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스스한 괴담에‘휴대폰이 무서워’


세간을 놀라게 한 톱스타 전지현의 휴대폰 복제사건이 일단락됐지만 휴대폰과 관련된 오싹한 괴담 2탄이 또 다시 인터넷상을 달구고 있다. 최근 전파를 타기 시작한 SKT CF에 ‘악마의 주문이 걸렸다’는 해괴한 소문이 인기 검색어 순위에 오른 것이 그 시작이다.

이와 함께 일부 이용자들이 자신의 휴대폰에 ‘귀신이 들렸다’는 식의 경험담을 앞 다퉈 털어놓으며 누리꾼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초봄에 시작된 때 이른 ‘도시괴담’ 일색에 휴대폰 업계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업계 측은 ‘대응할 가치도 없는 헛소문에 불과하다’며 사태를 일축했지만 전지현 사건에서 비롯된 ‘휴대폰 괴담’은 당분간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비비디 바비디부’가 아이를 불태워라?

“살라가 툴라 메치가 불라 비비디 바비디 부~♬”

올 1월 중순부터 전파를 타고 있는 SKT 광고를 둘러싼 끔찍한 괴담이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번지고 있다. CF 속에서 장동건과 비는 박수갈채를 받으며 수상 소감을 발표하는 순간 ‘비비디 바비디부’를 외친다.

문제는 이 주문에 무서운 저주의 뜻이 담겨 있다는 주장이 인터넷상에 급속히 퍼지고 있는 것이다. ‘비비디 바비디부’라는 노랫말은 월트디즈니사 만화 ‘신데렐라’에서 요정이 호박을 마차로 바꿀 때 외우는 주문이다. SKT에 따르면 업체는 월트디즈니사에 ‘신데렐라 송’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광고에 사용했다.

그러나 최근 누리꾼들 사이에서 ‘살라가 툴라 메치가 불라 비비디 바비디부’가 히브리어로 ‘아이를 불태우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뜻이라는 해괴한 이야기가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히브리어로 ‘살라가→아이’, ‘툴라→~을/를’, ‘메치→불태우다’, ‘불라→~면’이라는 뜻이라는 얘기다.

괴담은 꽤나 구체적이다. 한 인터넷 게시판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글에 따르면 ‘비비디 바비디부’라는 주문은 고대 히브리어의 시초가 됐던 알낙시카 동굴 벽화에서 따온 것이다.

이 벽화에는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뜻으로 추정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 이 같은 정황을 연결하면 문제의 주문은 ‘아이를 불태우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무시무시한 뜻이 된다는 얘기다.

누리꾼들은 이 같은 괴담에 대해 “비명을 질렀다” “밤에 잠을 설쳤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괴담 퍼 나르기를 계속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업체 측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못 박았다.

SKT 홍보실 담당자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히브리어 전공자에게 문의한 결과 히브리어로 ‘아이’는 ‘옐레드’ 또는 ‘나아르’이고 ‘불태우다’는 ‘사라프’ 또는 ‘바아르’다. 괴담의 해석 자체가 어처구니없는 것”이라며 “히브리어는 문법상 조사인 ‘을/를’을 단어 앞에 쓰므로 어순부터 틀렸다”고 밝혔다.

문제의 주문이 처음 삽입된 ‘신데렐라 송’의 원작자는 어떤 의도였을까. 작사가 알 호프만의 과거 LA타임스 인터뷰에 따르면 문제의 주문은 특별한 의미가 없는 단어에 멜로디를 얹은 것에 불과하다. 알 호프만은 인터뷰에서 “우리 할머니가 특별한 의미 없는 단어를 민요 멜로디에 얹어 자장가를 불러주시곤 했다”며 “비비디 바비디부 역시 이런 경험에서 차용해온 것”이라고 밝혔다.

월트디즈니사에서 요정이 호박을 마차로 바꾸는 장면에 들어갈 노래를 의뢰하면서 틀에 박힌 가사와 멜로디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작사가가 임의로 만들어 낸 말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연락 못해서 미안’ 엄마의 괴전화

휴대전화에 얽힌 도시괴담은 이 밖에도 많다. 1년 전 폐기 처분한 휴대전화를 주웠다며 연락이 왔다던가, 서울에서 30분전 잃어버린 휴대폰을 부산에서 주웠다는 등의 내용이다.

지난해 여름 이와 비슷한 ‘휴대폰 괴담’은 일본의 한 작가가 지어낸 귀신 얘기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금세 수그러든 바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황당 경험담’이라는 현실감을 매개로 새로운 괴담들이 심각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특히 ‘전지현 사건’이 일어난 뒤 휴대폰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리가 되살아난 것으로 보인다.

휴대폰 괴담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어머니의 괴전화’와 관련된 이야기다. 한 여대생이 어머니의 전화를 기다리다 깜빡 잠이 들어 전화를 못 받았다. 잠에서 깨 시계를 보니 오후 5시. 그러나 휴대전화 시계는 6시 14분을 가리키고 있었고 ‘부재중 전화’가 한통 찍혀있었다.

이상한 기분이 든 여대생은 TV로 시간을 확인했고 역시 5시였다. 휴대폰 오류인가 싶어 수리를 받을까 생각하던 와중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미안해. 아까 바빠서 전화를 못 했어”라는 어머니. 놀랍게도 모친이 전화를 건 시간은 정확히 6시 14분이었다. 문제의 부재중 통화 기록은 휴대폰 전원을 껐다 켜자 사라지고 없었다.

또 다른 이야기는 잃어버린 휴대전화가 30분 만에 엉뚱한 곳으로 순간이동을 했다는 경험담이다. 한 20대 여성이 주말에 집 편의점 근처에서 휴대폰을 하나 주웠다. 그가 사는 곳은 부산 명륜동.

마침 주인이 30분전에 잃어버렸다며 찾으러오겠다는 연락을 해와 이 여성은 “명륜동 지하철역 1번 출구에서 보자”고 말했다. 그런데 주인의 반응이 이상했다. “명륜동 지하철역도 있느냐”며 되물었던 것.

이 여성은 “1호선 부대 앞에서 신평 방향으로 두 정거장 가면 된다”고 알려 줬지만 여전히 상대방은 모르는 눈치였다. 답답한 마음에 “부산대학교 모르느냐”고 했더니 휴대폰 주인은 기겁을 해 소리쳤다.

“서울 명륜동이 아니고 부산이요?!”

휴대폰 업계에서는 배우 전지현처럼 ‘혹시 내 휴대폰이 복제된 게 아니냐’는 막연한 공포심이 이 같은 괴담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발생한 복제 휴대폰 사건을 놓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까지 덧붙여 확대해석 하는 일부 누리꾼들이 문제라는 것이다.

KTF 홍보실관계자는 이 같은 괴담에 대해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얘기들이다. 유명세를 끌기 위한 말 그대로 ‘괴담’ 수준의 지어낸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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