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전 일본의 세계 제2차 대전 패망 이후 한·일 양국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대해 두 당사국뿐 아니라 우방국들의 우려가 높다. 동아시아 문제의 세계적 석학인 에즈라 보걸 미국 하버드대 명예교수는 “한일 수교50주년을 맞아 양국 정상은 일본군 위안부문제에 더 이상 매여 있으면 안된다, 경색된 한일관계를 풀기 위한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북핵 등 안보문제를 비롯해 경제 이슈 등 동북아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더 이상 한일이 과거사문제에 매여 있는 것은 양국은 물론 동북아 전체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렇다. 우리 정부가 고민하고 있는 것도 이런 관점에서다. 그런데 일본은 이런 국내외적 기류를 철저하게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내각이 직접 ‘영토주권대책기획조정실’을 통해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주장을 담은 새 동영상을 제작해 초등학교 교육용으로 인터넷에 유포했다. 아베 정부가 재작년부터 독도영유권 억지주장 동영상을 배포하고 지난해에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국이 독도를 불법점거하고 있다고 기재한 연장선이다. 조선을 거점으로 남의 나라 침략의 역사로 점철돼 있는 일본이 거꾸로 한국을 침략국으로 모는 흉도(凶徒)의 근성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는 바다.

이렇게 배우고 자란 일본 아이들이 한국을 돈독한 이웃나라 ‘우방’으로 받아들일 일은 꿈에서조차 없다. 아베총리는 지난 5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아베담화에 대해 “지난 전쟁에 대한 반성, 전후 평화국가로 걸어온 일본의 여정, 이후 아시아태평양지역과 세계에 어떤 식으로 공헌해갈 것인지 등을 여러 지혜를 모아 새로운 담화에 담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노담화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무력화 시키려는 시도가 분명하게 나타났다.

일본이 어떤 나라였는가, 조선침략의 걸림돌로 판단해서 명성황후 민씨를 조선주재일본공사 미우라고로가 지휘하는 낭인들로 하여금 대궐 담을 넘어 잔인하게 시해토록 한 종족들의 나라다. ‘을미사변’으로 일컫는 이 잔혹한 역사가 소위 일본 천황이란 자에 의해 결재된 보고서가 2005년 공개됐다. 옛 일본의 방랑무사를 낭인(浪人)이라고 하지만 쉬운 말로 떠돌이 건달들이다. 이런 깡패 나부랭이들을 동원해서 일국의 국모를 시해하고 그 시신에 차마 글(筆)로 옮기기조차 어려운 참혹한 만행을 저지르게 한 나라가 패전 후 겨우 돈을 좀 만지게 되자 다시 그 근성이 나타나고 있다.

1993년 8월 고노요헤이 당시 일본 관방장관이 일본군위안부에 대한 일본과 일본군의 강제성을 인정한 담화를 발표했다. 이 고노담화는 일본군 위안소가 당시 군(軍) 당국의 요청에 의해 설치된 것이며, 위안소의 설치, 관리 및 위안부 이송에 관해서는 전적으로 일본군이 관여했다는 발표문을 확실하게 명시했다. 그리고 일본군위안부들에게 사과와 반성의 마음을 올린다고 말하였다.

1945년 8월 15일 일왕 히로히토는 무조건항복 선언문에서 항복 후 일본제국이 받을 바 고난이 심상치 않을 것이라고 통한을 쏟았다. 그러나 미, 영, 소, 중, 승전 4개국 중 어느 나라도 그들 민족을 패전한 나라의 3등 국민으로 짓밟지 않았다. 같은 인간이 인간을 성 노리개로 노예화 해 기본적인 인권을 짓밟은 건 사리를 따질 수 없는 짐승의 마음일 것이고, 그걸 그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반성할 줄도 모르는 뻔뻔함은 흉도(凶徒)의 근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탓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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