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프로 걸’과 하룻밤이 고작 40만원?

경기불황으로 잠시 주춤했던 화류계가 또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바로 ‘텐프로’ 룸살롱이다. 특히 서울 강남지역의 경우 전국에 불어 닥친 업소불황을 비웃기라도 하듯 더욱 강렬해진 ‘원스톱 서비스’로 30ㆍ40대 중년 남성들의 발걸음을 유혹하고 있다. 기존 룸살롱과 텐프로 업소를 접목시킨 일명 ‘풀살롱’은 뭇 남성들이 원하는 모든 걸 원스톱으로 해결해준다. 말 그대로 신종 원스톱 서비스 업소인 셈이다.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텐프로 풀살롱’에 대해 알아봤다.

화류계에도 텐프로, 쩜오, 쇼클럽, 비즈니스클럽 등 여러 종류의 업소가 있듯 흔히 말하는 ‘나가요 걸’들 역시 여러 분류로 나뉜다. 그중 화류계의 최고봉이자, 으뜸으로 불리는 텐프로 아가씨들은 ‘연예인 뺨 칠 정도’의 미모를 자랑한다.

솔직히 텐프로 업소가 다른 곳에 비해 술값이 비싼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기정사실. 뭇 남성들이 “텐프로는 넘지 못할 산”이라 부르는 것 또한 이러한 이유에서다.


‘풀살롱’만의 특별함

그러나 앞서 말한 ‘텐프로’는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얘기다. 작년 9월 경기가 곤두박질치면서 상황은 급속도로 달라졌다. 업소를 찾는 손님들의 발길은 뜸해졌고, 나가요 걸 수입도 현격히 줄었다.

소주한잔 하기도 버거운 이때, 텐프로업소는 가히 사치일 수밖에 없다.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군데군데 포진해 있던 텐프로가 우리들 시야에서 서서히 멀어지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그러나 문제는 ‘집(문 닫은 텐프로 업소)’ 잃은 ‘양(텐프로 걸)’들이 오갈 데가 없어졌다는 점이다. 결국 업소 잃은 텐프로 걸들은 살아남기 위해 자존심을 꺾고 일반 업소로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텐프로 풀살롱’의 탄생 배경이다.

그 후 화류계는 앞 다퉈 ‘텐프로급 풀살롱’이라는 신개념 룸살롱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수질은 최고급을 유지하되 서비스는 혁신적으로 높여 ‘고객만족’을 넘어 ‘고객감동’을 지향하고 있다.

남성들이 텐프로 풀살롱에 열광하는 이유는 또 있다. 룸 안에서 원하는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텐프로 풀살롱의 선두 주자라고 할 수 있는 N업소의 천 모 사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 이후 텐프로급 풀살롱, 혹은 명품 풀살롱이라고 불리는 업소들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거듭해왔다. 비록 전반적인 경기 하락세로 인해 손님들이 지갑을 많이 닫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기에는 하나의 ‘허수’가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텐프로에 가는 사람들이 눈높이를 낮춰 텐프로급 아가씨들과 진하게 즐길 수 있는 풀살롱으로 오기 시작했고 일반적인 룸살롱에 가던 손님들은 ‘기왕이면 같은 값에 더 좋은 서비스를 받자’는 생각에 텐프로 풀살롱으로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니까 고객들의 눈높이가 ‘구조조정’되면서 우리에게는 새로운 호황기가 불어 닥친 것이다.”

천 사장의 말처럼 룸살롱 손님으로 오던 남성들은 좀처럼 이곳을 딱 끊기 힘들다. 고급스런 서비스에 익숙해질 데로 익숙해진 탓이다. 룸살롱에 가는 횟수야 줄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아예 발길을 끊을 순 없었다는 얘기다.

따라서 ‘가긴 가돼 기왕이면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최고의 서비스를 받는 곳으로 가자’는 쪽으로 정리가 될 수밖에 없다.


세심한 서비스 선봬

명품 풀살롱이라는 시스템을 처음 도입한 N업소의 경우 이른바 ‘고객맞춤형 시스템’을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이는 술자리 자체를 네 가지로 분류해 각기 원하는 방향에서 최적화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첫 번째는 ‘가볍게 즐기는 칵테일 코스’다. 이 코스는 과도하게 술을 먹지 않는 일반 음주자를 위한 것이다. 일단 술을 많이 먹지 않으니 가격은 그만큼 저렴해질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꿈이 현실이 되는 드라마 풀코스’다. 이는 늘 머릿속에서만 환상을 가지고 있던 각종 판타지를 이룰 수 있는 코스인 셈이다.

세 번째는 ‘최고의 히트작 원스톱 풀코스’다. 유흥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이들을 위한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코스라는 것이 천 사장의 설명이다. 이 서비스를 하게 되면 평소에 쌓였던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것은 물론, ‘돈을 써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

마지막으로는 ‘고품격 접대 비즈니스 풀코스’다. 접대를 위한 자리인 만큼 모든 것이 럭셔리하고 고급스러울 뿐만 아니라 손님들 개개인의 취향에 맞는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 천 사장은 “사람들의 취향이 점점 더 개인화되고 있는 만큼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범용 서비스’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특히 술과 여자가 있는 룸살롱 문화의 경우 이러한 개개인의 취향을 더욱 더 존중해 줄 필요가 있으며 이것이 바로 ‘고객맞춤형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해본 사람들의 소감은 어떨까. 얼마 전 까지만 해도 회사의 접대비를 이용해 가끔씩 텐프로를 이용해봤다고 하는 대기업 직장인 J씨의 이야기다.

“솔직히 텐프로의 경우 접대 자리에서 만큼은 ‘가오’가 서는 것이 사실이다. ‘끝내주는 외모’의 여성들과 비싼 양주는 접대 자리를 빛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솔직히 내 돈 주고는 못가는 곳이 텐프로 아니겠는가. 하지만 기업들도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에서 이제 텐프로는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눈높이를 낮춘 곳이 바로 텐프로 풀살롱이다. 사실 처음에는 이러한 자리가 접대에 어떨지는 쉽게 예상할 수 없었다. 격이 떨어질 수도 있고 잘못하면 비즈니스 자체를 방해할 가능성도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텐프로 풀살롱을 이용해본 결과 수질도 떨어지지 않으면서 텐프로 보다 더욱 많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아가씨가 ‘따블’을 뛰는 바람에 뻘쭘하게 자리에 앉아 있을 필요도 없고 술이 취해도 점잖은 채 앉아있을 필요도 없었다. 모든 것이 해결되는 풀살롱이다 보니 비즈니스가 한결 쉬워진 느낌도 든다. 접대 받는 사람까지 기분이 좋으니 접대로서는 결코 부족하다고 볼 수 없다.”


1인당 40만원 웬말?

이곳을 다녀온 한 주당의 말을 빌리면 텐프로 풀살롱은 가격을 다운시켜서 서비스까지 저하시키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상당수의 룸살롱들이 가격을 다운시키면서 박리다매형 수익을 추구하거나 혹은 손님들이 알게 모르게 서비스의 질을 낮추는 것에 비해 텐프로 풀살롱은 ‘짧은 시간안에 최고의 서비스’라는 모토아래 지나치게 가격을 다운시키지 않는다는 것. 싼 게 비지떡이란 옛말은 이곳에선 통용되지 않는다.

텐프로 풀살롱의 가격은 대략 1인당 40만원 선. 이 비용 외에는 특별히 부가적으로 붙는 비용이 없다. 가격 시비가 붙을 리도 없고, 괜히 돈을 내고 찜찜한 기분을 가질 필요도 없는 것이다.

일반적인 퍼블릭 룸살롱 보다는 몇 만 원이 비싼 셈이기는 하지만 기왕 대포잔을 기울일 것이 아니고 룸을 이용할 것이라면 차라리 몇 만 원 정도 돈을 더 내고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는 것이 더욱 ‘지혜로운 밤문화 즐기기’라는 것이 고수들이 조언이다.

몇몇 유흥 사이트 내에서 ‘고수’라고 불리는 한 네티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룸살롱과 돈은 서로 비례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다. 돈이 비싸면 서비스도 좋아지고 돈이 싸면 서비스도 낮아진다. 그런데 만약 텐프로를 제외한다면 서비스가 좋은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 몇만 원 아껴서 저축을 해 청약적금을 들거나 집에 갈 때 아이들 치킨을 사가려고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차라리 기분 좋게 술 마시고 신나게 노는 것이 더욱 낫다. 그리고 그렇게 새로운 활력을 얻어서 더욱 열심히 일하면 그 정도의 몇 만 원은 충분히 다른 곳에서 능률을 올릴 수 있다. 가격만 싼 곳으로 가고자 한다면 차라리 그 돈으로 고급스러운 요리 집에 가는 것이 더욱 현명한 일일 것이다.”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유흥을 즐겨하는 사람들도 더욱 지혜로워지기 마련이다. 돈과 서비스의 질을 적절하게 따지면서 어떤 것이 더욱 나은지를 주도면밀하게 따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텐프로 풀살롱은 당분간 많은 남성들의 인기를 얻으며 화류계의 대세로 굳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할 수 있겠다.



#불황기에 점집은 호황 중

요즘과 같은 시절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일수록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나 용기를 떠올리기 보다는 보다 ‘확실한’ 것을 위해 ‘점’을 보는 경향이 강하다. 취업, 결혼, 공부 … 저마다 가지고 있는 희망과 꿈을 위해 자신의 미래를 알아보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점집은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요즘에는 ‘미아리’로 찾아가지 않는다. 강남 길거리는 물론 압구정동에도 있는 사주카페에서 점을 본다. 요즘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는 인테리어와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니 커플 손님은 물론 자기 자신의 삶이 좀 답답하다 싶은 사람은 마치 패스트푸드 음식을 먹듯이 몇천 원의 돈을 지불하고 자신의 ‘운명’을 알려고 한다는 이야기다. 강남 지역 길거리에서 길거리 사주 포차를 운영하고 있는 최씨(53)의 이야기다.

“세상이 평화롭고 순조로우면 점을 볼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 때문에 우리 같은 사람들이 더 인기다. 요즘에 상담하는 분야는 연예나 결혼 보다는 취업이나 승진과 같은 직접적으로 경제적인 분야와 관련된 것이 많다. 아무래도 경기 불황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쪽 분야에 더욱 관심이 많아서 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보니 ‘점’에 의존하는 사람들은 앞으로도 더욱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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