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지에서 양지로 나오기 위한 노력


우리나라는 동성애자에 대해 관용적이지 못한 풍토 탓에 이들을 위한 공간이 부족한 실정인 반면 외국은 동성애자들에 대한 의식이 개방적이기 때문에 관련 산업도 상당히 발달해 있다. 이에 우리나라 동성애자들의 현주소와 관련 비즈니스를 조명해 보자.

과거 1998년도에 국내에서 X-ZONE이라는 동성애자 전문 사이트가 등장한 적 있다. 당시 정통부는 이를 동성애 유해 사이트로 규정, 이 사이트에 대해 폐쇄명령 조치를 내렸다. 이에 사이트의 운영자는 법적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정당화를 주장하려 했으나 결국에는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당시 이 사이트를 애용했다는 한 동성애자는 “그 사이트의 인기는 대단했었다"고 회고하면서 “물론 선정적인 면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동성애에 관해 많은 이들이 서로의 고민을 상담하고 조언하는 장이었다. 때문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회원들을 확보하고 있는 사이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 동안 동성애자들은 자신들만의 공간 확보가 절실하다는 것을 절감, 종로에서 에이즈 퇴치 캠페인을 벌이는 등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려는 시도를 꾸준히 전개해 왔다. 그런데 최근 이런 ‘음지인들’에 활기라도 불어넣으려는 듯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가 국내에도 하나 둘씩 등장해 동성애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외국의 경우는 이미 동성애자를 대상으로 각종 비즈니스와 서비스가 발달해 있다. 이에 반해 최근까지도 우리나라에는 13만명에 달하는 동성애자들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나 서비스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었다.

그나마 있다 하더라도 변태 업소로 취급되기 일쑤일 뿐만 아니라 동성애자를 관련으로 한 것은 일반고객의 혐오와 외면으로 뿐 아니라 법적으로 문제시되기 십상이었다. 때문에 이들 업체들은 ‘잠수’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외국의 경우 동성애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와 마케팅이 적극적으로 전개되고 있는가 하면 미국의 경우 동성애자들이 정치 권력화 되는 현상마저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제는 국내에도 많은 동성애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고 트렌스젠더 연예인도 탄생하는가 하면 2005년엔 최초의 동성애자 커플이 공개 결혼식을 올리는 그 인식도 서서히 바뀌는 추세에 있다. 이에 동성애자들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가 양지로 나와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하게 영업을 뛰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온라인을 통한 쇼핑몰과 온·오프라인을 겸한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딴생각’이다.

국내 동성애 관련 비즈니스의 선두주자로 알려져 있는 ‘딴생각’은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였지만, 최근 동성애자 공개 결혼식을 올린 이상철씨(36)가 이곳에서 여행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회사관계자 A씨는 “일반 사람들은 게이 전문 여행사라고 하니 변태업소 취급을 하는데, 우리는 특별(?)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하나의 회사로 인정받기를 원한다"며 이익을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하나의 비즈니스임을 강조했다. 물론 이곳의 여행 사업은 게이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동성애 커플을 위한 국내 여행은 물론 해외여행 상품을 마련해 놓고 있는가 하면 여행지에서 여행 참가자 짝짓기 미팅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여행 파트를 담당하고 있는 회사관계자는 동성애 여행 프로그램에 대한 동성애자들의 호응에 대해 “해외여행의 경우 여권과 비자를 발급 받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신원정보 제공이 필수다. 그러나 신원 공개를 꺼리는 우리나라 동성애자들의 의식 때문에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성애자 전문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M씨도 “아직은 국내 동성애자들은 사회적 매장을 우려해 자신의 신원 노출을 극도로 꺼리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양지로 나와 공간을 확보하려는 의지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게이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동성애자들이 신분 노출을 꺼려 소비자 호응도가 낮은 편이지만, 우리나라 동성애자들도 서서히 외국처럼 틈새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잠재고객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해외 동성애자들은 막강한 실세로 부각

해외에서는 동성애자들을 겨냥한 결혼 정보회사도 성업중이다. 동성애자도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어하는 것에서 예외는 아니지만 현실적 이들이 결혼식을 올리기란 쉽지 않다.

이런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동성애 커플을 위해 게이 전문 결혼정보회사(www. gayweddings. com)가 생겨났다. 이 회사는 사랑하는 사람과 멋진 결혼식을 치르고 싶어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소망이라는 점에 착안해 설립되었다.

동성애자 직원들로 이루어진 이 회사의 웹사이트를 처음 방문하면 동성 커플만을 위한 회사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들이 팔고 있는 상품도 보통 결혼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 회사의 주요 서비스는 단순히 결혼 상품 판매가 아니다. 이 회사는 동성 커플들을 위한 결혼식 계획에서부터 신혼여행 조언까지 담당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해외의 회사들은 동성애자가 고객인 만큼 동성애자들의 인권 보호에도 적극적이다. 회사 차원에서 동성애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여러 가지 캠패인도 벌이고 있다. 심지어 동성애자 고객의 가족들이나 주변인들에게 그의 성적 취향에 대해 정당성을 옹호해주기도 하는 등 고객의 인권을 보호하기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이렇게 외국의 기업들이 동성애자들에게 호의적인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바로 동성애자들 대부분이 고수익자들이기 때문. 이들은 사회적으로 활동반경도 넓고 연대감도 투철하기 때문에 무시 못할 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성애자들이 가장 많이 사는 도시로 알려진 센프란시스코는 이곳에서 선거운동이나 홍보 마케팅을 등을 펼칠 경우 동성애자들에게 우호적이어야만 정치적으로나 비즈니스 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에도 보수적 시각이 팽배하기는 마찬가지다. 때문에 은행과 관련해서 일을 처리하려고 할 때마다 이들은 불편을 겪고 있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대출이 거부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동성 부부가 부부로 인정되지 않아 재산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동성 커플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한 은행도 탄생했다. 바로 게이 앤 레즈비언 뱅크(Gay & lesbian Bank)가 그것이다. 이 은행은 1999년 설립된 것으로 역시 동성애자인 스티브 던롭이 인터넷 상에 설립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 동성애자를 위한 부동산, 주식투자정보, 금융정보 사이트(www.gfn.com)도 98년부터 성업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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