間)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세계가 특유의 이기심으로 몰락을 자초한 만큼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이타심이 세계 질서를 바로 세울 것이라는 믿음이다.


유럽과 미국의 도덕적 해이, 어른의 몰락

김 옹은 “일찍이 자본주의를 내세워 ‘세계의 어른’으로 군림했던 미국이 최근 심각한 경제 위기를 맞은 것은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 때문이다”며 “자본주의는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이익을 낸다는 모토를 고수했지만 이로 인해 불신과 도덕적 타락이라는 부작용이 너무 컸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의 금융 위기 등 심각한 ‘시장실패’가 근본적으로 이들 국가의 부도덕성에서 기인했다는 얘기다. 김 옹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을 ‘어른’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신흥 개발국들은 ‘아이’로 비유했다.

그는 “어른이 아이를 이용만 하고 키워주지 않았기 때문에 아시아는 어른의 말을 듣지 않는 애가 되버렸고, 아프리카는 기아에 허덕이게 됐다”며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 공존을 위한 새로운 철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덕적 해이에 무너진 세계질서를 바로잡는데 필요한 신사상이 바로 홍익인간이라는 것이다.

실업대란과 금융위기로 속병을 앓고 있는 오늘날 10년 안에 대한민국이 세계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주장은 분명 희망적이다. 속이 꽉 찬 대보름달에 소원을 빌 듯 2009년 대한민국 희망가에 귀를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


#대산 김석진 선생은 누구?

1928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6세 때부터 조부로부터 천자문과 사자소학, 계몽, 동몽선습, 소학을 익혔다. 한국역학(易學)의 거성인 야산 이달 선생에게서 13년간 주역, 서경, 시경을 수학하고 음양설의 핵심인 주역과 오행설의 홍범(洪範) 학맥을 이어받은 역성(易聖)이다.

31세부터 충남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45세부턴 대전에서 양정학원 원장을 지내며 제자를 키웠다. 59세 때 서울 함장사를 시작으로 제주, 청주 등 전국에서 주역을 강의, 학풍을 일으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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