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환상 젖어 허탈감에 허우적


결혼한 지 갓 1년을 넘긴 새댁 A씨(28·여)는 최근 스스로 정신과 의원을 찾았다. 적어도 이틀에 한 번, 어쩔 땐 하루에 2~3회씩 자위행위에 몰두하는 자신이 여간 끔찍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사와 마주앉은 A씨는 어렵사리 남편과의 잠자리에서 별다른 감흥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오히려 혼자 침대에 누워 그룹섹스나 스와핑을 즐기는 ‘위험한 상상’에 몸을 맡기는 편이 훨씬 자극적이라는 게 A씨의 속 깊은 고민이다. 최근 정상적인 성생활에 흥미를 잃거나 신체적 콤플렉스로 ‘자위중독’에 빠지는 여성들이 심심찮게 늘고 있다.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섹스중독증의 대표적인 증상이기도 한 과도한 자위행위에 상당수 여성들도 젖어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들을 괴롭히는 것은 순간적인 쾌락 뒤에 찾아오는 허탈감이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과도한 자위행위에 집착하는 사례가 상당히 많다”며 “더 심각한 문제는 자위행위 뒤에 느껴지는 허탈감을 못 이겨 극단적인 선택(자해·자살시도 등)을 하거나 상상 속에서만 꿈꾸던 성적 일탈행위를 실행에 옮길 수도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우울증이 일탈행위 부추겨

과도한 자위행위는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섹스중독증’의 전형적인 증상 중 하나다. 자위중독에 빠지는 여성들은 흔히 남편과의 가정생활이 원만하지 않거나 불감증, 무모증 등 신체적인 콤플렉스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정신과 전문의 진용탁 원장은 “자위중독에 빠진 여성들 대부분은 육체적인 쾌락을 위해 자위를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섹스에 집착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우울증을 호소하는 이들은 성욕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성욕이 지나치게 넘쳐 남편이나 남자친구 등과 갈등을 겪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진 원장은 “매번 섹스의 상대를 찾지 못할 경우 자연스럽게 자위행위로 눈을 돌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성 자위중독의 가장 큰 원인은 우울증이다. 극심한 우울감에 시달리다 육체적인 쾌감을 느끼게 되면 잠시나마 심리적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일시적인 쾌락 뒤에 몰려오는 허탈감에 빠져들기 마련이다. 이 같은 악순환은 근본적인 치료가 이뤄지기 전까지 반복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섹스중독에 물들기 시작하면 평범한 행위로는 만족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결국에는 상상 속에서나 즐기던 불륜이나 스와핑을 실행에 옮기며 완전한 일탈에 빠져드는 사례도 있다는 얘기다.


섹스중독 판별 자가 진단

일반적으로 섹스중독자를 판별하는 기준은 섹스에 대한 강박증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며 영향을 받는지 여부다. 섹스중독 성향이 얼마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만하다. 다음은 일반적인 상담 과정에서 사용되는 섹스중독 판별 자가진단 설문지다. 만약 아래의 질문에서 ‘그렇다’가 7개 이상이라면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섹스에 대한 욕구로 인해 인간관계에 금이 간 일이 있다.
▶너무 자주 섹스를 요구해 부부간에 다툰 적이 많다.
▶하루라도 섹스를 하지 않고는 잠을 못 잔다.
▶술을 마시면 반드시 섹스를 해야한다.
▶섹스를 할 수 있다면 상대방이 어떤 사람이건 상관없다.
▶옆에 배우자가 있는데도 자꾸 다른 이성에게 눈길이 간다.
▶섹스를 못하면 자위행위라도 하고 자야 직성이 풀린다.
▶자신이 정력가라고 느낀다.
▶친구의 애인이나 배우자라해도 연애감정을 느낀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섹스를 하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혼자서라도 섹스를 하기 위해 유흥업소나 폰팅 등에 매달린다.
▶변태적인 섹스에 대한 강한 충동을 느낀다.
▶자신이 섹스를 너무 밝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문득문득 생긴다.
▶성욕을 느낄 때 섹스를 하지 못하면 불안해 견디기 힘들다.
▶실제 성관계 시간 외에도 간접적인 섹스(인터넷 음란물, 포르노 감상 등)를 거의 매일 즐긴다.


죄책감을 없애라

물론 여성이 자위행위를 즐기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 흔히 자위를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기지만 연구에 따르면 전체 여성의 60% 이상은 자위 경험이 있다. 1990년대 미국 킨제이 보고서에 따르면 기혼여성의 45%가 1년에 한 번 이상 자위행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여성이 더 일찍 자위행위를 접하게 된다는 통계 결과도 눈에 띈다. 통계에 따르면 남자는 15세, 여자는 13세 때 자위를 처음 시작하며 10대~20세까지 여자의 58%가 자위를 경험한다.

미혼 여성의 자위행위 빈도는 15~20세에 37%, 20~25세에 40%, 25~30세 58%로 혼전 성교와 횟수와 비슷한 빈도로 나타났다. 미혼·기혼 여성을 통틀어 전체 여성의 62%가 은밀한 즐거움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자위중독에 빠지기 전에 이를 하나의 가벼운 기분전환으로 여기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실제 기혼 여성들이 적절한 자위를 통해 권태기를 이겨내고 우울증을 극복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까닭이다.

무엇보다 파트너에게 의존하던 여성들이 자신의 성감대를 파악하고 스스로 성욕을 해소함으로서 자신감을 되찾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적절히 자위를 즐기는 여성들은 파트너와의 성관계에서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요구사항을 표현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삼성산부인과 이혜미 원장은 “여성의 자위행위가 과거에는 금기시 돼 온 것이 사실이지만 오늘날에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며 “오히려 배우자나 애인이 자위행위를 하는 것을 못마땅해 한다면 그것은 서로 간 소통이 부족한데서 오는 오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여성의 ‘그곳’에 얽힌 6가지 속설과 진실


속설 1 발목이 가는 여자가 명기다?

발목이 가는 여성의 질이 좁다는 속설은 과거부터 정설처럼 통해 왔다.

또 발이 작으면 ‘명기’라고 믿은 중국인들은 어린 여자아이들의 발을 비단으로 꽁꽁 동여매 전족을 신겨 자라지 못하게 했다. 고대 중국의 의학서적에서는 이와 같은 속설을 단정적인 사실로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 의학에 따르면 이 같은 믿음은 ‘말도 안되는 소리’다. 전문가들은 질 근육을 단련하기 위해 회음부에서 8자로 교차하는 항문근육을 강하게 단련하는 이른바 ‘케겔운동’이 성감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속설 2 귀 모양을 보면 성감이 보인다?

여성의 귀 모양을 보고 성기의 구조를 추측하는 것은 궁궐에서 상궁과 나인을 선발할 때 쓰던 방법 가운데 하나다. 야사(野史)에 따르면 귓구멍에서 아래쪽으로 파인 홈의 넓이가 질의 넓이와 비례한다고 한다. 또 귓구멍의 크기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 같은 속설 또한 현대의학의 조롱거리다. ‘귀 이론’을 확신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풍부한 체험에 따라 키가 크고 마른 여성의 귀 홈이 넓고, 비교적 작고 통통한 여성은 홈이 좁다는 걸 증거로 댄다. 하지만 키가 크고 마른 여성의 조임이 형편없다는 것은 일부 난봉꾼들의 속설에 지나지 않는다.


속설 3 음모가 무성한 여성은 잠자리도 탁월하다?

음모가 많은 여성이 성감이 좋다는 속설이 있다. 이런 여성들은 잠자리에서 적극적이며 시끄럽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성감이 좋아지는 건 남성 쪽이다. 음모엔 포클린샘이란 분비선이 있어 이성을 흥분시키는 물질을 뿜어내기 때문이다. 이는 털이 풍기는 남성적인 이미지가 만들어낸 일종의 오해다. 털과 여성의 성적 적극성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반대로 털이 없는 여성에 대한 속설도 무성하다. ‘3년 동안 재수 없다’와 ‘천하의 명기’란 이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지만 이 역시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속설 4 여성은 오래할수록 좋아한다?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관계를 오래만 해 주면 여성이 좋아할 거라 생각하는 남성이 많다. 특별한 상대를 만났다면 모를까, 이것 또한 잘못된 속설이다.

여성이 오르가즘에 도달하는 시간은 평균 15분. 컨디션이 좋은 날에도 30분 이상 시간을 끌면 질 점막에서 분비되는 윤할액이 급격히 줄어들어 질이 건조해진다. 질이 건조해지면 마찰계수가 높아지며 피부 온도가 상승해 상당한 통증을 호소하기 마련이다.


속설 5 탄탄한 엉덩이는 쾌감의 척도

축 처진 것은, 그게 무엇이든 간에 보기 좋지 않다. 엉덩이도 마찬가지. 엉덩이가 위로 올라붙은 여성이 명기라는 소문도 있다. 일반적인 속설과는 달리 이는 사실에 근접한다. 엉덩이가 처지면 오르가즘에 결정적인 음핵을 비롯해 성기의 발육이 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차가 있지만 올라붙은 엉덩이는 질 입구를 항문 쪽으로 끌어내려 정상체위가 어렵다는 호소도 적지 않다. 소녀경으로 유명한 중국인들이 다양한 체위를 개발할 수 있었던 것도 중국 여성들의 성기가 비교적 뒤쪽(항문쪽)에 붙어 정상위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이 때문이다.


속설 6 무조건 큰 게 좋다?

여성이 커다란 페니스를 좋아할 거란 확신은 우리 성문화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는 속설이라기보다 취향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근 한 여성 전문 커뮤니티의 설문조사 결과 ‘페니스의 크기가 성감을 결정하느냐’는 질문에 약 36%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동시에 거의 비슷한 비율의 여성(35%)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으며 29%는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일부 성의학자들은 오르가즘이 질 외부에서 일어나 페니스 크기와 성감은 무관하다고도 말한다. 또 다른 학자들은 페니스가 커야 질은 물론 음핵을 강하게 자극해 여성을 보다 더 짜릿한 오르가즘으로 몰아간다고 한다. 그러나 중론은 ‘여성이 고통스러울 정도가 아니라면, 적당히 커서 손해 볼 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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