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의 부동산 중개료 낮추기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부동산 매매나 전·월세 거래를 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중개수수료다. 이 중개수수료가 14년 만에 인하되면서 이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특히 주거용 오피스텔과 달리 주택은 지자체 조례개정으로 적용이 결정되는 사안이기에 더욱 그렇다.

매매와 전월세 요율 역전현상 바로 잡아
오피스텔 업무용 쭻 주거용 인정세금은?

아직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한 A씨는 최근 새 전세를 찾기 위해 부동산에 들렀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기존 살고 있던 25000만 원가량의 전셋집과 비슷한 물건들이 전부 3억 원으로 훌쩍 뛴 탓이다. 게다가 매매 3억 원의 주택은 중개수수료가 0.4%120만 원인 데 반해 전세 3억 원은 수수료가 0.8%240만 원으로 두 배나 비쌌다.

지방에 거주하는 부모님을 두고 회사 앞 오피스텔에서 혼자 사는 B씨도 고민이 깊다. 지금 머무르는 오피스텔은 주방·욕실 등을 모두 갖춰 사실상 주거용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수수료는 매매와 전세 모두 일반주택보다도 비싼 0.9%를 적용받아 부담이 심하다.

실제로 B씨가 살고 있는 2억 원짜리 오피스텔 전세 수수료는 0.9%180만 원이지만 동일 가격의 일반주택 전세 수수료는 0.3%60만 원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무려 세 배에 가까운 차이로 일반주택 매매와 전세 수수료의 역전현상보다 그 골이 깊다.

빠르면 다음달
각 지자체 조례개정

다행히 새해부터는 이러한 문제점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바뀌는 주거용 오피스텔의 경우 지난 6일부터 중개수수료가 절반으로 떨어졌다. 또 지자체 조례 변경이 필요한 주택거래 역시 수도권 시·도의회 일정이 끝나는 대로 중개수수료 인하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는 정부의 부동산 중개보수체계 개선안 시행에서 비롯된 조치다. 국토교통부는 그간 논란이 된 주택거래 중개수수료에 대해 지난해 11월 해당 개선안을 내놨다. 이어 지난 5일에는 후속조치로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다음날부터 전면 적용에 들어갔다.

하지만 시행규칙만으로 바뀌는 오피스텔과 달리 주택은 지자체 조례개정에 따라 최종 결정된다. 현재 서울시와 경기도는 국토부 권고안대로 입법예고를 마쳤지만 시의회와 도의회 일정이 시작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서울시와 경기도 의회 일정이 끝나는 2~3월 경에야 주택에도 오피스텔처럼 반값 수수료가 적용될지가 갈릴 예정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주택 매매 중개수수료의 경우 6~9억 원 미만은 0.5% 이하, 9억 원 이상은 0.9% 이내 협의로 바뀐다. 현행은 6억 원 이상이면 모두 0.9% 이하에서 중개사와 의뢰인이 협의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또 전·월세 등 임대차 중개수수료의 경우 3~6억 원 미만은 0.4% 이하, 6억 원 이상은 0.8% 이내 협의로 변경된다. 현행은 3억 원 이상이면 모두 0.8% 이하에서 양측이 협의하도록 규정돼 있었다.

이외에 6억 원 미만 주택 매매와 3억 원 미만 전세 거래는 기존 수수료율인 0.4%, 0.3%가 각각 그대로 유지된다. 결과적으로 매매 6~9억 원, 전세 3~6억 원 구간의 요율만 반값으로 조정된 셈이다.

환급된 부가가치세와
양도소득 비과세 문제도

반면 오피스텔의 경우 몇 가지 단서를 단 후 중개수수료가 일괄적으로 인하됐다. 기존 오피스텔 중개수수료는 크기와 가격, 매매형태에 상관없이 모두 0.9%를 적용받았다.

그러나 이제 주거용으로 분류되는 오피스텔의 경우 매매는 0.5%, 임대차는 0.4%로 절반가량 내려간 상태다. 단 주거시설이 없는 전면 업무용이나 전용면적 85를 넘는 오피스텔은 수수료 변동이 없다.

국토부에 따르면 주거용 오피스텔의 요건은 전용면적 85이하에 전용 부엌과 목욕시설이 있는 화장실을 갖춘 곳이다. 현재 전국 오피스텔의 87%가 주거용으로 지어져 거래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이처럼 주거용 오피스텔이 공식화되면 오히려 이를 보유한 다주택자들은 눈치보기에 바빠질 요량이다. 기존 오피스텔은 모두 업무용으로 분류돼 소유주들은 비교적 세금 문제에서 자유로웠던 것이 사실이다.

만약 보유한 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거래하게 되면 아낄 수 있는 수수료는 대개 100만 원 안팎이다. 그러나 국세청으로부터 환급받은 부가가치세나 양도소득 비과세 혜택 등 수천만 원을 추징당할 수도 있다.

소위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이 같은 상황 때문에 소유주들은 지금처럼 임차인들의 전입신고를 막아 계속 업무용으로 위장할 공산이 크다. 또 이면계약이나 수수료 일방 부담 등으로 어떻게든 세금 문제를 회피해 관련법 개정의 취지가 무색할 가능성도 커진다.

한편 이번 개정으로 수입 급감이 불 보듯 뻔한 공인중개사협회의 반발은 날로 증폭되고 있다. 중개사협회는 오피스텔 중개수수료 인하와 관련해 법령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및 헌법소원 등으로 강력히 대응할 예정이라고 지난 5일 밝혔다. 실제로 앞서 서울시의회는 2013년 해당 요율을 낮추는 조례안을 추진했으나 중개사협회의 반발로 철회한 바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정이 단순한 상한선 낮추기가 아닌 고정요율제 등 다른 방법이 논의될 수 있었음에도 일방적으로 변경된 것이 아쉽다면서 또 오피스텔의 경우 수수료 인하가 오히려 소유주들의 세금 문제를 부각시켜 전·월세 공급이 줄어드는 등 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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